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파, '전략적 우회'를 선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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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9월 20일 01: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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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진보신당에서 김은주 권한대행 체제가 당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 소수 독자파가 자신의 당파적 이해와 전망만을 고집하며 극단적이고 소아병적인 방향으로 당의 고삐를 당김으로써 모든 혼란과 분열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김은주 체제 당 최악 상황으로 몰고가

하지만 이러한 극단은 동전의 양면일 뿐이다. 당대회 결과가 나오기 무섭게 이를 불복하며 구성된 ‘통합연대’는 어떠한가? 이들이 지금까지 당을 책임지고 이끌어온 주요 인사들이며 활동가라는 사실은 오늘 난파 직전의 진보신당의 현실이 어디에 기인하고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진보신당은 무려 1년여를 ‘통합논쟁’에 휘둘려왔다. 이 논쟁의 최종 결과로써 지난 당 대회의 결정은 당의 방향을 지금 강요된 양단의 선택 중 어느 한쪽으로도 끌고갈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줄 뿐이다. 통합안이 2/3를 넘지못해 부결되었다는 사실을 이유로, 절반 이상의 대의원들이 찬성하고 있는 통합파의 모든 기획과 전망이 포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극렬한 종파적 편향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겨우 절반의 당심을 가지고, 그토록 힘들게 도출된 당 대회의 결정 사항을 위반하고 당을 철저히 무력화시키는 외곽 조직을 중심으로 당을 여전히 자신의 정파적 기획과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통합연대’의 선언은 이 당을 끝내 두동강 내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과 무엇이 다른가?

오래된 낡은 노선의 한 축을 두동강 내고 그 반쪽으로 다른 한쪽과 이미 예정된 ‘파행적 논쟁’으로 치닫겠다는(소위 자유주의 세력과의 통합-연정 논쟁), 이 무리한 시도는 결국 진보정치 진영을 쑥대밭으로 분열시키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2012년 정치 일정과 어우러진 통합파의 절박함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된 통합논의 과정은 이러한 절박감을 해소할 수 있는 ‘단일 진보정당’의 구성이 당장의 정치 일정에 맞추어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통합파는 무엇보다 이러한 결과를 수용해야만 한다.

통합 합의의 취약성 드러나

통합파가 당 대회에서 그토록 강조하던 합의 성과들은 작금의 민주노동당의 상황을 보면 그 합의들이 얼마나 취약한 지반 위에 놓여있었는지를 반증할 뿐이다. 민주노총이라는 정규직 노동자 조직에 한정된 조직 기반을 넘어 비정규 노동자를 적극 조직하는 것, 반신자유주의 정치를 확고히 하는 것, 당 운영의 민주성을 확보하는 것…

이 모든 합의에도 불구하고 민노당 당권파가 국참당과의 통합을 당의 진로로 9.25 당 대회에 상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통합파의 기획대로 진보신당-민노당이 통합되었다 해도, 서로 합의한 정치기획이 끊임없이 위협받을 수 밖에 없고, ‘자유주의진영과의 재통합 기획’이 통합 정당 내에서 끊임없이 재발될 수 밖에 없는 새로운 갈등과 분란의 요소가 될 것임을 입증하고 있다.

국참당과의 통합이라는 민노당 일부의 기획을 통합 후 통제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통합진보정당의 국참당과의 통합’ 그리고 ‘민주당과의 연정’, 혹은 ‘단일 야당으로의 대통합’ 등 향후 정치 일정에 도사리고 있는 진보정치에 대한 위협에 진보정치가 노출되어 있으며, 이에 대응할 진보정치의 내용과 전망의 취약성이 당면한 문제의 핵심이다.

