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품 보수' 안철수 신드롬과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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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9월 07일 01: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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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히 ‘안철수 광풍’이라 불릴만한 초대형 태풍이 우리 사회를 휩쓸고 지나갔다. 기존 정치판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건, 순전히 그의 공익 우선 이미지에 열광했건,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안철수에게 쏟아진 여론의 관심은 놀랄만한 일이다.

    급기야 안철수는 어제(9월 6일) 박원순에게 통큰 양보를 하며 순식간에 가장 당선이 유력한 대선후로로 치고 올랐다. 그날 밤 있은 평화방송과 리얼미터 공동 여론조사에서 안철수는 그토록 굳건하던 박근혜 대세론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이를 두고 몇몇 언론은 ‘기존 정치판이 바뀌는 신호탄’, ‘안철수 대선 프로젝트 가동’ 등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

    출마한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그러나 우리는 가만히, 그리고 냉정히 지난 4~5일 간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첫째, 안철수는 자신이 먼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저 주변에 떠밀려서 ‘그렇다면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고,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는 말을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는 그의 말만으로 그는 기존 여야의 예비후보 지지율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지지를 받았다.

    이것은 대중들이 한나라당 대 민주당의 대결 구도에 심각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일 게다. 그러나 이 두 거대 여야에 대한 피로감 못지않게 소위 진보진영이라는 세력들에 대한 ‘안쓰러움’ 혹은 ‘못 미더움’도 거기에 묻어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안철수가 우파는 물론이고 중도, 더 나아가 일부 좌파의 표까지 흡수하는 이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다.

    둘째,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보여 온, 혹은 살아온 삶의 궤적을 시울시정에 어떻게 투영할지에 대해서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서울의 소프트웨어를 바꾸고 싶다"는 총론적 소망을 말했을 뿐이다. 즉, 그는 자의든 타의든 서울시장 보괄선거에 출마할 구체적인 준비가 아직은 안 돼 있다는 것이다.

    학자로서 회사 CEO로서 그가 걸어온 길과 행동이 TV를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되면서 대중은 안철수에게 스스로를 의탁한 거다. ‘시골의사’ 박경철과 함께 ‘청춘콘서트’라는 새로운 형식의 대중소통도 ‘서울의 소프트웨어 일신’이라는 그의 총론적 소망이 대중들에게는 서울시정에 대한 구체적 비전이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진보의 성찰과 과제

    셋째, 안철수의 주변인물과 그가 가진 정치적 지향점이 어떤 것인지가 확실하지 않다. 서울시정이 단순히 개인의 행정능력으로 꾸려지지 않는다는 점, 좋든 싫든 그것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건 꽤 중요한 문제다.

    박정희 정권부터 5~6공을 관통하며 보수적 기회주의자의 길을 걸어온 윤여준이 그의 곁에 있다는 게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철수 역시 현정권에서 이런저런 정책자문을 해 오고 있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이런 점에서 지금 안철수의 정치적 좌표를 보는 관점은 좌파(강남좌파를 포함해서)의 착시 현상에 다름 아니다.

    어쨌든 지금의 안철수 신드롬은 한국 진보세력들이 깊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과제를 남겼다. 이명박 욕하는 거야 누구나 하는 일. 진보세력이 할 일은 거기에 한 숟가락 더 거드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진보는 ‘시혜복지’ 쪽에 더 가까운 안철수 같은 ‘명품보수’의 콩깍지를 민중의 눈에서 걷어내는 일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무상한 보수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해왔던 "나를 따르라"는 식의 선동운동 방식, 진보의 고루한 외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90년대 이후 이 방식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브나르도’가 아니라 나를 열어놓는 것. 경쾌하게 진보 속으로 민중을 끌어들이는 것. 이제는 그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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