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쌍용서 본 용역, 유성에서도조카 같던 용역들…"용돈 좀 벌려고"
        2011년 07월 04일 01: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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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의 폭풍질주, 소금꽃 찾아 천리길’. 이름도 예쁘지 않은가. 밝고 착한 단어들에 정감이 간다. 우리의 마음처럼. 

    오늘(7월 1일) 하루 40킬로미터를 걸었다. 하루 종일 가장 고생했던 발바닥에서부터 아픔의 신호가 올라온다. 지금 나의 두 발은 찌릿찌릿한 고통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고통을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이 기계를 멈춰 노동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처럼. 저 멀리 한진중공업 크레인 위에서 김진숙이 매일매일의 고통으로 노동자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처럼. 첫날부터 소중한 교훈 하나를 얻었다.

    걷기가 가르쳐준 소중한 교훈

    겨우 첫날인데 벌써부터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오후 들어 천안 시내에서 지나는 학생들을 보면서 유성기업 용역경비를 떠올렸다. 뜬금없이 어린 학생과 용역이 무슨 상관이냐고? 여기엔 사연이 좀 있다.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우리와 맞선 ‘용역 깡패’ 중에는 막내 동생 또는 조카 같은 대학생들이 꽤 있었다. 그 중 한 덩치 좋은 친구는 "용돈 좀 벌어볼 요량으로 부산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그 어리고 순진한 얼굴을 보면서 왜 우리가 이렇게 마주해야 하나, 마음이 갑갑했었다. 그리고 2년의 시간이 지난 2011년 초여름, 나는 그 학생을 다시 만났다. 대전 유성기업 공장 안에서였다. 그는 아직도 용역이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학생이나 용역깡패, 혹은 한진중공업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나 자신을 향한 분노였다. 2년이 지나 다시 만났을 때 그는 “다른 일을 찾아보려 해도 쉽지 않다."고 했었다. 그 때 나는 문득 불안한 마음으로 6살짜리 아들 녀석을 떠올렸다. 십수 년 뒤 내 아들의 미래는 좀 다를 거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요즘 대학생들은 나의 20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똑똑하다. 높은 학점과 토익, 토플 점수는 물론이고 갖가지 어학 연수와 사회 활동, 인턴 경력 등으로 눈부신 스펙을 쌓고 있다. 그런데도 학교 밖을 나가는 순간 견고한 벽 앞에서 무력하게 무장해제 당한다. 지금의 젊은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트랙 위의 경주마로 살아오다가 어느날 갑자기 내몰린 들판에서 제대로 달리지 못한다고 해서, 과연 그들만의 책임과 무능 때문일까. 게다가 트랙에서의 질주도 이미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1% 중의 1%’로 살아온 카이스트 학생들이 연이어 자살하는 상황을 단순히 ‘개인의 나약함’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

    반값 등록금 문제가 세상을 흔들고 있다. 여러 가지 분석이 있겠지만 2008년 촛불을 빼놓고는 설명이 안 된다. ‘미친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을 들었을 때 느꼈던 승리, 해방, 저항의 공감이 이번 반값 등록금 촛불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곳곳에서 학생총회가 만들어지는 지금의 모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2008년을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에겐 저항과 승리의 공감이 있는가. 여전히 20년 전의 추억만 반추하는 것은 아닌가. 그 시절에는 모든 투쟁이 늘 절박하고 비장했다. 싸우는 사람은 당연히 질 수도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한번의 싸움에 모든 것을 걸었고, 거기서 지면 서둘러 좌절했다. 계속 버틸 수 있을 만한 승리의 공감을 만드는 것, 이것이 오래 싸우는 사람의 생존 전략이다. 

    희망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지금은 희망버스 185대에서 찾아야 한다.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작은 승리에서 전국 대학교의 청소노동자들이 희망을 얻고 있다. 2억8천만 원의 ‘뒤끝 보복’으로 이어진 홍익대 문제. 부분적 승리는 결국 동일한 결과로 끝난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작은 승리를 큰 승리로 가져가기 위한 방법을 알게 한다. 눈덩이를 굴려야하는 것처럼. 

    패배감을 벗는 것, 이것이 승리의 첫째 조건이다. 각개 격파당하는 지금의 모습은 패배감을 부른다. 각개로 격파 당하는 것과 각개로 분열되어 있는 것, 이것은 한 몸통에서 자라는 것은 아닐까. 다른 시도, 다른 상상력을 구속하면서. 에너지를 쏟아부어 승리하는 것, 이것이 우리에게 절실한 게 아닐까 한다. 힘을 모으자. 

    그래서 ‘희망의 폭풍질주 소금꽃을 찾아 천리길’은 매일의 작은 승리를 소중하게 기억하면서 조금씩조금씩 에너지를 모아갔으면 좋겠다. 태풍과 폭풍을 만들어가는 거대한 에너지의 부싯돌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정리해고에 맞선 저항과 승리의 상징, ‘김진숙’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함께 살자, 함께 웃자

    여전히 나의 생각은 여물지 않았고 빈틈도 많다. 그러나 갈길은 멀고 생각할 시간은 많다. 나는 내일 다시 40킬로미터를 걷고, 다시 생각할 것이다.

    용역깡패로 학비를 벌어야 하는 대학생들과 ‘반값 등록금’을 위해 거리로 나선 대학생들. 홍대 청소노동자들과 따뜻한 밥 한끼 먹지 못한 대학생들과, 함께 싸워 결국 승리를 만난 대학생들.

    그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중한다.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을 말로 전해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몸으로 정직하게 하루하루 걷는다. 이 길은 김진숙을 위한 길이자 수많은 노동자를 위한 길이다. 또한 예비 노동자이자 예비 정리해고자인 대학생들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함께 살자, 함께 웃자, 그리고 함께 걷자. 가끔 뛰고 ㅋㅋㅋㅋㅋㅋ. 우히힛!!

       
      ▲웹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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