이러한 진보정치의 취약성을 "통합 후 민노당 비당권파와의 연합을 통해 자유주의 정치진영으로의 투항을 저지하겠다"는 통합파의 기획은 향후 국참당과의 통합, 민주당과의 통합 혹은 연정이 당 내부와 소위 시민사회진영으로부터 강요될 때, 통합정당 내에서 통합파는 진보신당의 독자파가 경험할 수 밖에 없었던 수세적이고 고립적인 대응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리고 그것을 저지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수적 우위 또한 근본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야기하는 진보정치의 취약성을 극복하지 않는 한, 새로운 정세 조건 위에서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

통합파의 기획을 포기할 필요는 없어

나는 지금 통합파 또는 통합연대에게 자신의 모든 정치 기획을 포기하고 독자파의 소위 ‘독자적 생존’의 노선으로 투항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진보신당 내에서 통합안이 부결된 내적 조건과 민주노동당이 국참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엄연한 상대의 조건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즉, 지금의 내외적 상황과 조건은 통합파 자신의 원래 기획을 스스로가 계획한 정치 일정하에 소화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할 뿐이며 이것을 받아들이고 이러한 조건으로부터 정치기획을 수정하는 것이 일의 순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통합파가 할 일은 통합연대를 통해 진보신당을 두동강 내고 민노당과의 통합의 길을 무리하게 끌고가는 것이 아니다. 당장의 조직적 통합이 여러 여건으로 어렵게 되었지만, "새로운 통합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합의안"이 담고있는 ‘새로운 진보정치의 방향’의 유효성을 진보신당과 민노당 내에서 각각 확인시키고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공동 실천 과정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즉, 지금까지의 통합 논의 과정이 두 당의 ‘합의문’을 도출하는 과정이었다면, 지금부터 우리에게 필요한 실천은 ‘합의된 진보정치를 각 당에서 실재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통합을 위한 양 당의 연대와 상생’의 물적 토대를 확보하는 의미를 지닌다. 더 나아가 지금 민노당 내에서 발발하고 있는 각종 우경화의 발로들(국참당과의 통합 혹은 민주당과의 연정 기획)에 대한 진보신당과 민노당 좌파의 공동대응을 실현하는 것이다.

차별성, 선언으로 확보될 수 없어

이러한 과정은 ‘자유주의 세력을 거부하는 반신자유주의 정치’라는 통합파의 ‘선언’을 넘어서는 진보정치 전략의 실체화 과정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 소위 보편적 복지를 전면화한 자유주의 세력(국참당 뿐 아니라 민주당까지)과 정세적으로 차별화된 진보정치의 실체화된 내용을 우린 지니고 있는가? 국참당과의 통합 논의, 민주당과의 연정, 더 나아가 통합 논의가 발발할 수밖에 없는 진보정치의 취약점은 바로 이것이다! 이러한 차별성은 "저들은 신자유주의 세력"이라는 선언으로 확보될 수 없다.

향후 진보신당과 민노당에게 강요되어 올 수 밖에 없는 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투항’의 정세적 요구에 함께 대응하는 과정을 통해 양당 통합의 물적 토대를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민노당의 각 정파들이 지닌 취약성들은 지속적으로 드러날 것이고 이를 견인하는 양당의 좌파적 연대의 경험만이 양당에 뿌리 깊게 놓여있는 상호불신을 제거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한 "새로운 진보정치의 내용적 실체화"만이 문서 쪼가리의 합의문이 아니라 "새로운 독자적 통합진보정당"의 실질적 토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통합파의 우회’는 진보신당 독자파의 기획과 지금처럼 극렬한 대립을 반복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물론 지금까지 서로의 불신과 반목이 한순간에 일소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통합파의 ‘전략적 우회’가 진보진영 내에서 ‘자유주의 투항 세력’을 제어하고 견인하는 과정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이 우회는 ‘무조건적인 반자주노선’이라는 낡은 PD노선의 종파적 한계를 극복하고 견인하는 과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전략적 우회’ 위에서만이 지금 진보신당의 파행적 분열과 논쟁은 해소될 수 있다. 왜냐하면 보편적 복지를 통한 자유주의 진영의 ‘전략적 위협’이라는 새로운 정세 조건에서 독자적 진보정치의 길을 사수하는 것은 보다 계급적이고 당파적인 좌파정치를 실체화하는 것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는, 즉 통합파의 ‘전략적 우회’는 합리적 독자파의 노선과 일치해야 한다고 강하게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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