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것 탈진 때까지 태우겠다비례후보 2년제 검토…파시즘 우려"
    2011년 11월 12일 11: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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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용희

– 2012년 주요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유동성이 높아졌다. 개헌 논의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야권에서는 재편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공통적으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진보신당도 마찬가지다. 기존 정당 모두가 위기적 상황이다. 안철수와 박원순의 바람이 불고, 새로운 정당의 출현이 예상되고 있다.

진보신당이 조직을 추스르고 도약하기 위해서 역량을 쏟아야겠지만 현실 정치판의 흐름과 변화에 예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론가적 전망보다는 주체적 ‘플레이어’로서 정치현실에 발을 들여놓았는데, 개인적으로 야권 정계 개편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 전망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일단 총선과 대선에서 반한나라당 전선이 승리하고, 진보신당이 여기에 기여할 몫이 있기를 바란다. 지금 시기에 특히 민주당과의 관계에서 통합연대와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몫이 어느 정도 될지 분명하지 않다. 진보신당의 운신의 폭이 이들보다 밀릴 것으로 예단을 할 이유는 없다.

   
  ▲사진=정용희

거듭 강조하지만 이는 우리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다. 반한나라당 바람이 휘몰아치는 과정을 좀 더 섬세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으며, 이런 가운데 진보신당이 내용을 채우고 담아낼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할 수 있다.

박원순과 안철수의 등장은 국민들의 변화 요구를 기존 정당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생긴 현상이다. 박원순 시장이 되고 긍정적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이런 것을 참고로 정권 교체가 이뤄졌을 때 구체적 변화의 내용이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진보신당의 구체적 역할이 나타날 것이다.

총선과 대선보다 그 이후 2013~2014년에 경제위기가 더 심화된 모습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정권 교체가 이뤄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통합연대 등이 범여권을 형성하거나, 심지어 연립정부 얘기까지 나오는 현실에서, 한나라당이 유일 야당이 된다면 대단히 위험한 사태가 발생될 수 있다.(홍 후보는 다른 인터뷰에서 이 경우 파시즘이 도래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환경이 ‘진보성’을 담보하지 못할 때 일상에서 이것을 구현하거나 담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컨대 진보 단체나 시민사회 단체 내부에서도 진보를 얘기하며 위계질서, 권위적 의사결정 구조, 선후배 문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때문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선거 때의 이합집산과 붕당정치 같은) 진보정치와 진보정당의 문화가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 거듭 강조하지만 원칙에 입각한 섬세한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 이른바 ‘3자 원샷 통합’이 이뤄질 경우 진보신당의 존재감은 많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녹색당과 사회당과의 통합 추진을 위해 움직이겠다고 했는데, 이들 역시 내년 선거에서는 주요 변수로서 힘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그리고 녹색당을 언급하는 것은, 만들어지지도 않은 당에 대한 ‘결례’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 사회당과의 통합 논의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시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만 남아 있다. 진보신당 대표단 선거가 끝난 이후 곧바로 논의에 들어갈 것이다. 물론 녹색당의 경우 아직 창당 과정이다. 녹색당은 지향하는 가치가 우리의 그것과 만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다.

우리 안에 사민주의 좌파도 있지만 녹색 지향하는 당원도 많기 때문에,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 자연스레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이다.

– 선거 이후의 정세를 전망하면서 진보야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선거 이후의 진보야당 위상은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과에 대한 과도한 비관도 낙관도 조직에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5% 득표 4~6석의 목표치는 달성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것이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부적인 계획은 아니더라도, 이를 가능케 하는 복안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 가능한 최대 목표치가 5%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아무튼 우리는 총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총선 결과에 당이 흔들릴 수 있다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만에 하나 선거 결과가 기대보다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온다고 해도, 우리는 우리 길을 계속 갈 것이다.

그 같은 선거 결과는 진보의 정체성에 기반하고 있는 우리 당의 역량이 그 수준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고, 또한 한국사회의 진보정치 역량이 그 수준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 우리는 거기서부터 또 새로 시작할 것이다. 만약에 많은 사람이 지쳐서 떠나가 버린다면 우리는 현장에 산개하고, 하방을 해서 후일을 도모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물론 우리는 총선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총력을 경주할 것이다. 이후 대표단과 시도당 위원장 그리고 당원들과 협의할 문제이긴 하지만 나의 거취도 선거의 승리, 당의 발전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이다.

내가 지역구에 나오는 것이 당에 유리할지, 비례대표로 나오는 것이 좋을지 최대한 열어놓고 논의하겠다는 의미다. 나에게 만약, 영향력 또는 상징자본이 있다면 진보신당을 위해 탈진할 때까지 그것을 다 소진시키겠다. 이왕에 무대에 올랐으니 정말 치열하게 해보겠다. (그는 비보도를 전제로 몇 가지 복안을 얘기했다. 복안이  현실화되면 그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 진보정당에는 이른바 명망가 콤플렉스가 있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 표현 자체가 사회적으로 부정적 맥락에서 통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널리 알려진 인물이나 리더들의 의미는 중요하다. 진보신당의 홍 후보도 그런 경우라고 본다.

이런 의미라면 진보정당에 명망가는 많으면 좋은 것이다. 명망가 중심이 아니라 평당원 중심 정당이라는 가치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둘이 상충하거나 배척하는 가치로만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사진=정용희

= 그런 논의가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명망성을 획득했던 간에 그것을 당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이름이 없는’ 후배들을 발굴해내고, 널리 알려내는 것도 우리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명망가 자체가 부정적 의미로 쓰여서는 안 되며, 그들이 어떤 관점에 서 있는가가 중요하다.

