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 합의 '후폭풍' 거세
        2011년 06월 01일 04:29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연석회의가 1일 새벽 극적 타결을 이루었지만 진보신당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의결기구 심의로 가기 전에 당장 부대표 3인이 이번 합의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섰고, 일각에서는 조승수 대표와 노회찬 새 진보정당 건설 추진위원회(새진추)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당 게시판에는 일부 당원들의 탈당 선언도 눈에 띄고 있다.

       
      ▲1일 오전, 합의 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대표단들.(사진=진보정치) 

    특히 당원들은 대북문제 합의에 대해 강한 이견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합의가 지난 3.27 당대회 정신을 위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장 부대표 3인이 이에 반대하는 만큼 2일 예정된 대표단회의에서 합의안이 통과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졸속, 부실 합의문

    김은주, 김정진, 박용진 부대표는 1일 당 게시판을 통해 “합의문은 내용과 형식에서 ‘졸속합의문’이자 ‘새로운 진보정당’이라는 지향에 못 미치는 ‘부실합의문’”이라며 “‘북에 대한 입장’ 부문에서 국민적 상식이라 할 수 있는 3대 세습 문제조차 정면으로 다루지 못했고 ‘패권주의’ 부분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도로 민노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진보신당은 지난 3.27 당대회와 전국위원회를 통해 연석회의를 통한 ‘합의문’과 신설합당을 위한 승인절차를 ‘대표단 승인→전국위원회 승인→당대회 승인’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대표단에서의 승인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대표단 5인 중 부대표 3인이 ‘불승인’의 입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합의문’은 사실상 효력을 갖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2일 대표단 회의를 통해 ‘합의문’의 승인을 거부할 것이며, 4일 진보신당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이 ‘합의문’에 대한 거부 입장을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이라며 “‘합의문’이 진보정치의 발전과 혁신의 전기도 마련하지 못하는 무의미한 합의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전국위원회와 당 대회에서 당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의견그룹인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도 성명을 통해 “‘최종 합의문’은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에 대한 반대를 명문화한 3.27 당 대회 결정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으며 핵개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졸속 부실 합의문’에 서명하고 협상 과정에 깊이 관여한 조승수 대표와 노회찬 상임고문이 책임을 지고 당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합의문에 대한 독자파 등의 반발이 크다. 독자파 한 인사는 “이번 합의문은 당 대회와 29일 전국위원회의 논의 과정도 완벽하게 위배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존중한다는 얘기가 합의문에 들어가 있지만 이는 사실상 필요없는 얘기이며 민주노동당 당론보다도 후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독자파 vs 통합파 배수진 한판 승부

    그는 이어 “협상단은 26일 결렬이 민주노동당의 책임인데도 이에 대해 완벽하게 면죄부를 쥐어줬으며 사실상 진보신당을 깨고 그 책임을 당 대회로 돌리려는 것”이라며 “그래도 당 대회에서 이 안건이 통과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으며, 그 전에 조승수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수 대표나 노회찬 위원장의 책임론이 불거질 경우 진보신당은 그야말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 노 위원장, 심상정 상임고문 모두 새 진보정당 건설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고 이번 합의문도 조 대표의 결단으로 작성된 만큼 이들과 통합파들에겐 사실상의 배수의 진을 친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종권 새진추 위원은 “(합의문은)국민들에게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진보정당들로서는 통합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대중적 염원과 시대적 흐름을 존중한 어려운 과정 속에서 낳은 결과물로 본다”며 “이런 상태일수록 특정 입장에 대한 감정적 대립 문제가 아니라 당원과의 소통과 공감을 얻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합파 관계자는 “합의안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 대회에서 결정 되었던 것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한 결과로 본다”며 “일단은 조 대표가 당원들에게 진심으로 (합의안을)설명하고 함께 가고자 진심으로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욱 나쁜 상황은 피하면서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지금은 여러 감정적인 반응이 나오는데 당 대회 결정의 문제의식을 반영한 안이기 때문에 설득한다면 현명하게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흡하지만 당 대회 결정 최대한 반영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연석회의 끝에 공은 다시 진보신당 당 대회로 넘어가게 되었다”며 “부결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있지만, 진보신당 활동가들뿐 아니라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등에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내부 반발을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장 2일 예정된 대표단 회의에서 최종 합의안에 대한 진보신당 논의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대표 3인이 공식적으로 반대한 상황에서 합의안을 작성해 온 조승수 대표가 돌파할 정치력을 발휘할지, 진보신당이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될지 주목된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