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 내팽개친 수신료 인상·수사권 조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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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6월 21일 09: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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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국회에서는 두가지 중대 사안이 처리됐다. 모두 집단 이기주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현안들이었지만 하나는 합의처리됐고, 또 한가지는 일방적으로 기습처리됐다. 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며, 후자는 KBS 수신료 인상안이다. 두가지의 중요한 공통점에는 시민들에 대한 고려는 빠진 채 이해관게자들의 ‘사나운’ 요구와 이를 달래는 조정만이 있었을 뿐이었다는 평가다.

    국회는 20일 사개특위에서 검경 모두 수용하기로 한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을 통과시켰다. 모든 수사를 검찰이 지휘한다는 점에서 경찰이 검찰의 통제를 받는 대신 경찰에 수사 개시권을 줬다는 면에서 봉합책이라 평가할 만하지만 정작 논의대상에서 시민은 철저히 배재됐다는 비판(경향신문)이다.

    또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오후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민주당 위원들이 퇴장한채 한나라당 4명, 자유선진당 1명의 위원들 만으로 KBS 수신료 인상안을 기습처리했다. 지난 1년 여를 끌어오며 국민적 동의절차를 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서민들의 물가고에 이은 ‘미친 등록금’ 홍역을 치르고 있는 상황은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는 철저히 무시됐다. KBS의 집요한 요구에 떠밀려가는 듯한 무기력한 집권여당의 모습이었다.

    2년 연속 수백억 원의 흑자를 기록한 KBS에 ‘재원 안정성’을 빌미로, 수신료 퍼주기에 나선 데 대한 국민들의 반발과 저항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더구나 친일파, 독재자를 특집다큐로 띄워보겠다는 일그러진 ‘공영방송’에 국민 호주머니를 털겠다는 여당을 국민들이 어떻게 지켜볼까.

    다음은 21일자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청와대 주도 검·경 ‘수사권 조정’ 타협 시민은 없었다>
    -국민일보 <검 수사 지휘권 더 강화됐다>
    -동아일보 <냉전시대의 상징 만경봉호의 변신>
    -서울신문 <경 겉으로 웃고, 검 속으로 웃다>
    -세계일보 <검찰 수사지휘권 유지…수사권 갈등 청와대서 ‘교통정리’>
    -조선일보 <“경영 잘못한 우리 대학부터 정리해 주세요”>
    -중앙일보 <검경 이러려고 싸웠나>
    -한겨레 <검찰이 ‘모든 수사’ 지휘…경찰 내부반발>
    -한국일보 <속으로 웃는 검찰…불씨 여전>

    검경 수사권 조정 ‘시민은 완전히 배제, 그들만의 짬짜미’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20일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유지하면서 경찰도 자체 수사개시권을 갖도록 하는 내용의 타협안으로 결론이 났다. 검경 수뇌부 모두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시민의 권익이나 인권은 아무런 안중에도 없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서 “시민은 철저히 배제된 ‘그들만의 짬짜미’가 이뤄졌을 뿐”이라며 “당초 과도한 검찰권을 제한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이번 논의는 수사권 조정 외에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와 특별수사청 신설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으나 결과적으로 검찰의 막강한 힘만 확인한 셈이 됐다”고 비판했다.

    경향은 “사법개혁 수단의 하나로 제시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어느새 그 자체가 목적이 됐다”며 “검·경 갈등이 격화하면서 정부·여권이 사활을 걸고 해결해야 하는 국가적 사안으로 비화했고, 결국 정부는 20일 청와대에서 총력전을” 편 끝에 타협안이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6월 20일자 1면.

    이번 합의안을 두고 경향은 “모든 수사에서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검찰 측 입장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나 경찰은 물론 검찰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고, 정치권과 청와대도 체면을 구겼다”며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시민”이라고 지적했다.

    논의과정에 시민의 존재도 없었고, 검찰과 경찰, 양측을 중재한 정치권이나 청와대 모두 시민의 권익 향상이나 인권 문제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 결과적으로 검찰이 가진 권한의 극히 일부분만 경찰에 넘어갔을 뿐 시민에게 돌아간 이득 역시 없었다는 평가다.

    “국민, 검찰과 경찰 모두에 내사 받을 판”

    이번 통과안을 뜯어보면 검경의 수사 편의만 강화돼 국민의 인권이 더욱 보호받기 힘들게 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이번 합의안 196조 1항의 ‘모든 수사’라는 조항이 도마에 올랐다. 1항은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돼있다.

    손범규 한나라당 의원은 “‘내사’를 빼버리면 이제 내사에 대해선 어떤 법적 규율도 없다. 경찰은 경찰대로, 검찰은 검찰대로 내사하게 된다”며 “국민은 검찰과 경찰 양쪽으로부터 내사를 받게 생겼다”고 비판했다.

