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동자 10명 중 8명 수면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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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13일 09: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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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푹 한번 자보고 싶다.”
    14년 동안 주야 맞교대 근무를 해 온 김 씨의 소원이다. 매 번 바뀌는 주야간 근무에 어느새 김 씨는 낮에도, 밤에도 편히 자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김 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금속노조와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아래 실태조사단)가 펴낸 수면장애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금속노동자 10명 중 8명 꼴로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주야 맞교대를 주로 하는 현행 근무형태 변경 필요성에 또 하나의 근거가 되는 지표로 관심을 받고 있다.

    실태조사단은 주야 맞교대를 주로 하고 있는 금속노동자의 수면건강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노조 소속 사업장 조합원 2천 1백 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심층 설문조사를 펼쳤다. 실태조사단은 이번 조사 때 수면의 질과 주간졸림증, 불면증 등 수면장애 증상 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 중 1759명(80.65%)이 수면장애 증상 중 한 가지 이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수면장애 증상 모두 정상이 아닌 경우도 27.3%에 달했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 주야 맞교대 근무를 하는 노동자가 비교대근무자에 비해 수면습관이 훨씬 좋지 않았다. 누워서 잠들 때 까지 걸리는 시간을 묻는 질문에 30분 이상 걸린다는 답변이 비교대근무자는 6.76%인데 반해 교대근무자는 16.86%로 세 배 가까이 높았다.

    한 시간 이상 걸린다는 항목에는 교대근무자 21명이 답했지만 비교대근무자는 한 명도 없었다. 수면의 질 점수(PSQI)를 비교했을 때도 교대근무자 77.69%가 수면의 질이 나쁜 것으로 확인돼 59.24%인 비교대근무자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응답자 80%가 수면장애 증상 한 가지 이상

    주간졸림증과 불면증 항목에서도 주야 맞교대 근무자 중 60%가 넘는 이들이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근무시간이 일상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도 교대근무자는 쉽게 잠들고 맑은 정신으로 깨어나는 것에 매우 많이 방해받는다는 답변이 589명(34.2%), 약간 방해가 567명(32.93%)으로 답해 응답자 중 3분의2가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실태조사단은 보고서를 통해 “교대근무자가 비교대근무자에 비해 수면의 질이 좋지 못하고 주간졸림증과 불면증이 매우 심각하며 밤샘노동이 수면장애를 유발시키는 중요한 요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응답자들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야2교대 근무 시 느끼는 어려움으로 건강문제와 수면부족 및 수면방해를 가장 많이 꼽았다. 원하는 근무형태를 묻는 질문에는 상시주간이 37.76%, 주간연속2교대가 35.72% 순으로 답했다. 실태조사단은 “상시주간을 원하는 응답이 가장 많다는 것은 현장 노동자들이 교대근무 자체의 폐지 요구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주야 맞교대 근무를 하지 않는 노동자들 상당수도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결과에서는 비교대근무자의 59.2%가 수면의 질이 나빴고, 67%가 수면장애 증상 중 어느 하나라도 정상이 아닌 경우로 나타났다. 실태조사단은 “교대근무 뿐 아니라 살인적으로 강화된 노동강도와 장시간 노동, 업무 스트레스, 고용에 대한 불안 등이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응답자 일주일 평균 64시간 일해

    실제 설문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은 잔업특근을 포함한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63.8시간이었다. 하루 평균 10시간 노동에 한 달 평균 특근 횟수는 3.6회로 확인됐다. 이 같은 근무시간이 적당한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적당하지 않은 편이라는 답변이 52.97%, 전혀 적당하지 않다는 응답이 28.04%로 80%가 넘는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단축을 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길주 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조합원들이 밤샘 맞교대 노동을 하면서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이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다”며 “건강권 보호를 위해 법개정과 실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향후 수면장애로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을 모아 집단 산재신청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해 12월 노조 소속 조합원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수면장애 관련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수면장애는 주야간 교대 근무에 의해 발병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 이 기사는 금속노조 인터넷 기관지 ‘금속노동자’(www.ilabor.org)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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