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준 사회적 책임은 나쁜 일자리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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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4월 30일 01: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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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일은 노동자들의 생일인 세계노동절입니다.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 노동자 투쟁을 기념하기 위해 1890년 5월 1일부터 시작되어 올해 122주년을 맞이했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휴일로 지정한 국제적 기념일입니다. 

    올해 64주년을 맞이하는 세계인권선언 기념일보다 무려 58년이나 일찍 만들어져 미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추모하고 함께 싸우는 날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찾지 못하고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근무의욕을 더욱 높이기 위한’ ‘근로자의 날’로 지내고 있습니다. 

    세계노동절인 5월 1일 한국은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근로기준법에 의한 ‘유급휴일’이지만, 공무원, 교사, 우체국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생일잔치에 배제되어 있고, 무엇보다 ‘빨간 날’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중소영세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일날인지도 모른 채 일하고 있습니다. 

    도리어 중국 노동절 연휴(4월29일~5월1일)와 일본 골든위크(4월28일~5월6일)가 겹쳐 15만 명에 달하는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해 백화점, 호텔, 식당, 쇼핑센터 등 서비스 노동자들은 생일 주간에 초과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대선 출마 기자회견 중인 정몽준 의원. 

    생일도 모른 채 초과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 

    2012년 세계 노동절을 맞는 한국 노동자들의 상황은 처참합니다. 연간 노동시간은 2193시간으로 독보적인 세계 1위입니다.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노동시간(1749시간)보다 무려 444시간이나 길고, 독일(1,419), 노르웨이(1,414), 네덜란드(1,377) 노동자들에 비해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연간 100일을 더 일하고 있습니다. 

    일하다가 죽은 노동자의 숫자도 세계 최고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산재 사망자는 2114명에 달해, OECD 34개국 중 터키와 멕시코에 이어 산재 사망률 3위였으며, 지난 10년 동안 매년 2,50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어 OECD 산재 사망 1위였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862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49.2%에 이르며, 하청업체의 정규직으로 분류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포함하면 900만 명을 훨씬 상회해 세계적으로 가장 높습니다. 

    2012년 한국의 노동자들은 전 세계 노동자들 중에서 언제 쫓겨날 줄 모르는 고용불안 속에서 가장 오래 일하고 가장 많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노동시간, 산업재해, 비정규직 비율 세계 1위 

    세계 최장 노동시간, 세계 최고 산업재해, 세계 최대 비정규직 비율을 자랑(?)하는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122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가장 먼저 들려온 소식은 정몽준 씨의 출마 뉴스였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씨는 2조 194억이라는 재산을 보유했고, 올해만 308억7000만원의 주식 배당금을 챙겼으며, 전 세계 정치인 부자 순위에서 9위(2012년 3월 포브스 기준)를 차지한 재벌 정치인의 상징입니다. 

    그의 출마 소식을 들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하창민 지회장은 트위터에 “정몽준이 갈 곳은 청와대가 아니라 노동기본권을 박탈하고 하청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낸 죄의 값을 치를 감옥”이라고 썼습니다. 

    한 누리꾼은 정몽준 씨가 2008년 라디오에 출연해 “버스 기본요금이 70원”이라고 말했던 것을 언급하며 “정몽준은 이왕 70원 드립 쳤으면 임기 내 버스비 70원을 공약으로 내걸어라”고 비꼬았습니다. 

    “임기 내 버스비 70원 공약 내걸라”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산업에 집중되어 있으며 현대중공업은 울산, 군산, 음성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 1위 조선소입니다. 

    2011년 5월 25일 금속노조가 발행한 <금속일자리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생산직 17,751명에 사내하청 노동자가 19,034명으로 51.74%에 달합니다. 현대미포조선은 생산직 2,744명에 사내하청 노동자 5,669명으로 67.38%에 이르며, 현대삼호중공업은 생산직 2,507명에 사내하청 노동자 6,400명으로 71.85%입니다.

    현대중공업 그룹 고용현황(금속 일자리 보고서 2011.5.25)

    사업장

     
    종업원수
    생산직
    노동자
    사내하청
    생산직대비 사내하청비율
    생산직 중 사내하청비율
    현대중공업
    24,222
    17,751
    19,034
    107.23%
    51.74%
    현대삼호중공업
    4,317
    2,507
    6,400
    255.29%
    71.85%
    현대미포조선
    3,607
    2,744
    5,669
    206.60%
    67.38%

    이는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중 절반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는 뜻이며,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은 배를 만드는 노동자 10명 중에서 정규직 노동자는 3명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으로 채워진 조선소에서 산재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지난 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 동안 현대삼호중공업에서는 4명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숨졌는데 모두 사내하청 노동자였습니다. 

    지난 12월에는 떨어져 죽었고, 올해 2월에는 지게차에 치여 죽었으며, 대형 철문에 깔려 죽고, 밀폐된 도장공장에서 일하다 죽었습니다. 30대 젊은 노동자들의 영혼이 정몽준 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를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어느 조선소에서 소수의 정규직 노동자들과 다수의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뒤섞여 일하면서 배를 만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외국의 어느 회사에서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잇따라 죽어나가는지 궁금합니다. 

    비정규직 조선소의 잇따른 산재 사망 

    총선 기간 동안 현대중공업은 국민배우 안성기 씨를 모델로 내세워 동서 균형발전을 앞장서는 기업,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이라며 “우리나라에 이런 회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광고로 방송과 신문, 인터넷을 도배했습니다. 

    동서 균형발전과 일자리 창출의 모델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입니다. 2008년 현대중공업은 신규 고용인원만 1만1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했고, 전라북도와 군산시는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0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현대차 군산조선소에는 울산에서 온 노동자들을 포함해 500여명의 정규직 노동자가 일하고 있습니다. 그 중 지난 해 말까지 신규채용 인원은 48명에 불과했습니다. 현장에서는 23개의 사내하청업체 2,700여명의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배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군산시의회는 지난 해 11월 “시민들의 기대는 실망을 넘어 분노에 이르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은 지역과 동반성장 대책을 수립하고 지자체는 전시성 기업유치 행정을 버릴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시민들의 기대 실망을 넘어 분노에 이르고 있다”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인 정몽준 씨는 4월 2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대기업은 혜택을 많이 받았는데 그에 걸 맞는 일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이명박 정권은 법인세 인하, 고환율 정책, 폐차 보조금, 4대강 사업 등으로 국민들의 세금으로 정몽준 씨를 포함해 재벌의 곳간을 가득 채웠고, 민주당 지방정부도 현대중공업에 200억을 쏟아 부었습니다. 

    지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일하는 2700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연봉 2500만 원을 받으며 사장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언제 잘릴지 몰라 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조차 만들지 못하면서 침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탐욕의 재벌이 어떻게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지 그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민의 세금을 가로채 비정규직으로 가득 채워진 공장을 늘리고,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이 정몽준 씨가 말하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일지도 모릅니다. 

    현대건설 CEO 출신으로 ‘기업프렌들리’를 외치며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던 이명박 정권 4년, ‘배고파서 못 살겠다’는 노동자, 서민들의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재벌 정치인이 대통령을 꿈꾸고 있습니다. 

    세계 최장 노동시간, 세계 최고 산업재해, 세계 최대 비정규직의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국 노동자들은 8시간 노동과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며 싸웠던 122주년 세계노동절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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