    “이건 국가라고도 할 수 없어”

    검·경 수사권 분쟁과정에서 검찰의 보여준 행태를 두고 검찰을 견제해야 한다는 비판이 여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20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총리까지 나서 조정안을 냈는데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데, 정부 조직이 총리 말도 안들으면 이건 국가라고 할 수도 없다”며 “검·경 수사권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수사당국이 저러고 있으니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점차 무정부상태로 가고있는 건 아닌지…”라며 검·경 갈등으로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명규 원내 수석부대표도 “모 언론에 이주영 위원장이 계좌추적문제가 불거졌다. 정확히 파악해 사실이 맞다면 누가 무슨 목적으로 가지고 명백하게 가려야 할 것”이라며 “그런 민감한 시기에 (계좌를) 추적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눈에는 대통령조차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이 밥그릇 싸움이라고 심하게 비판했는데도 밥그릇 싸움 아니라고 보도자료를 냈다”면서 “검찰 수사권을 조정하려는 것은 제왕적 권리를 견제와 균형의 논리로 분배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민 고통 안중에도 없는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

    서민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권의 또다른 행태 역시 이날 벌어졌다. 한나라당이 KBS 수신료 인상안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기습처리한 것이다. KBS와 조중동 종편이라는 집단 이기주의를 위해 서민 주머니를 터는 부도덕한 행위라는 비판을 감수하고도 여당은 또다시 무리수를 뒀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문방위 소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며 저지하는 상황에서도 KBS 수신료를 2500원에서 3500원으로 40% 올리는 인상안을 기립 표결에 부쳤다. 안건은 소위위원 8명 중 5명 찬성으로 의결했다. 한나라당 한선교·강승규·김성동·조윤선 의원과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이 찬성 표를 던졌고, 민주당 의원 3명은 표결에 불참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KBS 측은 부사장 및 부장, 기자 등 10여명이 몰려들어 인상안 의결을 압박하는 ‘위력시위’를 벌였다.

    한나라당은 수신료 인상안을 22일 문방위 전체회의에 상정한다는 계획이나, 민주당은 ‘원천무효’라며 21일 법안소위 및 22일 전체회의 저지를 선언해 진통이 예상된다. 올초부터 제기된 각종 물가고에 최근엔 ‘미친 등록금’ 문제로 대학생들이 MB정권의 ‘반값등록금 공약’ 실현 요구를 외치며 한달 가까이 시위를 벌이는 등 온 나라가 홍역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수신료 인상안 강행처리는 2년 연속 수백억 원 대의 막대한 흑자를 기록한 KBS가 자신들의 ‘재원구조 안정성’을 내세워 여야 상임위원들에 집요하게 로비를 펼친 전형적인 ‘밥그릇 챙기기’ 행태일 뿐 아니라 KBS 수신료 인상분이 어떤 형태로든 신생 조중동 등 종편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정치적 야합의 소지도 안고 있다는 점에서 거센 저항에 부닥칠 전망이다. 또한 KBS가 6·25 60주년을 맞아 친일파 백선엽을 전쟁영웅으로 미화하는 특집 다큐를 방송하고, 8·15를 전후해 이승만을 띄우는 5부작 특집방송을 강행하려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이젠 수신료 인상 반대가 아니라 전국민적 수신료 거부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신료 인상안)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재논의해 바로잡지 않으면 내일부터 모든 국회 일정은 정상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봉도 안 쥐고 날치기…원천무효”

    한나라당의 이번 수신료 인상안 법안 심사소위 기습처리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의사봉도 안쥐고 소위 위원들의 질문도 가로막은 채 회의를 진행한 한선교 소위 위원장과 한나라당, 자유선진당에 의해 저질러진 이번 만행은 원천무효”라고 비판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전병헌 의원은 “일방적으로 날치기하는 과정에서 찬반의견도 제대로 묻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21일 의원총회를 국회 문방위 앞에서 열기로 한 것은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반발의 수위를 짐작하게 한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 한겨레는 “아직 처리전망은 불투명하다”며 “민주당이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인상안을 마냥 강행처리하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한겨레는 황우여 원내대표의 말을 빌어 “(원내대표단이) 이래라저래라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며 “자연스럽게 한 표결은 어쩔 수 없으니 앞으로 문방위 전체회의도 있고, 본회의도 있으니까 조정해보겠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도 KBS 수신료 인상안에 삐딱, 왜?

    이 같은 한나라당의 수신료 인상안 법안소위 강행처리에 대해 동아일보도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동아는 10면 머리기사에서 “자구책 마련을 통한 경영 효율화, 광고 축소를 통한 공영성 강화 등에 대한 KBS의 약속 없이 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해준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동아는 특히 수신료 인상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미디어렙 법안의 6월 처리가 물건너갈 수 있음을 우려했다. 동아는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의 여파로 방송광고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필요한 미디어렙 법안도 6월 국회 처리가 힘들어졌다”며 “헌법재판소의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방송광고 독점 위헌 판결에 따라 2009년 말까지 미디어렙 도입을 위한 법제화 작업을 마무리해야 했지만 국회는 1년 6개월 동안 ‘무법 상태’를 방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동아는 “지금까지는 지상파 광고를 코바코가 관리하는 기존 방식이 유지돼 왔지만 일부 지상파 방송사가 직접 광고 영업을 준비하고 있어 향후 방송시장의 혼란이 예상된다”며 “지상파 방송사가 직접 영업에 나서면 가장 피해를 보는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이다. 지상파의 직접 영업은 코바코의 해체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들 방송의 매출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상파가 직접 광고 영업에 나설 경우 광고 유치를 위해 ‘시청률 지상주의’로 편성해 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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