이 문제는 물론 대표단이나 당 내 토론을 거칠 문제이긴 하나, 비례대표 의원의 임기를 과거 독일 녹색당처럼 4년이 아니라 2년으로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줌으로써 국민들과 폭넓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런 의견에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으로 생각한다.

구 민주노동당 시절 그 논의 잠깐 있었다가 수그러들었다. 8명이 완주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경험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례대표 후보의 경우 국민들은 사람을 보고 찍은 것이 아니라 당을 보고 찍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

– 그럴 경우 ‘전문성’ 논란에 부딪칠 수 있다. 후보 개인들의 전문성과 역량, 당 전체로서의 정책 역량이 전제가 돼야 될 것 같다.

= 물론 그런 것들이 전제돼야 한다. 당의 강화된 정책 역량이 토대가 되면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성이라는 것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측면도 있다. 기본 원칙의 중요성이 덜 강조되고 전문성만 얘기되는 것은 어떤 면에서 ‘실용’을 강조하는 데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유럽의 경우 사회당 정권이 들어섰을 때 장관으로 기용된 인문들을 보면 전문성보다는 기본철학, 가치 이런 것들을 중시한다. 전문성은 그 이후의 문제라고 본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에서 특히 ‘상대방’들과 맞대결을 하기 위해서 그만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중요한 거 아닌가.

= 19세기 후반 부르주와 정당의 중요한 구성 부분은 율사들이었다. 오늘 날에는 경영이나 경제 분야의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걸 무시할 수 없지만, 전문성을 앞세운 토론에 의해 정신이랄까, 변혁성을 순치시키는 대목이 충분히 있다.

금지된 것을 욕망하고, 상상하는 불온성, 이런 것이 진보신당한테는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전문성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거기에 가두고 싶지는 않다.

-직업 정치인이라는 표현이 와 닿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해가 된다. 하지만 중요한 시기 진보정당 대표로 나온 사람으로서 직업 정치인이 안 되기는 어렵다. 진보정당 역할이 권력 견제라고 했다. 집권하면 다시 당을 비판하는 위치로 가겠다고 했는데, 책임지는 정치인의 자세도 중요한 거 아닌가?

이런 얘기를 들으면 위기와 거센 풍파를 만난 진보정당을 이끌고 나가는 난세의 지도자라기보다 ‘원 포인트 릴리프 투수’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한다.

= 당 대표라는 자리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오른 무대에서 치열하게 해보겠다는 각오는 갖고 있다. 직업 정치인이라는 표현이 보편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부정적 뉘앙스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이 직업정치인의 것이라면 이 일을 열심히 하겠다.

그럼에도 한 가지. ‘직업정치인’이 돼도 글은 계속 쓰고 싶다. 진보정치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 인터뷰만 하는 게 아니라 중요한 현안과 이슈에 대해 내 생각을 논리를 담아서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당연한 자세라고 본다.

정치인들이 책임 있는 글을 쓰지 않고 인터뷰를 통해 많이 숙고하지 않은 의견을 임기응변으로 얘기하다 보니 무책임하게 되고, 나중에 말을 돌리는 일까지 생기게 된다.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 위해서도 자기 논리를 펴는 글을 쓰는 그런 정치인으로 남고 싶다.

– 통합연대의 3인 대표에 대한 진보신당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홍 후보도 상당히 비판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세 명에 대해 홍 후보보다는 덜 비판적이다. 다만 자신의 선택에 대해 그 의미와 지향을 대중적이고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보는 편이다.

= 바로 그런 문제와 연관돼 있다. 그 동안 민주노동당의 우경화를 막기 위해 합당하겠다는 얘기를 줄곧 해왔다. 그런데 바로 그 목소리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 논리로 포장돼 국민참여당까지 원샷 통합을 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자신들의 선택,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말이나, 인터뷰 같은 게 아니라 글로써 논리 정연하게 공개했다면 지금과 같은 일은 쉽게 벌어지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출마 선언 이후 2주 정도 지났다. 진보정치 최일선에서 당원들과 만나고, 언론들과 만나면서 바쁘게 지내시는 것 같다. 비판적 지식인에서 실천하는 정치인으로 변신을 잘 돼가고 있는 중인가? 당원들을 후보로서 만나는 소감도 함께 말해 달라.

= 당원들과 만나서 당 대표 후보로 나서는 결정을 하게 만든 이유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런 맥락을 떠나서라도 진보신당의 당원들은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다. 역사적으로 이렇게 척박한 땅에서 진보정치, 진보정당의 몇십 년 역사를 통해서 남아있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이런 분들의 충격, 실의, 동요를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이 출마의 1차적 배경이다.

이제 당 내 동요는 수습 단계에 와있다. 박노자 선생의 참여도 힘이 됐고, 최근에는 탈당자 수보다 입당자 수가 더 많았을 때도 있었다. 지역을 다니면서 당원들을 만났을 때도 그 동안 갈등했던 요인을 극복하고 새로운 출발점에 함께 설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하자는 당원들의 다짐을 느끼고 있다.

   
  ▲사진=정용희

홍세화 후보의 마무리 발언은 정체성과 장기적 전망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저한테 진보신당 당원들은 진보정치를 일궈내기에는 너무나 척박한 땅에서 형성된 아주 소중한 분들이고, 나의 결심을 가능하게 한 기본적인 배경이다.

진보정치가 이렇게 소멸할 수는 도저히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정체성을 토대로 올바르고 올곧은 자세로 이 척박한 땅에 진보를 뿌리내리는데 함께하기를 바란다."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원 포인트 릴리프 투수’ 같다는 느낌을 줬던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 후보 출마자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된 대화 속에서 ‘반짝 구원 투수’가 아니라 ‘완투’를 하기 위해 올라온 선발투수라는 새로운 느낌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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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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