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내라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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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12일 09: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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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30일, 선유도공원에서 녹색당 창당준비위가 결성된 이후 한국의 녹색당이 창당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행 정당법상으로 중앙당을 공식 창당하려면, 즉 전국 선거의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는 정당이 되려면 창준위 신고 이후 6개월 내에 1천명 이상의 당원을 가진 광역시도당을 5개 이상 창당해야 한다.

    환경단체들에게도 좋은 자극 될 것

    말하자면 창당 당원을 내년 4월까지 최소한 5천명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4월 11일에 총선이 있는 만큼 그 전에 중앙당 창당을 마치고 총선 참여까지 시도하는 것이 상식적인 수순일 것이다.

    알려진 바대로, 녹색당 창준위를 주도하는 이들은 하승수 변호사를 위시하여 지역 풀뿌리운동과 환경운동에 몸 담아왔던 이들이며 녹색 감수성으로 충만한 선남선녀들을 빠른 속도로 규합하고 있다. 초록정치연대의 후신 격이던 초록당사람들도 자연스레 합류했다.

    녹색평론사의 김종철 선생님도 든든한 후원자로 나섰고, 탈핵 교수모임과 탈핵 법률인모임으로 뼈와 살을 붙여가고 있다. 내 주변에 있던 진보신당 당원과 활동가 일부도 녹색당 창준위의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또 실제 창당 작업에 결합해 있기도 하다.

       
      ▲녹색상 서울지역 창준위 발족.(사진=cafe.daum.net/kgreens)

    이제까지 녹색당 창준위의 분위기는 무척 좋아 보인다. 한국사회 탈핵과 동물권 보호를 위한 창의적인 캠페인이 녹색당의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당원이 된다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들이 정치에 발을 들이는 계기가 되는 것도 무척 반가운 일이다. 현실 정치와 짐짓 거리를 두면서도 사실상 비판적 지지와 압력의 정치에 의존해 온 환경단체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것 같다.

    진보신당 내부의 격렬하고도 소모적인 통합 논쟁 와중에 몇 차례 ‘녹색사회당’ 노선을 제기했던 나에게도 여러 사람들이 묻는다. 당신은 녹색당으로 안 갔느냐, 또는 녹색사회당 노선은 이제 접은 것이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진보신당을 통해서 당분간 녹색좌파 정치의 노력을 계속할 것이고, 더욱 열심히 할 생각이다. 녹색당 참여 문제를 두고 개인적으로 의견을 구해 온 이들에게도 똑같이 말해주었다.

    진보신당을 통해서 녹색좌파 정치할 것

    우선, 녹색사회당이라는 (당명을 포함하는) 구체적인 목표가 유보된 것은 내게도 무척 안타깝다. 이 이야기가 지난 5~6월경 나올 즈음 적잖은 공감과 격려가 있었음을 생각하면 분하기까지 한 일이다. 만약 진보신당의 6월 당 대회에서 통합 여부가 결판났다면 이후 진로에 대한 ‘플랜B’ 논의가 급속히 대두되었을 것이고, 녹색사회당 제안이 논의의 한 축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통합 국면은 9월까지 진을 빼며 이어졌고, 이후 당 내의 여러 사태들까지 더해지면서 일단 진보신당을 지키고 정비해야 한다는 정서가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이러한 현실을 수긍했다. 앞으로 진보좌파정당 건설 연석회의의 장이 열릴 경우 재론할 수 있겠지만, 녹색사회당의 정세적 요청과 그 구체적 현실태의 만남은 좀 더 여유를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내가 지금 녹색당 창준위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세계와 한국 사회가 처한 커다란 위기와 위협에 대처하기에 그냥 ‘녹색당’은 협소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작금의 위기는 당연히 전 지구적 금융자본주의의 위기이자 석유와 핵을 위시한 에너지의 위기이고,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공기와 물의 위기다.

    그만큼 노동자와 토지를 막무가내로 쥐어짜는 고전적 착취 체제로도, 지속적 경제성장을 통한 계급 타협을 전제로 하는 사민주의적 해법으로도 누적되는 이 문제는 절대로 해결될 수 없다. 때문에 더욱 급진적이고 발본적인 체제 전환, 문명 전환 요구가 더욱 설득력을 높여갈 것이다.

    하지만 녹색당 창준위가 지향하는 바, 좌파와 우파의 구별이나 진보의 보수의 구별이 없는 녹색 역시 그것에 대한 적절한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시장의 폭력에 대한, 국가기구를 통한 조직적 지배체제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 그리고 제도적이고 운동적인 대안 강구가 함께 필요하다는 것은 ‘정치적 좌파’의 상식이다. 인간 사이의 평등과 사회와 자연의 균형에 대한 ‘총체적 고려’에 대한 강박은 좌파의 철학이자 일종의 본능이다. 현실 정치에서 좌파가 아무리 미력하고 무능하더라도, 그것은 놓칠 수 없는 좌파의 현실론이다.

    녹색당, 반자본주의 지향 명확히 하기를

    물론 녹색당이 더 유연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하고자 좌우, 진보 보수의 구별을 상대화하는 것은 아닐 터다. 아직 형성 중인 정당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위기와 문제를 접근하는 일정한 프레임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핵 발전, 4대강, 광우병과 구제역, 태안 기름 유출 사고, 기후변화 등 그 어느 것도 자본주의 경제 동학 그리고 자본주의 정치 체제와 무관한 것은 없다. 마르크스의 <자본>에 등장하는 자본주의가 걸어 나와 간단히 문제를 일으킨 것은 아니지만, 이 숱한 문제들을 자본주의의 본성과 함께 해부하고 자본주의 자체와 함께 극복해야 한다는 것은 내게는 여전히 당위이며 또한 현실 과제다.

