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아프면 소리쳐, 그리고 분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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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6월 27일 10: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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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단편선 등이 쓴 『발칙한 반란을 꿈꾸는 요새 젊은 것들』(이하 『요새 젊은 것들』)을 읽고 많은 자극을 받았었다. 물론 당시 나는 ‘요새 젊은 것’이라 말하기도 애매한 30대 초반의 나이였지만, 또 ‘발칙한’이란 형용사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우울증 환자였지만, 그 책을 읽고 어떻게 하면 나 자신과 내 친구들을 보다 건강하고 명랑하게 바꿀 수 있을지 밤낮으로 고민했었다.

   
  ▲일러스트레이션/ 장보연

그 고민 중 하나가 『요새 젊은 것들』과 비슷한 컨셉으로 ‘발칙한’ 인문학자들을 인터뷰해보는 것이었는데, (물론 그분들께서 나를 만나주지도 않으셨겠지만) 끝내 작업을 단념하게 됐던 건 대체 언제까지 나와 내 친구들의 인생을 ‘요새 잘난 분들’께 물어야 하냐는 자의식 때문이었다.

물론 『요새 젊은 것들』이나 ‘요새 잘난 분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인터뷰집들 모두 우리 삶의 진로를 모색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주는 좋은 책들이다.

 하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언제까지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똑똑한 분들 말씀을 그저 듣고만 있어야 하나? 언제까지 그분들이 대신 말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우리도 말하면 안 되나?

언제까지 ‘요즘 잘난 분들’께 물어야 하는 거지?

나 같은 이들이 책을 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역시 팔리지 않는다는 점 때문일 게다. 구매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는 책을 원한다. ‘성공’이든, ‘재테크’든, ‘위로’든, ‘행복’에의 구체적 방법이든, 뭔가를 좀 줘야 독자들은 지갑을 연다. 물론 상기한 가치들을 준다(?)는 책들이 대부분 단순한 떡밥에 불과하단 건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다.

‘하지만 그게 뭐 그리 대순가? 책을 읽는 아주 잠깐의 순간이나마 중산층 입성이란 환상을 심어주는데…’ 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소수에 불과하지는 않을 게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그런 책을 읽어도 자기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이제 어느 정도는 안다.

그럼에도 자기계발서 구입을 멈추지 않는 건? 글쎄 결국 독서하는 순간의 달콤한 환상을 잊지 못해서는 아닐지. 마치 자신을 포획할 집어등을 향해 ‘하악, 너무 좋아!’ 흐느끼며 돌진하는 오징어들처럼. (그렇게 자기계발서나 성공·위로 유의 책들은 사람이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책이 사람을 잡아먹는다.)

올해 초부터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책이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부자들만 안다는 저 거대한 우주의 시크릿을 친히 알려준 어떤 책이나 성공하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습관이 있다는 또 다른 책만큼이나 빤한 말들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청년들의 아픔에 공감한다는 측면에서 과거의 자기계발서들에 비해 다소 건전해졌다. 하지만 맛있는 마시멜로를 굳이 나중에 먹으라는 이상한 요구만큼이나 건전치 못한 말도 담겨있으니, 그 말인즉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명제 되겠다. 

물론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제목은 ‘20대여, 000에 미쳐라’ 따위의 다른 자기계발서의 미친 제목에 비해 소박하고 수수하다. 하지만 아픈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라는 은근한 요구는 희생을 강요하는 우리 보수 어르신들의 정서를 보다 세련되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작가가 하고픈 말은 결국 ‘참아라!’인 것이다.

   
  ▲청년유니온이 펴낸 첫 책 『레알 청춘』. 책의 수익금 중 일부는 급전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돈을 빌려주어 청년들의 자립과 안정적인 생활을 돕는 ‘청년호혜기금’으로 적립된다.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치자는 ‘당연한’ 요구

올 6월, 청년유니온이 지은 첫 책 『레알 청춘』(삶이 보이는 창)이 나왔다. 『레알 청춘』은 ‘아프니까 청춘’이란 흰소리를 의식한 듯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쳐!’라고 책의 곳곳에서 일갈한다. 글쎄, 통각 기관을 가졌으며 터진 입이 있는 건강한 젊은이들이 아플 때 아프다고 소리치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책 한 권을 들여 외치고 또 외치는지 의아해하는 성숙한 분들이 계시다면 일단 다행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어느새 그 같은 온당한 주장조차 불온한 것으로 받아들일 만큼 고약해졌다.

‘남 탓 하지 말라’, ‘사회 탓 하지 말라’는 말이 무슨 대단히 성숙한 말인 듯 떠도는 사회가 이 사회라면, 그렇게 성숙한 사회에서 고작 한다는 소리는 ‘억울하면 출세하라’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포르노처럼 노골적인 사회에서 고졸자에 대한 차별철폐나 사회적 안전망의 확보 등을 고민하지는 못할망정 기껏 한다는 소리는 ‘돈 없으면 대학가지 말라’ ‘청년들이 눈을 낮춰야 한다’이다.

청년유니온의 『레알 청춘』이 나올 때쯤, 프랑스의 93세 레지스탕스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도 출간되었다.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했고,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를 공부했다면,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분노’인가?”라는 어느 출판인의 말처럼, 범람하는 자기계발서나 위로 서적에 지치고, 지식인이나 훌륭한 분들의 책을 통해 이 미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어느 정도 학습했다면, 이제 우리 청년들의 솔직한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며 함께 분노할 차례다.

성공도, 위로도, 심지어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도, 그 어느 것 하나 줄 게 없는 ‘레알 청춘’들이 돈이 없으면 대학에 가면 안 되고 밥과 김치가 없으면 “아파 죽든 굶어 죽든 아무튼”(『레알 청춘』, 96쪽) 죽어야 하는 이 사회에 대해, ‘참지 않고’ 말하기 시작했다.

   
  ▲『레알 청춘』 북콘서트 모습. (사진=강민지 <공감> 기자)

물론 그런 이야기들이 소비자 입장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파들이 떠드는 자기계발의 매력이 헛소리임은 오징어가 아닌 한 다 알고 있고, 매력적인 좌파들의 사회분석 역시 거의 다 섭렵한 우리들이다. 마침 촛불집회는 3년 만에 다시 타오르고 있고, 『레알 청춘』을 비롯해 『나는 이 세상에 없는 청춘이다』, 『일인시위』 등 현장의 ‘레알’ 청춘들이 쓴 신간들도 쏟아지고 있다.

위태로운 불꽃에 종이컵을 주자

『레알 청춘』의 추천사를 써준 우석훈 박사는 “나는 이 책이 딱 100만 권만 팔렸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100만 명이 함께 꾸는 꿈, 그게 내가 이해하는 한국을 바꿀 수 있는 임계점이다.”(위의 책, 14쪽)라고 말했다. 내 소망은 조금 소박하다. 나는 『레알 청춘』, 『나는 이 세상에 없는 청춘이다』, 『일인시위』 이 세 권이 합쳐서 100만 권만 팔렸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촛불집회에 100만 명이 모일 수 없다면, 그렇게라도 같이 아파하고 함께 분노했으면 좋겠다.

지금, 촛불처럼 작지만 뜨거운 이야기들이 세상을 향해 걸어 나오고 있다. 촛불처럼 자기를 버리고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우리 앞에서 함께 하자고 말을 걸고 있다. 우리가 버려둔 그 남루한 이야기들에 손을 내밀자. 그들의 위태로운 불꽃에 종이컵을 달아주자. 그리고 함께 분노하자.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웃기네. 지금이 그런 말할 때야! 레알 청춘들아, 두근두근 내 인생 위해, 분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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