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 승부수, 경기동부 전횡 꺾어"
        2012년 02월 04일 01:58 오후

    Print Friendly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 승부수가 통한 것일까. 당 중앙선관위의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선거관리’를 둘러싸고 유 대표의 당무 거부 등 심각한 내홍을 앓고 있는 통합진보당은 3일 긴급 소집된 전국운영위에서 새로운 선관위원장을 인준하고, 그동안 문제가 됐던 중앙선관위 방침을 바로잡았다.

       
      ▲사진=통합진보당.

    시도 의원 중도사퇴 지역 보궐 후보 안 내기로

    당 일각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오던 백현종 전 중앙선관위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후보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 방식의 일방적 결정, 울산 남구갑에 대한 무리한 선거 일정 조정 등은 3인 공동대표단이 합의해서 낸 원안들이 압도적 찬성률을 기록하며 통과됐다.

    이날 전국운영위에 올라온 안건은 △19대 총선과 동시에 실시되는 보궐선거에 대한 입장 △중앙선관위원장 인준 △당내 현안과 관련한 제반 논의사항 등이었으며 현장에서 발의된 당 대표 조정을 거부한 후보에 대한 자격 박탈 건이 추가됐다.

    첫 번째 안건의 경우 창원을의 손석형 예비후보와 울산 동구의 이은주 예비후보가 시도의원 임기 도중에 사퇴하면서 당 안팎에 물의를 일으킨 것과 관련된 사안으로, 그들의 중도사퇴에 따라 실시되는 보궐선거에 통합진보당 후보를 낼 것인가가 쟁점이 된 내용이다.

    이날 회의에 제출된 원안의 내용은 19대 총선 출마를 위해 선출직 공직자가 사퇴한 지역(선거구)의 보궐선거에 통합진보당은 후보를 출마시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울산, 경남의 해당 지역 운영위원들은 이 같은 방침이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게 된다."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원안 찬성 측 운영위원들은 "국민들이 가진 상식선에서 이 문제를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으며, 표결 결과 재석 38명에 찬성 23명으로 원안이 통과됐다.

    눈에 띄는 것은 경남 사천이 지역구인 강기갑 운영위원도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이다. 이는 선출직 공직자의 중도사퇴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뿐 아니라, 당사자들이 과거의 논리를 일거에 뒤집어버린 것이란 점, 순천 지역 같은 곳에서는 통합진보당이 중도 사퇴한 민주당 출신 여수시장 후보를 오히려 공격하는 등 당내에서도 모순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대부분이 총선 예비후보인 운영위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국민 여론조사 문항 변경

    ‘당내 현안’이란 표현으로 제출됐던 여론조사 문항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일방적 결정과 이에 대한 수정, 울산 남구갑에 대한 선관위의 일방적 일정 연기에 대한 것도, 참석 운영위원들의 압도적 표결로 3인 공동대표가 제안한 원안을 통과시켰다.

    중앙선관위가 결정한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 방법은 통합진보당 지지 응답자만을 대상으로 한나라당 후보와 복수의 통합진보당 후보를 각각 대결시켜서 높은 지지자를 받은 후보를 최종 후보로 확정하자는 내용이다.

    이런 방식은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민주당 김진표 후보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 단일화 때 민주당이 주장해서 채택된 것이 유일한 사례로, 유시민 대표와 상당수 당내 인사들은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골라내기 어려운 방안이라며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당원 수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민노당 계열의 선관위원장이 ‘정파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무리하게 이 방안을 밀어붙였다는 게 비판하는 측의 주장이다.

    결국 여론조사 방식은 여당 대 야권 단일후보 구도에서 후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모집단으로 하고, 문항도 통합진보당의 복수 후보에 대한 적합도 조사를 통해 결정키로 한 원안이 통과됐다. 이와 함께 당초 문항에 포함됐던 ‘모르겠다’ 항목을 삭제키로 했다.

    중앙선관위 울산 개입 "무리수" 판정

    또 다른 ‘당내 현안’은 조승수와 이경훈이 맞붙고 있는 울산 남구갑 당내 경선 연기문제. 이에 대해 조승수 후보 측은 울산시당 선관위와 중앙당 선관위의 편파적 결정을 주장하며 선거가 ‘연기’된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이경훈 후보 측은 ‘중단’이라며 맞서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번 회의에서는 연기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 결정에 따라 울산 남구갑은 경선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당원의 숫자가 499명으로 확정된 상태에서 투표일만을 바꿔서 후보 경선이 진행된다. ‘당비 대납을 통한 집단 입당’ 의혹을 받고 있는, 이경훈 후보 측은 ‘중단론’을 펼치면서 당원 숫자를 산정하는 기준 시점을 더 연기하려던 의도가 무산된 셈이다.

