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는 못했다, 청년은 할 수 있다"
    2011년 06월 13일 04:04 오후

Print Friendly

임재범의 사자후가 반도를 뒤흔들고, 빈 라덴의 죽음이 제국을 뒤흔드는 격변의 와중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나의 시급은 ‘4320원’이라는 점이다. 지난 1년간 여러 매장을 전전하며 커피숍 노동자로 일해 온 나의 삶은 항상 최저임금의 슬픔 속에 놓여 있었다.

커피향 내음 속에서 일하는 나의 처지는 한결 나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유흥의 거리에서 말보로 라이트와 레드의 차이를 고찰해가며 바코드를 읽히는 편의점 파트타이머, 니코틴 농도가 절정에 이른 퀘퀘한 PC방에서 게임비를 계산하는 친구들의 삶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니 말이다.

평일 풀타임 근무를 하면 70만 원 남짓한 금전이 주어진다. 주거, 통신, 교통, 식생활, 교육, 의료, 문화생활의 향유를 통한 인간다운 삶? 웃기지도 않는다.

미친 세상, 미친 대학, 미친 등록금, 미친 대출 이자…

   
  ▲웹 포스터. 

청년 노동의 현장을 살짝 벗어나 ‘대학을 생각한다.’ 대학에 대해서는 미쳤다는 표현 외에는 별다른 수식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미친 등록금을 유예하기 위해 미친 학자금을 대출했다가, 미친 이자에 절망하여 미친 세상과 작별을 고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 청춘의 삶이다!

반값 등록금 공약을 이행하라는 대학생들의 행동은 지엄하신 공권력으로 박멸하고 있으니 신뢰가 오링 난(다 떨어진) 조국이라 하겠다. 이런 하찮은 조국에서의 불투명한 미래를 극복하기 위해 스펙의 노예가 되어가는 이들을 누가 탓할 수 있으랴?

야만의 땅에 사는 청춘들의 삶은 절망이다. 청년들의 절망을 눈 뜨고 지켜보기 힘들었던 각하가 드디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청년들이여) 눈높이를 낮춰라.”

과연 명쾌하다. 이것은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인가? 이미 인간다움을 강탈당한 조건에서 더 이상 낮출 눈높이가 없다는 이야기 백날 해봤자 우이독경이니 이쯤 하자.

그래도 재수생들 싹 모아다가 농촌이나 공장 보내자는 장관 나리 말씀보다는 양호하달까? 이런 친구들을 대통령과 정권 실세로 모시고 있다. 우리에게는 이 비극적인 사회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소위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권리가 존재한다. 허나 슬프게도,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래서 니들은 대안이 뭔데?”

그 놈의 대안 만들라고 나랏님과 국회의원 뽑고, 공무원 채용한 거잖아. 새로운 상상력이나 대안이라는 것은 문제의식의 성숙에서 시작하는데, 이러한 질문은 ‘대안’의 이름으로 ‘대안’을 봉쇄하고, 폭력적인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자기가 보기에)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라.
-그렇지 못할 거면 닥치고 현실에 순응하라.

대안 없는 비판은 무의미하다는 무시무시한 슬로건 아래 우리의 상상력은 또 한 번 거세당한다. 눈높이 낮추라는 꼴통들이 설치는 모습도 피곤해 죽겠는데, 이놈의 대안 타령을 듣고 있자니 역한 짜증이 올라온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그 잘난 대안을 왜 우리가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 그놈의 대안 만들라고 세금 들여가며 나랏님과 국회의원 뽑고, 공무원 채용했단 말이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주문이나, 대안을 구하는 주문에는 청춘들의 삶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더 나은 사회를 꿈꾸고 디자인하는 역할 또한 여전히 가슴이 뜨거운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인가?

하루하루 사는 것조차도 귀찮고 버거워 죽겠거늘, 어째서 우리에게 내려진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은 이리도 무겁단 말인가. 이 땅의 청춘을 사는 동지 여러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살아내야 할 이 땅이 보다 아름다워지기 위해 조금만 힘을 내 주시길 바란다.

검색창에 ‘청년창안대회’를 입력해 주시라

전태일재단과 청년유니온이 공동 주관하는 청년창안대회는, 세상을 바꾸는 발칙한 상상력을 구한다. ‘고용안정망 확충과 국가 고용정책 재고를 위한 재정전략’을 묻는 대회가 아니다. 화장실에서 사색하거나 잠자리 들기 직전에 떠오른 날것 그대로의 상상력을 구한다.

주제는 상관없다. 대학, 교육, 취업, 주거, 공동체, SNS,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연애, 사랑(응?)……. 이 땅과 청춘들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아주 거창하거나, 아주 소소한 아이디어라면 무엇이든 환영한다. 응모 자격은 만 39세 이하의 청년들이다.

『가난뱅이의 역습』의 저자인 마츠모토 하지메는 ‘집을 싸게 얻는 법’을 비롯해 자유롭고 뻔뻔한 가난뱅이로 살 수 있는 무수한 아이디어를 창안해 한일 청년들의 심금을 울렸다. 아니, 웃겼다.

‘희망의 버스’ 같은 아이디어는 또 얼마나 좋은가! 그 상상력도 거창한 기획회의가 아닌, 마주앉아 커피 한잔 홀짝이던 와중에 번쩍, 하고 나온 것이었다.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집 없는 가난한 뜨내기들이 모여 사는 ‘빈집 공동체’ 같은 것을 만들자고 하면 얼마나 반갑고 흥미로운가! 트위터를 활용한 무한한 아이디어들도 제안해보자.

마감은 6월 19일(일)까지다. 가장 발칙하다고 판정된 상상력들은 7월 2일 결선에서 프레젠테이션의 기회가 주어진다. 웬만한 청춘들은 다 상을 줘버리자는 취지에서 응모자 중 23명에게 상을 주기로 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주소로 클릭질 부탁한다.

                                                  * * *

청년유니온 대회 소개 페이지: http://cafe.daum.net/alabor/
전태일재단 대회 소개 페이지: http://www.chuntaeil.org/
희망제작소 대회 소개 페이지
http://idea.makehope.org/challenge_idea.php?page_code=board_read&table=monthlyidea&b_cid=0&aid=9167

[청년창안대회 심사 일정]
마감: 2011년 6월 19일(일)
예심 발표: 2011년 6월 22일(수)
본심 및 시상식: 2011년 7월 2일(토) 오후 1시,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주최: 만해재단 주관: 전태일재단, 청년유니온 협력: 희망제작소

* 이 글을 쓴 김민수는 20세의 청년이다. 1년 전 들어간 대학을 몇 달 전에 스스로 그만두었다. 대학을 그만 두자 당장 닥치는 것은 군대 영장과 생존을 위한 노동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 중이다. 청년유니온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