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안 묻던 자들에게 대답 가능하게 돼그들이 우리의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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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12일 12: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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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설 중인 나오미 클라인. 

    WS 점거 운동과 환경 운동 – 키스톤 파이프라인 저지 운동의 경우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 : 『쇼크 독트린 : 재앙 자본주의의 출현』 저자이자 사회운동가) : 내 생각에 지금 점거 운동은 승리하고 있다고 봅니다. 바로 며칠 전 백악관은 키스톤 파이프라인(the Keystone XL pipeline : 거대 다국적 정유회사인 쉘Shell사의 하청을 받아 트랜스 캐나다를 포함한 몇몇 합작회사들이 캐나다 북부의 원유 시추지에서 출발해 멕시코만을 연결하는 송유관을 건설하려던 공사. 이 파이프라인이 통과하는 각 지역의 원주민들과 북미의 환경운동 단체들이 이 사업이 잠재적으로 야기할 환경 재앙을 경고하면서 대대적인 반대 시위를 벌여옴)에 대한 환경 영향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아마 그 평가는 최소한 일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겠지요. 애초 그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려고 했던 기업(트랜스 캐나다 TransCanada)은 더 이상 공사가 지연되는 것을 기다릴 수 없고, 투자자들이 이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경제적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말이지요.

    환경영향 평가 과정에서 아마도 이 파이프라인의 설치 경로를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를 할 것입니다. 트랜스 캐나다는 설치 경로를 바꿀 경우 이 프로젝트의 경제적 타당성이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를 했지요. 좋습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원했던 승리입니다.

    우리는 오바마가 이 파이프라인 공사를 폐기하기를 원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건설되었을 때 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반될 것들은 타르와 각종 원유 폐기물 등이었기 때문이지요. 한번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야기할 환경적 재앙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것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건설 지연이 궁극적으로는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자체를 없앨 것이라고 믿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래서 내년 대통령 선거가 지난 이후 다시 이 프로젝트가 거론되면, 많은 사람들이 파이프라인 설치 공사를 막기 위해 맨몸으로 싸울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처음 이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 – 그리고 백악관 앞에서 벌어진 이 시위는 불과 3개월 전이었습니다 – 우리는 어쩌면 이 싸움에서 이길 승산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지요. 그러던 중에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이 생겨났을 때, 이 운동을 불러일으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던 빌 맥키번과 대화를 할 기회를 갖게 되었어요. 제가 말했지요. “점거 운동이 우리 운동을 돕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빌이 말하더군요. “나오미가 벌이고 있는 운동 또한 우리의 점거 운동을 돕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라고 말이지요.

    우리가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바로 지형이 바뀌었다는 것이지요. 환경이 바뀌었어요. 오바마가 이렇게 바뀐 지형 안으로 들어오려면, 특히 우리가 트랜스 캐나다와 국무부 그리고 트랜스 캐나다와 백악관 사이에 있었던 모종의 지저분한 거래(cronyism)를 폭로한 이후에는, 바로 그와 같은 부패에 대한 심판이 공원과 거리에서 그리고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예요.

    우리의 환경 운동과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 간에는 명백한 연관고리가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이 없었다면, 우리의 파이프라인 공사 반대 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바로 이것이 일상의 대화를 바꾼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키스톤 파이프라인 설치 공사를 철회시킨 것은 많은 성공 사례의 한 예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시애틀의 반세계화 투쟁과 대안의 문제

    나는 종종 이 운동을 시애틀에서 있었던 반세계화 투쟁(1999년 11월 30일 시애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국제무역기구 WTO 회의장을 점거하고 대대적인 반세계화 투쟁을 벌인 사건-역주)과 비교를 하곤 합니다. 나를 더 흥분하게 만드는 것은, 이 운동이야말로 기업 조직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심판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것처럼, 9.11 테러 이후 이 나라에서는 반자본주의 투쟁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고, 특히 반기업 운동(the anti-corporate movement)은 그 사건 이후 거의 흔적조차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리고나서 우리는 전쟁과 고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거나 부시가 추진했던 각종 어젠다에 대항해서 싸우기 시작했지요.

    그렇지만 우리의 운동은 사라진 게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감싸쥐고 시애틀과 워싱턴, 그리고 제네바 등 세계 각지에서 우리가 저항했던 자본주의와 금융 세계화에 대한 대안을 찾기 시작했던 겁니다.

