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북한이 아니다, 두려움일 뿐"
        2011년 06월 06일 12: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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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의 원죄

    공개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그 후폭풍도 감당할 것을 각오하는 것이다. 내가 앞의 글에서 독자파 동지들에게 ‘나를 설득해 달라’라고 글을 썼기 때문에, 나를 설득하거나 혹은 비판하기 위해 글을 쓴 동지들에 대해 최소한의 답장이라도 하는 것은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글을 쓴 나의 원죄이다.

    그러나 나의 글이 이건수 강원도당 위원장 동지가 요청하듯 “독자파들의 몸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감동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나의 글은 연석회의 통합협상 결과에 대한 진보신당 독자파들의 반응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되었다. 비판이 늘 그렇듯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자기 입장을 결집하는 성향이 강하다보니 비판의 대상이 되는 분들에게는 감동보다는 실망감을 더 줄 것이다.

    더군다나 내가 합의에 대한 세 분의 부대표와 평당원들의 반응을 ‘신경증적이고 유아적 절망감’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에 독자파들의 심기를 더 불편하게 했던 것 같다. 독자파들의 반응이 너무 격하게 나왔기 때문에 나 또한 격한 언어를 사용했던 것인데, 나의 반응을 옹호하기에는 너무 궁색한 것 같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유감을 표한다.

    2. 독자파들의 알몸

    이건수 위원장은 나에게 입증책임이 통합파에게 있음을 상기시켰다. 즉 통합에 반대하는 측이 왜 반대하는가보다는 찬성하는 측이 왜 찬성하는가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의 나의 글이 왜 통합을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보다는 자주파에 대한 일부 당원들의 오해를 정정하는 게 핵심이었는데, 정작 왜 통합해야 하는가는 빠졌다는 지적이다.

    이건수 위원장에게 나는 이런 답변을 하고 싶다. 3.27 진보신당 당 대회나 몇 차례 있었던 전국위위원회에서 당은 통합을 결의했다. 특히 5차 협상안이 발표되고 인준되면서 진보신당 전국위원회는 “이제 민노당이 답하라!”라는 결의문까지 채택했었다.

    그리고 이 결의문의 채택 과정에서 진보신당 독자파 다수는 참여했다. 이건수 위원장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적어도 이 절차를 본다면 통합에 대해 독자파든 통합파든 동의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우리는 왜 통합해야 하는가?”라는 철지난 이야기는 하지 않은 것이다. 님들도 동의한 내용을 내가 왜 다시 써야 하는가? 나의 글 “독자파들이여 나를 설득해 달라”는, 우리가 통합을 위한 협상을 결의했다면, 통합이 가능하기 위한 자기모순은 치유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했을 뿐이다.

    나의 글의 핵심은 민노당을 비롯한 대중운동의 여러 세력들과 우리가 통합하기 위해서는, 자주파 동지들의 ‘양심’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양심을 부정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통합하지 말자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석회의 합의는 진보신당 당대회 결의의 ‘합리적인 핵심’이 녹아나 있으며 자주파 스스로도 많은 양보를 한 합의였다는 점을 나는 강조했다.

    만약 지금의 합의안이 진보신당이 추구했던 가치를 근본적으로 부정한다면 통합에 반대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정종권 동지의 글에도 나타나 있지만 합의안의 전체 프레임은 진보신당의 기본적 가치가 그대로 녹아있고, 북한체제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도 남북한에서 보편적 민주주의와 인권을 확장하고 북한체제에 대한 비판도 존중한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독자파들이 이 합의안을 거부할 명분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분의 당 부대표와 많은 당원들은 진보신당 대표와 새진추 위원장의 합의를 두고 당 대회의 결정에 위배된다는 것만을 주장하며 연석회의 합의를 부정하고 있었던 점은 이건수 위원장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그들은 절차적 정당성을 지적했지만 내용적 자기모순에 대해서는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된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합의는 당의 인준을 거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의 비판에 대한 독자파들의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다. 내가 "상대에게 양심을 부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통합 자체를 부정하기 위한 것 아니냐"라며 던진 질문에 드디어 그들은 자신들의 알몸을 드러냈다. “그래! 우리는 통합이 싫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에 어쩔 수 없이 끌려왔었는데, 합의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된 것을 두고 반대하려는 명분을 얻은 것일 뿐이라고 지금 독자파들은 외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건수 위원장에게 질문한다. 독자파들은 왜 과거에는 통합하려 했다가 이제야 통합은 안 된다고 이야기 하는가? 나는 통합이 진보운동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광범위한 합의를 전제하고 글을 썼다. 독자파들도 통합하자고 이야기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제 와서 통합이 안 되는 이유를 밝히는 것은 독자파여야 하는가 통합파여야 하는가? 누구에게 입증책임이 있는가?

    3. 민주노총이 문제인가?

