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환, 뉴라이트 마당에 폭탄 던지다
    2008년 09월 13일 09: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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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긍정 하라!" 는 주대환의 외침은 ‘생뚱맞은 충고’라기 보다는 언젠가 한번은 꼭 집고 넘어가야 할 하나의 숙원사업이었다.

우리가 옛날부터 ‘해방전후사’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던 이유는 우리가 관성처럼 삶의 일부로 당연시 여겨왔던 "이 나라와 이 권력의 기원에 대해 그 정통성을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중대한 문제가 바로 이 대목에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생뚱맞은 충고가 아니다"

그러나 내가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존경해온 장광열님께서는 주대환의 주장을 별 맥락도 없는 ‘생뚱맞은 충고’로 규정하면서,

"대한민국은 해방 후 미소간의 패권경쟁에서 출현한 남한의 친미국가… 친소국가 북한의 혁명으로 북의 지주의 아들들은 남한으로 내려와 서북청년단으로.. 농민과 노동자 학살.. 그 에는 이승만 정권과 미국이 있었고요.

대구 인민항쟁과 제주 4.3항쟁 한국전쟁으로 이어진 인민들의 학살의 책임은 누가 질 것입니까? 남한의 토지개혁은 북의 토지개혁에 대한 대응… 토지개혁을 추진한 조봉암은 전국을 돌며 농민들에게 남한의 토지개혁이 북한보다 농민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걸 알리고 다녔습니다.

북의 토지개혁이 없었다면 남한에서 토지개혁이 있었을까요? 남한의 토지개혁은 북과의 체제 경쟁에서 성공하기 위해 후진적인 봉건제를 선진적인 자본제로 변경시키는데 기여했습니다. 그 정도의 평가면 족합니다."라고 말했다.(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0910)

이것을 대한민국에 대한 원천적 부정이라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 나는 장광열님께 묻고 싶다. 그렇다면 원천적으로 정통성이 없던 그 권력을 계승하고 계승해서 지금까지 이어온 오늘의 이 나라에 대해 우리가 ‘선거’에 참여하고 ‘의회’에 진출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권력의 기원에 대한 원초적 부정을 전제로 한다면 우리는 세금납부와 주민등록등 일체의 행정협조를 거부하고 하다못해 유격대라도 만들어 무장투쟁이라도 해야 하는 것인가? 모든 표면적인 삶은 다 전술적인 위장인가?

"무장투쟁이라도 해야 하나?"

장광열님은 위의 짧은 인용문에서 ‘북한은 친소국가, 남한은 친미 국가’ 라는 식의 양비론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친미냐? 친소냐? 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권력의 정통성에 대한 인정 여부이다.

즉 장광렬님의 시각에서 보면 권력의 정통성은 북한에만 있고 남한에는 없는 상태가 된다. 평등주의 관점에서 보면 북한의 지주계급은 다 정리되었고 일부가 남으로 탈출해 권력형 깡패가 되었기 때문이다. 토지개혁도 북한에서 한 것을 남쪽에서 압박을 받아 조금 따라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장광열님 만의 시각은 아니다. 80년대 운동권들이 가져온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 부턴가 이러한 관점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이 대목에 대한 인식의 재정립 없이는 권력의 정통성은 무조건 북한에 존재하는 것이 된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기존논리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족보도 없는 깡패국가’의 연장에 지나지 않는다.

관심 없는 사람에겐 생뚱맞은 충고처럼 보일지 몰라도 오랫동안 남한 내부의 전체주의자들과 투쟁해온 사람들에겐 이것이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이런 맥락에서 애초 제기된 뉴라이트와 주대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면 다소 아이러니한 결론이 도출된다.

뉴라이트의 고민

뉴라이트는 당연히 이 나라가 갖고 있는 권력의 기원을 인정하고 싶어한다. 대한민국이라는 권력의 탄생을 축복하고 싶어한다. 뉴라이트가 한국현대사의 재정립을 위해 그렇게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온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장광렬님의 주장에서 보듯이) 그 권력의 기원을 인정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는 여러 가지로 취약하다. 이것이 뉴라이트의 고민이다.(특히 우파적 근거가 부족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조봉암(한복 입은 이)
 

이 갑갑한 상황에서 갑자기 엉뚱하게도 담 너머에 있던 주대환이 ‘조봉암의 토지개혁’을 들고 나와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보충해 준 것이다.

당시 인구의 70%가 농민이었고 땅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생산수단이었다는 점에서 조봉암의 토지개혁은 한국사회의 질적 변화에 대한 중대한 분기점이었다.