    그래서 미국 각지에서 농산물 직거래 시장(farmers’ markets)이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지역 공동체에 기반한 농업(community-supported agriculture)이 번창하기 시작했지요. 또 많은 도시와 마을에서 경제를 지역 기반에 맞게 다시 조정하려는 시도(relocalize their economy)가 전개되었지요.

    사람들은 그것을 통해서 거대 독점 기업에 의존하던 삶의 형태를 바꾸려고 했던 겁니다. 그 기업들은 마이클 무어가 영화로 만들기도 했던 미시건 플린트에서처럼 이윤을 쫒아 쉽게 빠져나오는 그런 기업들이지요(마이클 무어는 <로저와 나>에서 미국의 거대 자동차 기업 GM의 생산 기지 폐쇄와 해외 이전 조치가 미시건 주 디트로이트의 플린트 시 공동체에 어떠한 재앙을 야기했는지를 생생하게 고발했다)

    이제 이런 운동들은 점점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지역에 기반을 둔 재생 에너지 사업들(community renewable energy)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사업들은 실제로 일자리를 만들고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10년 전에 그 사람들은 “그래서 니네들의 대안이 뭐니?”라고 조롱섞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졌지요. 그게 그 사람들의 우리를 깎아내리는 방식이기도 했구요. 그때 우리는 솔직히 거창한 대답을 가지고 있지 못했어요. 우리는 뭔가 보여줄 만한 성과 있는 대안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거지요. 물론 그때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이나 그와 유사한 어떤 것에 관해서 말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서 이 모든 것들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겁니다.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 참가자들. 

    현재의 경제 위기와 생태주의의 위기는 한 뿌리

    나는 생태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곧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유효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마치 상충되는 것인 양 말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두 가지는 하나의 위기이고 한 뿌리에서 나온 위기입니다.

    그리고 그 뿌리는 견제받지 않는 기업가들의 탐욕이구요. 그들의 탐욕에는 끝이 없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을 마치 쓰레기처럼 취급하고 이 지구를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아마 그들은 이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한 방울의 기름과 가스가 사라져버릴 때까지 그들의 행태를 바꾸지 않을 거예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사회의 근간을 뿌리채 뒤흔드는 것과 같은 사고방식이지요. 그리고 바로 그것에 대항해서 지금 우리가 싸우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우리는 일관된 어젠다와 설득 구조(narrative)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나서 우리의 토론을 한단계 더 전진시키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하겠지요. ‘이 실패한 시스템의 잔해 속에서 과연 무엇을 건설할 것인가?’라구요.

    나는 바로 그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니네가 원하는 게 뭔데?”가 아니라 “우리가 이 실패한 체제의 잔해 속에서 무엇을 건설할 것인가?”라고 질문하는 것 말이지요. 그러면 해결책이 보일 겁니다.

    생태 위기를 중심에 두고 그 해결책을 찾다보면, 결국 이 위기는 같은 위기라는 것, 그리고 생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바로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전국적인 규모로 대중 교통 시스템을 만들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발전 설비를 갖추며 재생 에너지 관련 협동조합 등을 만들지 않고서 도대체 어디에서 수백만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과연 다른 곳에서 이와 같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와 같은 환경친화적 사업 프로젝트들이 출현하기를 바라고 실제로 출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가들 사이에서 거대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먹거리 유통 체계를 점거하자는 요구가 있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지붕 위에다가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하는 캠페인을 벌이자고 제안을 하기도 했구요.

    지금 당장에는 이와 같은 시도들이 분산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 조만간 한데 모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나는 현재의 분노에 기반한 점거 운동을 다음 단계로 진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이 분노의 국면은 이제 조만간 희망의 국면으로 옮아가 또 다른 경제 모델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믿어요.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과 국가의 역할

    나오미 클라인 : (미국 연방 정부가 사회 개혁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솔직히 말해 이 점거 운동과 국가의 관계가 무언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강력한 국가의 역할(action)과 강력한 국가 개입(intervention)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그렇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가 국가로부터 원하는 정책들은 체계적으로 각 공동체에게 권력을 양도하고 그 권력을 분권화하는 것이라는 점이지요.