    간단하게 답하겠다. 진보신당 독자파들은 통합 반대의 명분으로 민주노총이 노동자 대중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것, 민주노동당이 북한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시한다. 그래서 민주노총 이야기만 나오면 ‘민주노총이 노동자 대중을 대표하냐?’라고 비판하고 북한 문제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침묵하면 ‘종북주의’라는 딱지를 붙인다. 나는 앞의 글에서 자주파의 논리를 간단하게 옹호했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에 대한 진보신당의 ‘편견’은 정당한가? 민주노총이 고작 80만명 밖에 조직하지 못하고 있고 정규직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은 한국 노동운동의 현실적 한계이지 민주노총을 비판할 꺼리가 아니다.

    80만명이라도 조직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선배들이 피를 흘렸는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 중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민주노총 탈퇴하려할 때 민주노총 활동가들은 얼마나 대중들을 설득하고 있는가? 그들은 지금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악전고투하고 있다.

    물론 민주노총의 오류를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노동운동의 한계를 민주노총 탓으로 돌리고 그들을 비난하는 진보신당 활동가들의 논리는 결코 정당한 것이 아니다. 한계는 함께 극복하고 이겨나가야지 왜 그것을 잘못이라고 비난하는가?

    더불어 민주노총에 조직된 대중이 진보신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민주노총을 비난하는 ‘얼치기 진보주의자들’을 보면 정말 화가 난다. 민주노총 조합원조차 우리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책임이 진보신당에게 있지 민주노총 대중에게 있지 않다. 대중이 우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대중을 비난하는 게 당 활동가들의 자세인가? 대중을 비난하려면 뭣 하러 당을 만들었는가? 우리 스스로의 성찰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민주노총 일반 대중이 우리를 지지하지 않는 것은 진보신당의 한계이지 그들의 한계가 아니다. 그리고 그나마 민주노총에서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진보적 대중’들은 지금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민주노총 지도부를 비난하며 통합하지 않겠다는 독자파들의 논리는 정당화될 수 없다. 평당원이 아니라 책임 있는 활동가들이 이런 주장에 동참하는 현실이 슬플 뿐이다.

    4. 왜 우리는 통합을 두려워하는가?

    앞의 나의 글에서 자주파의 주장을 이해하자고 요청하자 많은 독자파들은 내가 순진하거나 아니면 과거의 상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이건수 위원장도, 자주파와의 활동에서 아직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다고 했다. 결합하면 또 싸우고 다시 분당할 것이니 차라리 합당 안하는 게 낫다고 주장한다.

    나 또한 학생운동 시절 과거의 상처를 갖고 있다. 내 친구와 대자보를 붙이다 주사파 총학 투쟁부장에게 쇠파이프로 맞은 일도 있다. 부산대와 같은 곳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일이다. 물론 20년 전의 일이다. 더불어 몇 년 전 통일운동 단체 출범식에서 ‘우리민족 제일주의’라는 구호를 보고 토할 지경이었다. 그런 구호는 쇼비니스트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경험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나 또한 자주파와의 관계가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자주파와의 경험에 대한 무지에서 자주파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님을 이해해 주시라.

    그러나 반대로 우리는 자주파 동지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가? 나 또한 분당 과정에서 자주파 동지들에게 ‘종북주의’라는 딱지를 붙였다. 그들은 얼마나 이 구호가 부당하다고 여겼겠는가? 더불어 지금 자주파들에 대해 갖고 있는 어떤 평당원들의 관점은 이성적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도 덧붙이고자 한다.

    더 나아가 독자파들이 통합을 두려워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은 북한문제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북한문제가 남한 진보정당 운동에 그렇게 중요한가? 독자파 활동가들도 알고 있다. 그것이 정말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그렇다면 왜인가? 이유는 간단한다. 통합을 하게 되면 자주파들의 담론이 당을 압도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나마 독자적으로 남아 있으니 지금 수준이라도 활동할 수 있지만 통합하면 그대로 흡수될 것이라는 두려움 말이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은 진보신당이 다수파와의 공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이다. 진보신당이 전체 민중운동에서 소수파라면 소수파의 한계를 인정하며 함께 해야 한다. 우리가 소수파이기 때문에 다수파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은 정말 분파주의적인 사고일 뿐이다. 자주파 동지들도 패권주의에 대해 지금 성찰하고 있지 않는가? 왜 그것은 보지 못하는가?

       
      ▲필자.

    더 나아가 자주파 활동가들이 더 열심히 활동하여 당을 장악한다면 그것은 자주파들의 잘못이 아니라 그들의 훌륭함을 증명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지 않는가? 열악한 조건에서 전업활동가로 열심히 당 활동을 한 결과로 그들이 다수파를 유지한다면 그것은 존경의 대상이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진보신당 당원들 또한 더 열심히 그리고 더 잘 활동하여 자주파와 생산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답이지 그들에게 흡수될까 두려워 통합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나는 이것이 진보정당운동 전체를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독자파 동지들이 두려워하는 흡수라는 문제는 당내 경쟁의 문제이지 통합을 부정하는 명분이 결코 될 수 없다. 나는 물론 통합진보정당이 완전히 우파가 되어 자유주의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면 통합에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혹은 자주파가 더 활동을 잘하기 때문에 통합에 반대한다면 이것은 우리의 ‘유아성’을 증명하는 것임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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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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