그의 이러한 개혁은 얼마 뒤 조봉암이 대통령 선거에 나왔을 때 ‘아낌없는 지지’로 나타났다. 이것은 조봉암에 대한 대중의 평가라고 볼 수 있다.(주대환은 이 상황을 가리켜 ‘아름다운 소농의 나라’라고 불렀다)

국유화라는 이름 하에 토지를 다시 회수해간 다른 공산당 독재국가의 토지개혁과는 달리 직접 소유권을 분배해버린 조봉암의 방식이 선거를 통해 평가를 받은 셈이다.

이러한 대중의 호응이 이승만의 견제심리에 불을 붙여 결국 조봉암의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조봉암의 토지개혁은 어쩌면 자신의 생명과 맞바꾼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토지개혁을 대한민국이라는 권력의 아름다운 기원으로 삼을 경우, 결국 간첩 혐의를 뒤집어 쓴 채 사형선고를 받고, 아직 복권도 되지 않은 진보당 당수 조봉암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만들어준 꼴이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뉴라이트에게 고민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시대정신> 잡지에 대한 주대환의 기고를 뉴라이트의 품에 안기려고 그 주변을 기웃거리는 행동쯤으로 보는 것은 정확한 독해는 아닌 것 같다.

주대환이 던진 수류탄

이것은 오히려 뉴라이트가 상당 기간 고심해온 예민한 대목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논리적 폭탄 같은 의미를 지닌다. 주대환이 집어던진 것은 뉴라이트 입장에서 보면 담 너머에서 슬그머니 날아온 수류탄 같은 것이다. 이 수류탄을 뉴라이트는 받기도 뭐하고 안 받기도 뭐하다. 이것은 자세히 보면 아주 재밌는 부분이고 향후 새로운 논쟁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20년간의 노동당 노선을 스스로 접었다"라고 밝히는 주대환의 입장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하지 않지만 어떤 선입견 때문에 논리적으로 중요한 대목을 놓쳐서는 안 된다.

현실의 대한민국을 어디까지 부정할 것인가? 나는 분단을 긍정한다. 내 삶의 가장 큰 행운은 다행히도 휴전선 남쪽에서 태어났다는 것이다. 자칫 김일성 정권의 통치구역에서 태어났다면, 평생동안 미국 욕이나 하다가 군대생활만 십 몇년을 하고 압록강변에서 고픈 배를 부여잡고 굶어 죽었을지 모른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평생을 살았고 앞으로도 여기서 살다 죽을 계획이다. 내가 꿈꾸는 이 사회의 변화에 대한 전망은 모두 이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사민주의란 정치적으로 의회주의, 경제적으로 조세주의이다. 여기서 이 양자를 추구하기 위한 첫 번째 수단으로 ‘합법정당’이 필요하다. 그리고 의회진출에 앞서서 최소한 북한과 분리된 이 나라의 독자적인 정통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런 근거도 없이 의회진출에 전념한다는 것은 자기기만이다. 뉴라이트의 등장과 민노당 08년 분리부터 대한민국의 긍정과 사민주의논쟁까지 이 모든 것이 결국 하나의 의미 흐름을 타고 진행 중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권력의 원초적 기원

권력의 기원은 언제나 위대(?)하다. 주몽이 부여라는 권력집단에서 탈당해 고구려를 만들었을 때도 그랬고, 소서노가 고구려노동당을 분당하고 백제를 창당했을 때도 그랬듯이 언제나 권력의 기원은 아름다운 말로 포장되었고, 늘 ‘위대하다’고 처리되어왔다.

왜냐하면 이렇게 권력의 기원에 대한 긍정적인 처리가 전제 되지 않을 경우, 그 권력의 성립 이후 수십, 수백년을 그 나라에서 살았고 앞으로 살아가야할 사람들 전체가 어떤 역사적 뿌리도 없이 그냥 살아있으니까 살아가는, 정치적 무뇌아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오늘의 살아있는 권력을 입이 닳도록 비판하고 있지만 한번쯤은 이 권력의 원초적 기원에 대해 ‘우리의 관점에서도 긍정성이 있다!’ 라고 선언하고 넘어 갈 필요가 분명히 존재한다. 즉 대한민국을 전면부정하지 않으면서 뭔가 좌파적인 관점에서 긍정의 근거를 확립할 필요성이 사실은 수십년 전부터 우리의 논리 지형 위에 존재해 왔던 것이다.

특히 의회진출과 조세개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좌파에게 있어서 이 작업이야 말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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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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