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 대표는 자중해 달라”
        2011년 06월 15일 02: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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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진 최고위원. 

    김성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14일 오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게 “자중해달라”고 촉구했다. 최근 진보대통합 논의가 오가는 가운데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간의 관계가 큰 변수로 떠오르자 민주노동당 지도부에서도 사태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성진 최고위원은 “유 아무개씨가 누구 아무개씨한테 이미 민주노동당과는 이야기가 끝났다라고 했다더라는 식의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린다”며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확인된 사실 이상은 한쪽 귀로 흘리고 있지만 당론에도 불구하고 국민참여당과의 이야기는 점점 부풀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진보진영의 모든 사람들은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탄생을 위해 숨죽이고 있다”며 “어마어마한 산통을 겪고 있는 진보진영에게 아쉽게도 국민참여당 이야기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더욱이 일은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정치공학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호소했다.

    아래는 김성진 최고위원 블로그 글 전문

                                                      * * *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에게 드리는 부탁의 말씀

    연일 언론에서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과의 통합 이야기가 기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명색이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인 저도 모르는 이야기가 기사거리가 되고 있고, 뒤로 들리는 이야기는 나를 더욱 당혹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유 아무개씨가 누구 아무개씨한테 이미 민주노동당과는 이미 이야기가 끝났다라고 했다더라는 식의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립니다.

    나도 공인인지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의 회의에서 확인된 사실 이상은 한쪽 귀로 흘리고만 있습니다.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말들이 떠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정당인 이상 의결기구가 있고 당론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대해서 민주노동당은 어떠한 논의도 해본 적도, 정리된 입장도 없다는 것이 당론이라면 당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이야기는 점점 부풀려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한 이른바 ‘과거 불문’에 대해서도 국민참여당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나는 이러한 풍문들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할 여유를 가지고 있지 않거니와 그럴 필요를 느끼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나 다만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님께 부탁의 말씀을 드릴 것이 있습니다. 과거 불문이 아니라 과거에 대해 물어 볼 것도 참 많습니다.

    기억 하나

    16대 대통령선거 때였나요? 당시 한나라당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그리고 민주당에서는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그리고 민주노동당에서는 권영길 후보가 출마했더랬습니다. 당시 선거 막바지에 유시민 대표께서는 그 유명한 호소문을 썼더랬습니다. 한나라당을 꺾기 위해서는 야권이 뭉쳐야한다고, 민주노동당에 던지는 표는 사표라고…

    그것도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시는 분을 향해 호소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시쳇말로 배신 때려 달라는 이야기를 정말 감동적으로 하셨습니다. 그 때 참 씁쓸했습니다. 그 덕인지 모르겠지만 선거는 한나라당의 패배로 돌아 갔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씁쓸했던 기억은 개인적 것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유 대표께서 당시에 펼쳤던 논리가 지금도 유효하다면, 한데 뭉쳐도 시원찮을 이명박 정부 하에서 왜 계셨던 당에서 나와 다른 당을 만드시고 지금은 진보를 자처하시는지 궁금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기억 둘

    2004년 12월 나는 여의도 길 바닥에 있었습니다. ‘녹 슨 칼은 박물관으로 보내어야 한다’는 말을 철썩 같이 믿었고 여대야소 국회는 그야 말로 국가보안법을 철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정말 될 줄 알고, 힘을 보태기 위해 경향 각지에서 모여든 1천여 명과 함께 단식을 했습니다.

    그해 정기 국회가 끝나는 날까지 꼬박 29일을 단식했습니다. 그러나 그 추운 겨울의 목숨 건 단식은 국회에서 안건 상정도 하지 못한 채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기억 셋

    2005년 11월 15일 여의도에서 전국 농민대회가 있었습니다. 쌀 재협상을 요구하는 농민들에 대해서 경찰은 무자비하게 진압했고 그 과정에서 전용철, 홍덕표 두 농민이 운명을 달리 했습니다. 군사정권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현장을 목도하고 피투성이가 되어 병원으로 실려 가는 농민들을 보면서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기억 넷

    허세욱이라는 운전기사 분이 계셨습니다. 2007년 4월 1일,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그 분이 온 몸에 기름을 끼얹고 한미FTA 반대를 외치시면서 자신의 몸에 불을 살랐습니다. 겨우 단식이나 하면서 먼발치서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던 나 자신이 한 없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나 국민참여당은 지금도 그 당시의 한미FTA는 문제가 없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재협상을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 입장이라고 들었습니다. 정말 그런가요?

    이렇게 나의 기억을 더듬는 것은 내 인생에 있어 결코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그가 어떻게 살아 왔는가를 보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도 알 수 있습니다.

    유시민 대표님, 대표님과 제가 살아온 인생은 분명히 다릅니다.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이 걸어온 길 또한 분명히 다릅니다. 걸어온 길이 다른 사람이 함께 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정이 필요합니다. 정당이라면 더 많은 숙제들을 풀어야 합니다. 그만큼 세심하고 배려하면서 마음을 얻어야 합니다.

    정당 간의 통합이라면 강령으로 표현되는 가치도 함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욱이 사람이 죽어 나갔습니다. 그 원혼을 달래고 한을 풀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만큼 복잡하고 힘든 일입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지금 진보진영의 모든 사람들은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의 탄생을 위해 숨죽이고 있습니다. 정한수 떠 놓고 천지신명에게 제발 옥동자를 낳게 해달라고 빌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산통을 겪고 있는 진보진영에게 아쉽게도 국민참여당 이야기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그것은 무탈하게 아이를 낳고 난 다음의 이야기입니다. 무성하게 떠도는 말로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더욱이 일은 대표께서 바라시는 것과는 달리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조금만 자중해 주십시오. 정치공학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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