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의 삶과 문학 이야기
    2011년 11월 05일 02: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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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바라보면 도종환은 바른 심성과 부드러운 감성의 서정시인이다. 꽃향기가 코에 닿으면 꽃이 말을 걸기 위해 향기를 흘려보낸 거라고 생각할 만큼 예민한 감각을 지닌 사람이 도종환이다. 그러나 조금 가까이서 바라보면 그의 부드러움 안에는 강인한 투지가 들어 있다. 그는 헌신적인 교사이자 교육운동가였고 열성적인 문화운동가인 것이다.

그런데 더 깊이 들여다보면 도종환의 인생 역정은 시련과 상처의 연속이다. 소년 시절에는 부모와 헤어져 굶주린 나날을 보내야 했고, 청년 시절에는 ‘한 마리 외로운 짐승’처럼 절망의 감정에 휩싸여 미친 듯이 술을 마시고 자학에 빠지기도 했다. 10년의 힘든 해직 생활 끝에 복직했으나, 자율신경의 실조로 더 이상 교단에 서는 생활을 지탱할 수 없게 된다.

놀라운 것은 도종환이 이 모든 곤경을 딛고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가난과 외로움, 좌절과 방황, 해직과 투옥, 고난과 질병 같은 현실적 악조건은 오히려 그를 더 높은 수준에서 자아의 완성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된다. 시를 쓰는 일과 깨달음을 구하는 일이 근본에 있어서 하나라는 것을 자신의 온 생애를 통해 증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종환의 이 자전적 에세이는 문학과 종교를 넘나드는 드문 감동의 기록이다. – 염무웅(문학평론가, 영남대 명예교수)

   
  ▲책 표지. 

화가가 되고 싶었으나 시인이 된 소년, 부드러우면서 곧은 시인, 따뜻하고 열정적인 선생님, 해직과 투옥을 겪으면서도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던 교육운동가 도종환의 신작 에세이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이철수 그림, 한겨레출판, 15000원)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터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쳤던 날들, 교육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간 이야기, 『접시꽃 당신』으로 가족과 함께 상처받고 힘들었던 시절, 아파서 숲에 들어가 혼자 보내야 했던 시간들의 이야기까지, 한 편 한 편의 시를 통해 그의 인생을 담담하게 솔직하게 때론 절절하게 담고 있다.

자신의 삶 이야기가 들어 있는 시들을 골라 그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고 시를 들려주는 이 책은, 시인의 오랜 지기인 판화가 이철수의 채색그림과 함께해 책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저자는 충북 보은의 황톳집에서 자신의 삶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되짚으면서, 자전적 이야기를 세세히 펼쳐낸다. 가난과 외로움과 좌절과 절망과 방황과 소외와 고난과 눈물과 고통과 두려움으로부터 시작한 문학, 그리고 그것들과 함께 여러 가지 사건들을 겪으며 여기까지 온 삶의 이야기를, 그것으로 인해 시인이 되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그는 살아온 인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시를 통해, 삶과 시가 하나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의 시를, 그의 문학을, 그의 삶을 기대해본다.

                                                  * * *

저자 : 도종환

1954년 청주에서 출생했다. 그동안 《접시꽃 당신》, 《부드러운 직선》, 《해인으로 가는 길》,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등의 시집과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마음의 쉼표》 등의 산문집과 동시집 《누가 더 놀랐을까》, 《정순철 평전》등을 펴냈다. 신동엽창작상, 정지용문학상, 윤동주상 등을 수상했으며,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요즘은 충북 보은의 산골 황톳집에서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그림 : 이철수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판화가인 이철수는 오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평가로 처음 미술 활동을 시작했으며 1981년 첫 개인전 이후 1980년대 내내 탁월한 민중 판화가로서 이름을 떨쳤다. 1990년 무렵부터 자기 성찰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관심으로 판화 영역을 확대해 간 그는 그 후 일상과 자연과 선(禪)을 소재로 한 새로운 작품에 몰두해 왔다. 단아한 그림과 글에 선적인 시정과 삶의 긍정을 담아내는 이철수의 판화들은 ‘그림으로 시를 쓴다’는 평판과 함께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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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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