학원비 잡으라고? “장난하십니까?”
    2008년 09월 24일 02: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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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집권 초기의 이명박 대통령은 국제유가가 폭등하자 ‘MB물가지수’라고 불리는 52개 생필품에 대한 ‘특별 물가관리’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서민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생필품 50품목에 대해 집중관리하면, 전체 물가는 상승해도 50품목은 그에 비례해 올라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사진=청와대
 

결과는? 정부의 의도와는 반대로 52개 생필품 가격의 폭등으로 나타났다. 5월 1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집중 관리 대상 품목 중 하나였던 돼지고기가 한 달여만에 13.1%, 양파가 19.0%오르는 등 이들 52개 물품 대부분이 폭등했다. 

정부의 경제정책과 고환율기조로 물가폭등을 피할 수 없게 만들어놓고 ‘몇 개 품목을 관리’하는 모순된 정부정책의 결과였다. 이런 이 대통령이 지난 23일, 이번에는 “학원비를 집중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유가인상과 직접 연관성이 크지 않는 학원비가 크게 올라서 서민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며 “사교육비 절감 정책은 꾸준히 추진해야 하지만 당장 서민생활에 부담이 되고 있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별도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부처가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보고해 달라”며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국제중학교 설립 허가, 영어몰입교육 등 사교육시장을 한껏 부양해놓고 학원비를 관리하라는 이 대통령의 말에 진보신당은 “‘장난하냐’는 말이 목청까지 올라온다”며 분노했고 민주노동당은 “병주고, 약준다”며 기가 막혀했다.

기가 막힌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자율형 사립고와 기숙형공립고 확대를 골자로 하는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와 영어몰입교육 등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사교육비 폭증을 부르고 있다”며 “여기에 대입자율화 방침으로 학생들의 입시에 대한 부담을 더욱 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올 상반기 국민소득 통계 결과 각 가정에서 지출하는 교육비는 총 15조339억원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간 대비 9.1% 늘어난 수치”라며 “전체 가계소비지출 244조원 가운데서도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2%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과다 지출로 적자 가구를 양산시킨 것은 다름 아닌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라며 “지금, 공교육은 붕괴되고 있고, 사교육은 물을 만난 듯 활개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터무니없이 오르는 학원비는 잡아야 하고 학원들의 세금 포탈과 학원비 담함도 바로 잡아야 하지만 그에 앞서 공교육을 약화시키고, 사교육 시장을 무한 팽창시키는 교육정책의 일대 쇄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신장식 대변인은 “사교육비를 올린 주범이 이명박 대통령”이라며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전국 일제고사를 실시해서 대한민국 학생 모두를 등수로 줄 세우고, 국제중학교 설립을 허가하는 등 경쟁 만능의 교육 정책을 밀어붙여서 사교육비를 폭등시킨 당사자가 학원비 대책을 마련하라고 하니, ‘병 주고 약 주고’도 도가 지나치다”고 맹비난했다.

입시 폐지가 정답

이어 “‘월급 빼고는 다 오른다’는 물가 폭등에 학원비 역시 예외가 아닌 상황에서 대통령의 말대로 사교육비가 내려갈 수만 있다면 국민들로서는 환영해 마지않을 일”이라면서도 “원인을 치료하지 않고 면피용 발언과 대증요법으로 사교육비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무능력이거나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신 대변인은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역사를 되짚어 보면 해법이 나온다”며 “중학교 입시가 폐지되었던 때와, 고등학교 평준화 입시가 시작된 시점에서 사교육비가 줄어든 사례가 있는데 이를 보면 사교육비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이고 유일한 방법이 바로 입시폐지”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오직 미국식 경쟁교육 모델만을 금과옥조로 생각하는 한, 입시폐지라는 대안은 나라 말아먹을 일쯤으로 취급될 것”이라며 “그러나 입시를 폐지하고 평준화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사교육비 없이 세계 최고의 교육 강국을 일군 핀란드의 공교육 모델도 있다는 사실을, 지금쯤이라면 대통령도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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