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야, 거북아 경주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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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8월 22일 10: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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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이 귀하던 시절, 아마도 내가 처음 만난 이야기는 토끼와 거북이었지 싶다. 어느 여름 날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기로 했어요,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는 국어책 어드메였으리라.

부산 영도구 청학동 언덕길을 오르던 지난 7월 31일 새벽, 하필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떠올랐을까. 여름 날 거북이처럼 땀을 뻘뻘 흘린 탓일까. 그도 아니면 시내버스에서 마주친 부산 아줌마와 기사 아저씨 탓이었을까.

부산, 기사 아저씨와 동네 아줌마

우리를 태운 3차 희망버스는 자갈치 시장에 도착했다. 한진중공업 코 앞, 청학동에 먼저 가기로 돼 있었다. 시내버스 승객은 대부분 희망버스를 타고 온 외지사람들이었다. 기사 아저씨는 우스개 소리로 우릴 기동대 앞에 퍼주겠다고 겁을 줬다.

영도 다리 앞에 경찰 기동대가 대기 중이었다. 정말로 기동대 앞에 퍼주면 어쩌나 금세 쫄아들었다. 하지만 버스는 유유히 기동대 앞을 지나갔고, 킬킬대는 아저씨 웃음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영도 다리 건너 조금 가니, 봉래 사거리. 2차 희망버스 때 경찰장벽에 막혀 진을 쳤던 곳. 버스 안에 있던 부산 아줌마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와, 이리 와서 못살게 구노. 희망버슨지 때문인지 못살겠다. 느그 때문에 부산이 다 죽어간다."

쉴새없이 퍼부어대고 아줌마는 신도브래뉴 앞에서 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경찰이 정차를 막았다. 85호 크레인, 김진숙 지도위원이 있는 곳. 아줌마의 불평은 고스란히 희망버스 승객들에게로 돌아섰다. 무장한 경찰들이 삼엄하게 집을 에워싸고, 버스 정류장도 이용하지 못하니, 어쩌면 당연하리라. 그런데도 내심 섭섭하고 쓸쓸해졌다.

영도 조선소 앞 큰길에서 우리는 부산역 집회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트위터를 통해서 영도 다리가 완전히 막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럼에도 다리 건너 산길을 넘어서 하나둘 사람들이 도착했다. 조선소 앞 큰길은 다시 집회가 시작됐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목소리를 듣고 사람들은 함성을 질렀다.

   
  

이 고단함을 자청한 열정의 정체

밤이 깊어가면서 내가 속해 있던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 책 작가 모임>에서는 희망부채를 꺼냈다. 희망의 문구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오가던 사람들도 함께 그림을 그리며 부채를 만들었다. 희망을 부르짖기도 하고, 때로는 삶의 고단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2차 희망버스에서 만났던 이들이 일부러 찾아오기도 했다.

그런 한편 화장실 대기 줄은 엄청나게 길어졌다. 공원 간이 화장실 한 칸이 유일했다. 한 시간 넘게 줄을 서야 했다. 아스팔트 바닥에서 새우잠을 청하는 이들에게서는 피로감이 느껴졌다. 대체 이 불편함과 고단함을 자청한 열정은 뭐란 말인가.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서 나는 성실하고 부지런하면 아무리 느리더라도 이길 수 있다고 배웠다. 유일한 목적은 저 산꼭대기에 있는 도착점. 왜 이겨야 하는지, 왜 산꼭대기에 다다라야 하는지는 배우지 못했다. 자칫 토끼가 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만 갖고 살아왔다.

청학동 언덕배기에 경찰 병력이 빼곡했다. 길바닥에 누워 벌써 잠이든 전경, 피곤한 얼굴로 원망스레 우릴 보는 청년.

그들이나 우리나 고단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이 토끼였고, 우리가 또 토끼였다. 부산 아줌마가 거북이고, 우리가 또 거북이었다.

대체 누가 우리를 피곤하기 짝이 없는 이 경주에 뛰어들게 했단 말인가. 까닭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뛰어야 한다는 말인가. 이제는 그 이유를 되물어야 할 때이다.

토끼와 거북 손잡고 나들이 가다

앞만 보고 뛰는 달리기는 멈추면 될 일이다. 토끼와 거북이가 함께 손잡고 산꼭대기로 오르는 길에서 벗어나면 될 일이다. 풀밭에서 함께 낮잠을 자고, 거북이가 토끼를 태워 호수로 나들이가도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희망버스는 단지 김진숙을 위해서가 아니다. 해고된 노동자들만을 위해서도 아니다.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다.

이 고단하기 짝이 없는 경주를 그만두고 새 길을 찾기 위해서다. 희망버스는 그런 삶을 살아보겠다는 우리의 몸짓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면 길은 저절로 만들어진다. 20일 희망시국대회와 27일 4차 희망버스에서 우리는 그 길에 성큼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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