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의 세계적 대문호와 대화
        2011년 10월 30일 10: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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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도네시아의 양심’이라 불리는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는 네덜란드와 일본의 식민 지배, 그리고 수하르토의 권위주의 정치체제에 맞선 지식인이자, 수차례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을 만큼 세계적인 대문호로 손꼽힌다.

    인도네시아의 세계적 대문호

    대표작인 ‘부루 4부작’은 적어도 28개 이상의 언어로 옮겨져 전 세계의 독자에게 사랑을 받았고, 2006년 그가 타계했을 때 해외 주요 언론에서는 “세계 문학계의 큰 손실”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작가의 망명-인도네시아의 대문호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와의 대화 』(투르 외 지음, 여운경 옮김, 후마니타스, 11500원)는 유럽이 아시아를 둘러싸고 식민지 쟁탈전을 벌인 16세기부터 1998년 5월 수하르토가 몰락하기까지의 인도네시아 근·현대사에 대한 이야기다.

    1925년 프람이 태어났을 때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 아래 있었다. 1942년 일본이 동남아를 점령하면서 네덜란드의 지배는 종식되었지만, 그저 일본이 그 자리를 대신했을 뿐이었다. 1945년 일본이 물러난 뒤에는 (연합군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자기 영토’를 수복하겠다며) 네덜란드 군이 들어왔다.

    이를 물리치고 독립을 일군 시기를 인도네시아에서는 ‘혁명’기라고 하는데, 프람도 이때 자원입대해 힘을 보탰고 1947~49년 포로 생활을 하기도 했다. 독립 투쟁 시기의 혁명적 기운을 체험한 프람은 사회 개혁과 이를 위한 문학의 역할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1965년에 일어난 쿠데타 이후 수하르토가 집권하면서 2백만 명에 가까운 공산주의자와 급진주의자, 운동가 등 수카르노를 지지하던 세력이 학살당했다. 프람의 시련도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1998년 수하르토가 하야할 때까지 서구 열강의 지원을 바탕으로 30년 넘게 이어진 권위주의적 통치 시기는, 프람이 유배와 강제노동, 그리고 가택 연금에 처했던 세월과 거의 일치한다.

    국제사면위원회 등 여러 국제단체는 물론, 귄터 그라스를 비롯한 저명인사들의 구명 활동에 힘입어 유배에서 풀려날 수 있었지만,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고, 출간된 작품은 곧바로 금서가 되는 등 철저히 고립되었다. 적어도 1998년까지 그는 동시대 인도네시아 인에게 ‘보이지 않는’ 거인이었다.

    식민지배의 비판과 긍정적 유산

    “위대한 인도네시아 문화라고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인도네시아 문화는 빈약합니다. 도대체 거기 실제로 뭐가 있는 거죠? 진정한 인도네시아 문화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 지난 1백여 년간 자바가 모든 것을 지배해 왔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젊은 세대는 낡은 문화를 잊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야 합니다.”

    인도네시아가 처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글쓰기를 통해 이를 드러낸 프람은, 인도네시아의 문화를 무비판적으로 옹호하지도, 종족적 민족주의에 사로잡히지도 않았다. “당연히 식민지 시기에는 잔혹함이 일상화되어 있었죠. 그렇지만 한편으로, 네덜란드 인들은 적어도 이전에 알지 못했던 일종의 평등이라는 개념을 우리 사회에 소개했습니다.”라고 하는 프람은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를 비판하는 동시에 그 긍정적인 유산은 받아들였다. 

    프람은 새로운 인도네시아를 건설해야 한다는 바람을 실현할 인물로 수카르노를 지지했다. 아직까지 인도네시아 역사를 통틀어 진정한 지도자라고 할 만한 사람은 수카르노뿐이라고 한 그는, 젊은 세대도 자신들의 지도자를 배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수카르노를 옹호했던 프람이었지만,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의 경제적 지배권을 국가로 환수하기 위해 이들을 탄압한 수카르노 정부에 반대해 투옥되기까지 했다. 이처럼 배타적으로 종족을 구분하거나 차별하지 않으면서 불평등한 사회체제를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해 온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인도네시아 민족주의와 역사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이 서구 학계에서 인정받고 찬사를 받는 것은 뛰어난 문학적 성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도 나타난 식민 지배 시기에 대한 객관적인 성찰, 서구 사회와 문화, 자본 등에 대한 비판 의식을 작품 속에 녹여 냈기 때문이다.

    몇몇 노벨상 수상 작가들을 제외하면, 이른바 제3세계 대표 작가들의 경우 작품의 가치와 그 함의가 출중함에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작품들에 대한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들어 있고, 옮긴이 후기를 통해 대표작의 해제가 담겼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을 본론이라고 한다면, 『작가의 망명』은 일종의 ‘서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 *

    저자 :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 (Pramoedya Ananta Toer)

    인도네시아가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부루 4부작’을 비롯한 그의 작품들은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거의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다. 2006년 그가 타계했을 때 많은 해외 언론들은 “세계 문학계의 큰 손실”이라며 애도했다.

    수하르토 독재 체제 아래 강제수용소 생활과 가택 연금, 작품의 출판 금지 등을 겪으면서, 수하르토 체제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에 나눈 대담을 기록한 이 책에서는 세계적 작가의 삶과 문학 세계, 그리고 그 근간을 이룬 인도네시아 근·현대사를 작가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재조명했다.

     

    저자 : 안드레 블첵 (Andre Vitchek)

    체코계 미국인으로 소설가, 영화 제작자, 탐사 기자이며, 메인스테이 출판사의 공동 설립자이자 오클랜드 재단의 선임 연구원이다. 현재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 지역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저자 : 로시 인디라 (Rossie Indira)

    건축가, 사업 분석가, 작가다. 『작가의 망명』 인도네시아판의 공저자이기도 한 그녀는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자카르타 포스트』와 『가트라』에 기고하고 있다.

     

    역자 : 여운경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인도네시아의 다룰 이슬람 반란: 서부 자바와 아체의 비교 연구”(Darul Islam Rebellion in Indonesia: A Comparative Study of West Java and Aceh)로 석사 학위(동남아시아 연구)를 받았다.

    현재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 사학과에서 1950년대 인도네시아 팔렘방 지역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쓰고 있으며, 다트머스 대학에서 동남아시아 역사와 인도네시아 역사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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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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