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적 국가자본주의 체제였다
    2011년 11월 13일 06: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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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계획을 중앙의 지령이라는 의미로 이해한다면, 스탈린 체제의 공업화 드라이브는 계획된 것이다. 사적 자본주의에서 경제는 맹목적으로 작동하며, 따라서 특정 시점에서 사적이고 자율적인 여러 결정들의 총합을 나타내지만, 소련에서는 정부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그러나 ‘계획경제’라는 말을 모든 구성 요소가 단일한 리듬에 따라 조정되고 조절되며, 갈등이 최소화되고, 무엇보다 예측을 바탕으로 경제적 결정이 내려지는 경제로 이해한다면, 소련 경제는 결코 계획경제가 아니다. – 본문 중에서

   
  ▲책 표지. 

2008년 세계경제 위기에 뒤이어 다시 찾아온 위기는 자본주의가 고장났음을, 따라서 자본주의의 대안이 절실함을 밝히 보여준다.

그러나 이집트 혁명을 비롯한 중동의 민중 반란, 스페인의 광장 점거 운동, 그리스의 총파업, 영국의 소요 사태, 최근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 등에서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대안이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오래 전부터 거론되던 사회주의는 “소련도 망했잖아”라는 말 한마디로 가볍게 무시당하는 게 현실이다. 그만큼 자본주의의 대안 논쟁에서 사회주의와 소련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새로나온 책 『소련은 과연 사회주의였는가』(토니 클리프 지음, 정성진 옮김, 책갈피, 22000원)의 저자는 소련 스탈린 체제가 한창 강성했을 때인 1947년에 이미 고전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소련 체제를 심층 분석해서 소련이 사회주의가 아니라 관료적 국가자본주의 체제임을 규명하고 소련 노동계급이 아래로부터 투쟁으로 체제를 전복하는 것만이 진정한 사회주의를 복원하는 길임을 역설한 바 있다.

이런 클리프의 분석과 전망은 1989년 이후 동유럽과 소련의 체제 붕괴로 그 올바름이 입증됐다. 만약 스탈린 체제가 노동자 국가였다면(변질됐더라도) 그 국가에서 자본주의가 부활할 때 노동자들은 자본주의에 맞서 ‘자신들의’ 국가를 방어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스탈린 체제가 탈(脫)자본주의 사회였고 1989년 이후 자본주의가 부활했다면, 어떻게 그토록 놀랄 만큼 쉽게 자본주의가 부활할 수 있었겠는가? 당시의 ‘체제 전환’은 아래로부터 체제 전복이 아니라 옆걸음질에 불과했기 때문에 옛 지배자들(이른바 노멘클라투라)이 새로운 시장 자본주의에서도 계속 피지배자들을 착취하고 억압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이론은 세계 변혁의 행동 지침이고 세계는 끊임없이 변하므로 이론도 현실의 변화에 맞게 변해야 한다.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소련 사회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추적, 분석해서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혁신한 이 기념비적 저작은 오늘날 자본주의의 대안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봐야 할 책이다. 소련 사회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은 사회주의의 진정한 의미 자체를 잘못 알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고장난 자본주의를 대체할 진정한 사회주의 대안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이 책은 1993년에 책갈피 출판사가 『소련 국가자본주의』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판했다가 절판된 것을 소련 붕괴 20주년을 맞아 번역을 다듬고 부록을 교체, 추가해 다시 출판한 것이다.

                                                  * * *

저자 : 토니 클리프 (Tony Cliff)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1917년에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났다. 1930년대에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가 됐고 트로츠키주의 혁명 조직을 건설하다가 제2차세계대전 직후 영국으로 이주했다. 소련과 동유럽을 깊이 연구한 끝에 이 사회들이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라고 주장하며 정설 트로츠키주의와 결별하고 국제사회주의경향(IST)의 이론적 토대를 놓았다.

그가 창설한 ‘사회주의 평론 그룹’은 1960년대에 ‘국제사회주의자들'(IS)이 됐고 1970년대에는 ‘사회주의노동자당'(SWP)으로 발전해 영국에서 가장 큰 급진 정당이 됐다.

역자 : 정성진

국내 최초의 마르크스주의 특성화 대학원인 경상대학교 대학원 정치경제학과 초대 학과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같은 대학 경제학과 교수 및 사회과학연구원장과 계간 『마르크스주의 연구』 편집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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