    관련 안건 논의 과정에서 울산의 이영희 운영위원은 "이 문제는 운영위원회가 의결안을 권고안으로 변경하고 후보자간의 정치적 합의를 통해 풀어야하는 문제"라고 주장했지만 조승수 운영위원이 "지역구 선거에 대한 결정권을 해당 지역 선관위에 있다고 규정한 당규를 위반하고 울산시당 선관위 위원장이 회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중앙당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며 정치적 합의 이전에 규정 위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 후보는 이어 "당비 대납 등의 불법적인 입당 사실이 이미 확인되었는데 만약 선거일정을 재공지한다면 다시 선거일정 재공지 기간 이전에 일어난 당비 대납을 조사해야 돼서 논란이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안 문제 관련 표결은 재석 운영위원 38명 중 28명의 다수 찬성으로 원안이 통과됐다.

    이밖에 신임 김승교 중앙선관위원장에 대한 인준은 만장일치로 통과됐으며, 현장에서 발의된 당 대표단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후보에 대한 자격 거부 문제는 안건이 철회됨으로써 논의되지 않았다.

    미봉책 불과 의견도

    이번 전국운영위를 통해 긴급하게 발생됐던 일부 현안은 해결을 했지만 이는 봉합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이날 현장 발의로 상정된 ‘중앙 후보조정위와 당 대표단 조정 권고 미수락 시 후보 인준 불가’ 안건은 겉으로는 중앙당 운영방식의 견해 차로 보이나 실제로는 각 정파들의 자기 이해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사안이라서 쉽사리 정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장 발의 안건도 토론 과정에서 “진성당원제 정신을 중시할 것이냐, 당 대표단이 리더십과 당 기구의 조정 기능을 중시할 것이냐”로 쟁점이 형성됐다. 하지만 이는 당내 다수파와 소수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논리로도 볼 수 있다.

    결국 이날 현장발의 안건은 철회하고 공동대표단이 "2월 5일 이전까지 다시 한 번 후보조정 노력에 만전을 기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따라서 현재 경선 방식과 후보조정을 놓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서울 은평을과 울산 동구는 공동대표단의 추가적인 조정 노력이 있겠지만 언제든지 논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와 함께 신임 중앙선관위 위원장에 김승교 전 민노당 중앙당기위원장을 만장일치로 인준했다. 이번 전국운영위 결과에 대해 통합진보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유시민 공동대표의 당무 거부를 촉발시켰던 문제들이 오늘 전국운영위원회 결정으로 매듭지어졌다"고 평가했다.

       
      ▲사진=통합진보당

    하지만 이번 전국운영위 결과에 대해 단순히 현안 문제 해결 차원에서만 볼 일이 아니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통합진보당 내부 질서 변화?

    통합진보당의 주요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서 유시민 리더십이 기존의 다른 리더십과 차이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 데 주목한다.”며 “특정 정파의 고질적인 패권주의 행태에 당무 거부 등 강력한 승부수를 던져서 일단 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특정 정파의 ‘꼴통 짓’과 중앙선관위와 특정 지역 인사들의 비상식적 행태에 대해 공동대표단이 이의를 제기하고, 교정을 지시했으나 이런 리더십이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이에 대해 대표단이 긴급하게 회의를 소집하면서 정리시키는 데 성공한 것도 의미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전국운영위에서는 경기동부라는 특정 정파의 몰상식적 행태와 울산 지역 주요 당내 인사들의 상황 판단 잘못과 꼼수, 그리고 경남 지역의 잘못된 지역주의 모두를 향해 전국운영위원들이 ‘상식’의 이름으로 판단을 내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전국운영위원회를 통해 통합진보당 내부 질서 변화가 시작됐다는 조짐이 보였다”며 “정파적 이해 중심에서 상식적 수준에서 합의가 도출되는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운영위원들의 표결이 ‘정파, 세팅’ 표결이 아니라 ‘크로스 보팅’의 모습을 보여준 것을 그 근거 중 하나로 꼽았다.

    통합진보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유시민 대표의 그런 행위가 이번 전국운영위 결정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중앙선관위원장 등 이른바 구 민노당 당권파들의 과도할 정도로 비합리적인 결정 자체가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