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곡동 게이트'는 '배임정권'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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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25일 06: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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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집을 마련한다면서 강남구 내곡동에 대규모 사저 대지를 사들인 사건은 ‘게이트’라는 명칭을 붙이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다. 경호처는 국민 세금으로 시가보다 비싸게 땅을 사들였고, 이대통령은 별다른 재산이 없는 아들 이름으로 시가보다 싸게 땅을 사들였으니 누가 보아도 국민세금을 사저 구입에 썼다는 의심을 갖게 된다.

    이런 일이 <시사IN>의 기획 취재로 드러나자 <조선일보>는 아들 명의를 이 대통령 본인 명의로 바꾸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 정도 조치로 무마될 일이 아님은 누가 보더라도 분명했다. 민심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던 청와대도 이번만은 그대로 버티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경호처장을 경질하고 내곡동 사저 구입을 없던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

    ‘업무상 배임죄’로 봐도 무방

    우리 형법 제355조는 횡령죄와 배임죄를 규정하고 있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는 것이다. 형법 제356조는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내곡동 게이트’는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한민국 정부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들이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한 것이니, 드러난 사실만으로 보아도 최고형이 징역 10년인 ‘업무상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보기에 무리가 없다. 이들은 공(公)과 사(私)를 분명히 구분해야 하는 기초적 임무를 위반해서 사익을 취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내곡동 사저 계획을 백지화한다고 해서 범죄행위가 무마되는 것도 아니다. 도둑이 절도를 한 다음날 아침에 마음이 변해서 주인한테 훔친 물건을 되돌려준다고 해도 절도죄가 무혐의가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말하자면 범죄행위는 이미 완료된 것이다. 더구나 언론에 의해 폭로되자 할 수 없이 백지화한다고 했으니, 자고 일어나서 양심의 가책 때문에 훔친 물건을 되돌려준 도둑에 비할 바가 아니다.

    수십억원 대의 부동산 거래가 이미 이루어졌기 때문에 과연 원상회복이 될는지도 알 수 없다. 대통령이 퇴임 후 어디에 살 것인지는 대통령 본인의 결심이 없이는 결정하기가 불가능한 것인데, 일개의 경호처장이 이런 일을 책임지고 저질렀다는 변명은 그냥 듣기에도 거북하다.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죄 기소의 경우

    횡령죄와 달리 배임죄는 구성요건이 애매하기 때문에 검찰에 의해 남용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회사의 간부가 회사에게 손해가 되고 제3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알고도 방치했다면 배임이 되겠지만 단순한 경영상의 실수가 배임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그 구분이 모호할 수 있기에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우려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 검찰이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배임죄로 기소한 것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정연주 전 사장은 사장을 지내던 지난 2005년 국세청을 상대로 KBS가 제기한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의 1심에서 이기고 항소심을 진행하던 중 법원의 조정권고를 받아들여 556억원을 환급받기로 하고 소송을 취하해서 KBS에 1892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는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나 1심, 2심, 3심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검찰은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공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세금 환급을 철저하게 받아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정 전 사장을 기소했으니, 대한민국 정부의 일원인 검찰이 정부보다 공기업을 더욱 사랑한 셈이다.

    보통 사람 상식으로는 정부기관인 검찰은 같은 정부기관인 국세청 편을 들어야 하는 법인데, 검찰이 별안간 KBS의 수호천사로 돌변해서 정연주 전 사장을 향해 칼을 빼들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정 전 사장이 겪어야 했던 고초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 전 사장의 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생각했던 검찰이, 아무리 선의로 해석해도 국고를 빼돌린 것으로 보이는 ‘내곡동 게이트’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국고 탕진한 국책사업의 ‘배임’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 우리나라 재정이 매우 나빠졌다고 한다. 그리스 같은 나라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재정이 부쩍 나빠진 이유는 정부가 불필요하거나 정당성이 결여된 사업에 돈을 퍼부었기 때문인데, 4대강 사업과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대표적인 경우다.

    4대강 사업은 멀쩡한 하천을 살린다면서 불과 2년 동안에 35조원을 퍼부은 망국적인 사업이다. 4대강 사업에는 현대건설 등 우리나라 굴지의 토건회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도무지 4대강 사업을 이렇게 밀어붙인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2012년 4월 총선이 끝나고 청문회에서 밝힐 일이다. 하천환경을 파괴하면서 국고를 탕진한 4대강 사업의 배후에 ‘배임’의 냄새가 강하게 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보금자리주택 사업도 마찬가지다. 무주택자에게 집을 시가보다 싸게 공급한다는 이 사업으로 인해 주관사인 LH공사는 회복 불능한 상태에 빠졌다. 다음 정권에서 LH공사를 청산하고 부채는 국고로 부담하는 특단의 대책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서 생각해볼 점은 LH공사야 어떻게 되든 간에 이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제대로 돈을 받아챙겼으리라는 사실이다. 국가재정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또 공기업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건설회사들은 돈을 많이 벌었을 것이니,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의혹도 내년에 새로 구성되는 국회가 밝혀내야 할 것이다.

    배임은 일을 처리하도록 위임받은 사람이 위임을 한 사람들을 배신하는 행위다. 물론 위임을 배신으로 갚은 자가 악인(惡人)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번 냉철하게 생각해볼 문제는 그렇게 배임을 하는 악인에게 위임을 준 사람들의 책임은 없는가 하는 점이다.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그리고 대통령을 뽑는 일은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을 하는 행위이다. 이명박 정권이 우리에게 준 교훈은 사리사욕으로써 배임한 권력에 대한 심판도 국민의 몫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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