    그리하여 이 대목에서, 한국의 운동 지형에서 나름 신파좌였던 나는 잠시 구좌파의 소리를 들더라도 반자본주의의 원칙을 환기하지 않을 수 없으며, 녹색당에게도 반자본주의의 지향을 명확히 하기를 기대하는 입장이다.

    그런 구호나 깃발이 대체 무슨 소용이냐고 한다면 대화는 끝이겠지만, 강령에 문구를 넣고 빼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누구든 알 것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예컨대 민주적 생태사회주의 노선이면 앞에서 제기한 문제와 위기들이 해결된다거나, ‘평등 생태 평화 연대’를 지향하는 진보신당은 협소하지 않고 충분히 풍부하다는 주장 역시 아니라는 것도 따로 부연할 필요가 없으리라 본다.

    그런데 내가 애초에 녹색당이 아닌 녹색사회당을 이야기한 것은 일종의 비교정치학적 이유도 있었다. 즉 지금도 순수한 녹색당들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큰 세를 갖는 것이 독일 녹색당이며 일종의 이념형처럼 되어 있지만 독일 녹색당도 독일-맥락적인 조직인 것도 사실이다.

    녹색과 좌파의 만남

    단순하게 말하자면, 강력한 조직 노동을 기반으로 수십 년 동안 좌파 정치를 대표하던 사민당과 구소비에트 체제의 공산당이 생태주의와 여성주의 등의 문제의식을 소화하지 못하고 체제내화 또는 보수화된 반면 60년대 말에 폭발한 신좌파 운동의 주체와 에너지를 담아낼 새 그릇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 녹색당이 창당 이래 최고의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지만, 최근 독일 급진정치의 스토리는 녹색당 외에 좌파당과 해적당 같은 존재들도 같이 써나가고 있다는 것 역시 독일-맥락의 일부다. 독일 국가와 사회의 중앙과 지역에서 녹색당이 많은 성취를 이루었지만 녹색당이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의제와 문화, 에너지들도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서 최근 해외 녹색정치의 흐름은 많은 경우 순수 녹색당이 아닌 녹색좌파 혹은 무지개 정치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데, 나는 이러한 현상 역시 기존의 좌파정치가 필수적으로 녹색의 문제의식을 흡수할 수밖에 없고 역으로 녹색정치 역시 반자본주의적 지향을 현실에서도 분명히 해야 할 필요성을 자연스레 받아들인 결과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유럽의회의 교섭단체인 좌파그룹(GUE/NGL)은 공산당과 좌파당을 포함하는 유럽좌파연대와 노르딕녹색좌파가 함께 구성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좌파생태자유(SEL)는 당 대표인 니키 벤돌라가 내년 총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총리 후보로 꼽힐 정도로 상승세인데, 이 조직도 재건공산당과 녹색당 그룹 등이 다양하게 결합되어 있다.

    영국 노동당 좌파를 규합하려 시도했던 RESPECT도 조직 노동과 생태, 여성, 평화 등의 이니셜을 모아 당명으로 사용했다. 프랑스에서 녹색당이 독일만큼 세를 얻지 못하는 것은 좌파당이나 반자본주의신당(NPA) 등 급진좌파들이 녹색정치에도 적극적이라는 사실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요컨대 녹색좌파의 실험은 세계적으로 전개 중이다.

    녹색당 창당, 한국정치 바꾼다

    그러나 이를 두고, 한국도 녹색좌파당이나 녹색사회당이어야 한다고 기계적으로 주장할 것은 아니다. 현실의 정치는 일정한 경험과 단계가 필수적인 경우도 있다. 누구는 통합을 하면 잘 될 것인지, 누구는 한 데서 얼어죽지 않고 살아남을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잘하는 일인지 하는 것조차 논리와 설득만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알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녹색당으로 가장 역동적인 출발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가는 것이 옳고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녹색당이 실제로 창당되어야 한국 정치가 바뀐다는 것이다. 반핵과 탈핵이 모든 선거의 의제가 되는 것은 민주노동당이 창당되고 원내에 진입하여 평등과 연대의 화두를 던진 것보다 결코 의미가 작지 않다. 말도 안 되는 토건 예산이 눈앞에서 통과되고 참혹한 삽질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때, 이를 막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정치세력들이 현실 정치에 자리를 잡아야 생태사회 전환도 현실이 된다. 진보신당조차도 녹색당이 공식 창당될 때 그만큼 바뀔 것이다.

    때문에, 녹색당이 함께 총선에 나설 경우 진보신당에게 예상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녹색당 창당을 응원한다. 그리고 꼭 창당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녹색좌파정치 전체의 판이 커지도록, 한 편으론 반성하고 한 편으론 더욱 많이 토론하고 조직하고 연대할 것이다.

    그리하여 일정한 과정이 지나면 나를 포함하여 모두의 고민도 진척되고 생각도 가다듬어질 것이며 한국에 필요한 녹색좌파정치의 내용과 동의할만한 모양새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 때까지 서로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과 문제제기, 교류가 그 촉진을 도울 것임은 물론이다.

    끝으로, 12월 20일 화요일 저녁 6시 30분부터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1층 북카페에서 “녹색당 창당을 위한 그린파티”가 열린다고 한다. 김종철, 이유진, 한재각, 하승수님의 저서도 팔고 녹색경매도 하면서 녹색당 창당의 동력을 끌어올릴 모양이다. 응원할 분들은 참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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