    제가 앞에서 소개했던 여러 가지 사례들 – 경제적 지역화(economic localization)나 공동체 기반 재생 에너지 사업이나 협동조합 같은 것들 – 이 흥미로운 것은 그것들이 공통적으로 권력을 양도하고 분권화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재생 에너지를 화석 연료와 비교해 보세요. 재생 에너지 사업은 도처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핵심입니다. 그 사업은 이윤을 많이 창출하지 않고 있지요. 왜냐하면 누구나 지붕 위에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고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미국의 거대 기업들(corporate America)이 결사적으로 그 프로젝트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들은 거대하고 중앙집중화된 해결책을 원합니다. 그래야만 보다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재생 에너지 사업들에 대해서 쏟아지는 비난과 분노가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유심히 살펴보면, 그것은 전부 권력의 집중(concentration of power), 수직적인 권력(vertical power)과 관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해결책은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작업은 아마 강력한 국가의 개입, 그것도 국민 경제 차원(national)과 국제적 차원(international) 그리고 지역적 차원(local) 모두에서 벌어지는 강력한 국가 개입이 없이는 실현되지 못할 거예요.

    그렇지만 국가 개입을 통해 공적 인프라에 투자를 한다고 해서 그 교통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책임(accountable)도 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요. 이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좌파들이 저지른 큰 실수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국가 권력이 기업 권력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타락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저지른 과거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봅니다.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에 함께 한 마이클 무어. 

    남은 과제들

    마이클 무어 : 이 운동은 아직 유아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운동은 성장할 것이고, 그러면 조만간 의료보험 제도 개혁에 관해서도 틀림없이 발언하기 시작할 거예요. 압도적인 다수의 미국인들이 국민의료보험 제도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제 공화당 사람들조차도 이 운동을 매우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어젯밤에 있었던 공화당 대선 예비 후보들간의 논쟁을 지켜봤는데, 어떤 후보가 “나도 99%다”라고 말하더군요.

    한마디로 그들도 우리의 언어를 차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사람들은 확실히 이 운동을 위협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뱅크 오브 아메리카도 은행 카드를 사용하면 매월 5달러를 청구하겠다고 했다가 점거 운동가들이 반발하고 시위를 벌이니까 얼마 전 철회했지요.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은 정말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점거’(occupy)라는 말만 해도 그래요. 몇주 전까지만 해도 이 말은 더러운 말에 속했지요. 실제로 더러운 말이니까요. 중동과 웨스트뱅크와 가자 지구를 떠올려 보세요. 미국과 이스라엘에 점령되어 있는 곳 말이지요. 그게 바로 점령(occupation)이고, ‘점령’이라는 말은 더러운 말이지요.

    지난 몇 주 사이에 우리는 그 말을 빼앗았고, 그 말의 의미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지요. 이제 우리가 그 말을 장악했습니다. 그리고나서 “아, 어쩌면 좋아. 이제 무엇을 하지?”가 아니라 실제로 점령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를 점령했고, <월스트리트 저널>을 점령했고 말이지요(워싱턴 D.C와 뉴욕의 점거 운동가들이 발행하는 ‘Occupied Washington Post’와 Occupied Wall Street Journal’을 빗댄 말). 그게 바로 이 운동이 어떻게 전개되어 나가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나오미가 말했던, 이제부터는 “더 이상 장난이 아니라는 말”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여 주기를 바래요. 배는 이미 항해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른 토론자가 이미 언급했던 것처럼 이 점거 운동과 유사한 일들이 200여 년의 미국 역사에서 나타났다가 실패하고 때로는 탄압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이 조만간 직면해야 할 냉혹한 현실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밤 이 토론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토론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한번쯤 생각해 보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점거 운동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월스트리트를 점거해서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라고 말이지요.

    여러분들은 월스트리트에 의해 점령을 당해 왔습니다. 여러분들의 집은 월스트리트에 의해 점령을 당해 왔습니다. 여러분의 정부도 월스트리트에 의해 점령을 당해왔고, 여러분들이 보는 미디어도 역시 월스트리트에 의해 오랫동안 점령을 당해왔습니다.

    이제 다음과 같이 말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더 이상은 아니”라고 말이지요. “나와 우리 집이, 우리의 정부와 미디어가 월스트리트에 의해 점령당하던 시절은 이미 끝났다.”고 말이지요.

    * 이 글을 우리말로 발췌 번역한 신희영은 신사회과학원 (The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 경제학과를 졸업하고(경제학 박사), 뉴욕시 소재 재정정책연구소(Fiscal Policy Institute)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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