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인문학의 숨결을
    2011년 08월 06일 11: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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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경제 성장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교육을 비판하는 목소리 가운데 세계적 석학 마사 누스바움이 있다. 그는 하버드, 브라운 대학을 거쳐 현재 시카고 대학의 석좌교수로 자리하고 있는 석학이자 철학자로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교육의 문제점을 짚으며 미래 교육의 방향을 선도하는 살아 있는 지성이다.

놈 촘스키, 움베르토 에코 등과 함께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지성에 두 차례(2005, 2008년)나 뽑히기도 한 그는, 학문적 탁월성을 인정받아 미국철학회장을 역임했고, 1988년에 미국학술원 회원으로, 2008년에 영국학술원 해외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20여 권의 저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에는 단독저술로 소개된 적이 없지만, 2008년 한국학술진흥재단 주최로 열리는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를 통해 ‘감정과 정치문화’라는 주제로 서울대, 고려대, 계명대에서 강연을 진행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고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누스바움의 단독저서로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 책 『공부를 넘어 교육으로(Not for Profit)』(우석영 옮김, 궁리, 15000원)는 한국뿐 아니라, 성장주의를 따르는 전 세계의 교육 정책이 당면한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내며 교육이 가진 본래의 가치를 되묻는 책이다.

교육의 본래 가치를 되묻는다

저자가 전하는 교육의 미래는 눈앞에 보이는 개인의 성장이나 국가 경쟁력을 초월한다. 학교는 경쟁의 장이기 전에 더 나은 삶을 준비하는 곳이며, 그러한 삶은 교육 본연의 가치를 깨달을 때 가능하다는 점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무엇보다 인문교양 교육이 지니는 중요성을 열정적으로 옹호한다. 역사적으로 인문학은 늘 교육의 중심에 있었고, 민주 시민의 자질을 갖추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교육의 목적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염려스러울 만큼 그릇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렇듯 성장주의 개발 정책이 외면한 교육의 진실을 역설하며, 저자는 앞으로의 교육이 나아갈 바를 이 책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오늘의 교육을 살리기 위해 무엇보다 교육 현장에 인문학의 숨결을 불어넣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라는 이념 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으며, 시민 정신의 근본 기초가 흔들려 행복한 사회와 멀어질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를 뒤덮고 있는 경제 성장이라는 목표는 교육계까지 잠식하여 그 대열에 동참하기를 강요하고 있다. 교육은 이제 이익을 만들 수 있는 기술 위주의 학문을 중심에 놓고 있으며, 학생들은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권력 비판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미국 역시 다르지 않으며, 인문과 예술 교육에 대한 예산은 심각할 만큼 차감되고 있으며, 학부모들 또한 경제적 부를 쌓을 수 있는 분야에서 자식들이 학문적 성취를 이루기를 원한다. 신흥 경제대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과 인도의 경우는 이러한 양상이 더 노골적으로 과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전통적으로 인문학과 성숙한 시민 사회에 대한 자존감이 높은 유럽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경쟁과 성장으로 점철되어가고 있는 교육은 이제 소외된 이들, 다른 문화권에 대한 공감 능력을 감소시키며, 전 지구적인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우리의 능력을 손상시키고 있다. 이러한 기초적 능력들의 상실로 말미암아 건강한 민주주의, 더 나은 세계에 대한 희망 자체가 위험에 처해 있다.

저자는 교육을 국민총생산의 도구로 환원하려는 노력에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학생들이 그들이 속한 나라, 세계의 참된 민주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에 다시 인문학의 숨결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 * *

저자 : 마사 누스바움 (Martha C. Nussbaum)

1947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법철학자, 정치철학자, 윤리학자, 고전학자, 여성학자로서 뉴욕 대학교에서 연극학과 서양고전학으로 학사학위를, 하버드 대학교에서 고전철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하버드 대학교 철학과와 고전학과에서 교수직을 시작하여 석좌교수가 되었으며, 1980년대 초에 브라운 대학교 철학과로 옮겨 역시 석좌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시카고 대학교 철학과, 로스쿨, 신학교에서 법학, 윤리학 석좌교수로 활발히 강의하고 있다. 

역자 : 우석영

연구보다는 시서화 창작을 (즉 놀이를) 더 좋아하는 인문사회과학 연구자이자 문필가. 작품의 완성보다는 선禪에 관심을 둔 아마추어 서화가. 녹색정치 소식지 《하모니아》의 공동발행인이기도 하다. 연세 대학교, 시드니 대학교 대학원,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 대학원을 유랑하며 사회학, 문학, 철학(세부전공: 창조성의 존재론) 분야의 내공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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