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스 베버 근대성 담론 비판
        2011년 07월 31일 02:00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서구중심 문명 판도의 재편과 동아시아 유교문명권의 부상(浮上). 새 천년 들어 대두된 거대한 전환의 움직임이다. 대전환의 이 두 측면은 서로 의미 있게 연관되어 있는가? 즉 동아시아 유교문명권은 문명 판도의 지구적 재편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할 수 있는가? 이 책은 이 물음에 대한 오랜 숙고의 결과다.” – 「책머리에」 중에서

       
      ▲책 표지. 

    막스 베버는 보편사적 의미를 갖는 근대성은 “서구, 오직 서구에서만(in the West, in the West only)” 형성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기존의 근대성 담론은 서구가 비서구에 비해 물질적, 경제적으로만이 아니라 정신적, 문화적으로도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맹자의 땀, 성왕의 피 – 중층근대와 동아시아 유교문명 』(김상준 지음, 아카넷, 35000원)의 저자는 근대성의 구조가 장기적인 역사의 흐름 속에서 중층적으로 형성되어왔다고 말한다.

    이러한 중층근대성론의 입장에서는 유럽 근대문명만이 순수한 근대고, 비유럽 근대문명은 아직 완전히 순수하지 못한 근대라는 발상과 논리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근대성이 발현되는 데 다양한 경로가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중층근대성론에 따르면 동아시아에서도 근대문명의 기틀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아시아 문명의 중심 내용, 그 축은 과연 무엇인가? 김상준 교수는 동아시아 문명의 축을 우리가 낡은 사상이라고 치부했던 유교에서 찾는다.

    그는 이러한 관점에서 유교의 정초(定礎) 지점을 독창적으로 재발견한다. 그것이 바로 ‘맹자의 땀’과 ‘성왕의 피’이다. ‘맹자의 땀’은 장례 풍습이 생기기 이전에 들판에 방치된 부모의 처참한 시신을 목격한 고대인이 땀을 흘리며 괴로워했다는『맹자』의 구절에서 가져온 것이다.

    ‘성왕의 피’란 요순우탕 등 성왕(聖王)의 행적을 기록한『서경』의 감추어진 이면에서 발견한 핏자국, 왕권을 둘러싼 폭력을 말한다. 유자들은 이 ‘성왕의 피’를 한사코 지우려 했다. 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군주를 창조하려 했던 것이다.

    결국 인류의 도덕적 몸의 탄생을 의미하는 ‘맹자의 땀’은 유교의 윤리적 기원을, 왕위 없는 왕을 지향한 ‘성왕의 피’는 유교 비판성의 기원을 풀어주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맹자의 땀, 성왕의 피’를 이 책의 제목으로 삼은 이유는 이 두 개념이 그만큼 유교문명을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 *

    저자 : 김상준

    1960년 해남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랐다. 1980년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 입학하여, ‘서울의 봄’과 ‘광주사태’를 겪고 운동권 학생이 되었다. 1982년 강제 징집되었다가 1985년 만기 제대하여 이후 1992년까지 인천, 구로의 공단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1993년 뉴욕으로 유학하여, 뉴스쿨에서 석사학위(사회학)를,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사회학, Paul F. Lazarsfeld Fellow)를 받았다.

    2001년부터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전 NGO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 『미지의 민주주의』, 주요 역서로 『유쾌한 감옥』(오로빈도 고슈 저), 주요 논문으로 「중층근대성: 대안적 근대성 이론의 개요」(2007년 한국사회학회 논문상), “The Genealogy of Confucian Moralpolitik and Its Implications for Modern Civil Society” 등이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