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해석하고 변혁한 사람"
        2011년 09월 04일 11: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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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1970년 2월 2일 영국의 사상가 버트런드 러셀이 사망한다. 향년 98세. 그로부터 1년이 지난 1971년 초, 노엄 촘스키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두 차례에 걸쳐 러셀 추모 강연을 한다. 강연의 내용은 같은 해 영국의 <케임브리지 리뷰(Cambridge Review)>에 맨 처음 실렸고, 미국의 대형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그리고 30년이 흐르는 사이 미국의 주류 매체들은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촘스키의 저술을 학술 논저를 제외하고는 애써 외면하게 되었고, 『촘스키, 러셀을 말하다』(촘스키 지음, 장영준 옮김, 김한조 그림, 교양인, 13800원)는 2003년 뉴욕에 있는 소규모 공익 출판사 뉴프레스(The New Press)에서 재간되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양심적 지성인이라는 촘스키는 러셀을 존경하여 지금까지도 자기 연구실에 러셀의 초상화를 걸어두고 있다. 그런데 촘스키는 러셀 1주기를 맞아 그를 기리는 강연에서, 러셀의 생애나 업적을 나열하지 않았다. 촘스키가 강연한 것은 러셀이 온 생애에 걸쳐 세상에 보여주었다고 촘스키가 생각한 그것, 곧 ‘앎’이란 문제에 대한 치열한 탐구 정신과 생애 마지막 무렵까지 시들지 않았던 비판 지성이다.

    다시 말해 촘스키는 러셀이 추구해온 ‘지식’과 ‘자유’의 문제, 또 다른 말로 하면 인식론 철학(인간은 어떻게 세계에 대한 지식을 얻는가,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는가)과 정치사상(우리는 어떤 삶을, 어떤 세상을 추구할 것인가)을 자신이 ‘소화한 대로’ 이야기했다.

    마르크스는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했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촘스키가 생각하기에, 세상을 제대로 해석하고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혁하고자 한 것, 그것이 바로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한 일이었다. 촘스키가 받아들인, 러셀 사상의 고갱이는 쉽고 단순한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세상 전체가 더 행복하고, 덜 잔인하며, 경쟁자들 간의 탐욕스런 갈등이 덜하게끔, 그리고 외부의 억압 때문에 성장하지 못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로 가득하도록 만들고자 한다. (본문 11쪽)

                                                      * * *

    저자 : 노엄 촘스키 (Avram Noam Chomsky)

    미국의 언어학자, 철학자, 인지과학자이자 수십 권의 책을 쓴 저자이고 정치 활동가이다. 1928년 12월 7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유대계 러시아인 이민 2세로 태어나 반유대주의가 팽배한 사회분위기에서 성장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언어학, 수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하버드 대학교 특별연구회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박사학위 논문의 기초 연구를 수행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시절 언어학을 공부하게 된 촘스키는 인간은 언어획득의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는 ‘생성문법이론’을 제시한 연구로 언어 과학에 혁명을 가져왔다. 

    1956년 29세 때 MIT 대학 부교수가 됐으며 1964년(37세) 석좌교수가 됐으며, 1974년(47세)에 ‘인스티튜트 프로페서’(하나의 독립된 학문기관에 상응하는 존재)가 된 그는 지금까지 10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70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어릴 때부터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그는 언어학자로만 머물지 않고 1960년대부터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기 시작했다.

    특히 1966년 1967년 <뉴욕 리뷰 북스>에서 특별부록으로 발행한 ‘지식인의 책무’라는 글을 통해 “지식인은 정부의 거짓말을 세상에 알려야 하며, 정부의 명분과 동기 이면에 감춰진 의도를 파악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등 이후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미국의 대내외 정책에 대한 뛰어난 사회 비평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벌여왔다.

    삽화 : 김한조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 후 한겨레출판만화학교를 다니며 만화를 시작했다. 블로그 http://sanchokim.khan.kr

     

    역자 : 장영준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이며, 한국언어학회에서 발행하는 《언어》 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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