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희 "권한 밖"…"주류, 결렬 굳힌듯"
        2011년 05월 27일 04:56 오후

    Print Friendly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가 5개월여 만에 좌초 위기에 빠졌다. 5차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여한 대표자들은 26일부터 이틀 동안 이어진 협상을 통해 “미합의 쟁점에 대해서 3차 합의에 근거해 합의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다음 회의 일정도 잡지 못하고 헤어졌다.

    민노, 한때 내부서 "결렬 선언" 강경

    연석회의 안팎에서는 26일 저녁과 밤 사이에 민주노동당 쪽에서 연석회의 ‘결렬’을 선언하고, 공식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 목소리가 높아졌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먼저 결렬 선언을 할 경우 발생하는 정치적 부담과 민주노총 입장 등을 고려해 실행에 옮기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5차 대표자회의.(사진=진보정치) 

    이번 5차 대표자회의 결렬은 지난 6일 3차 합의문이 진통 끝에 도출된 이후부터 사실상 예상돼왔다. 진보교연 등 단체의 중재와 이정희 대표의 ‘결단’의 결과로 받아들여졌던 북한 문제 등과 관련된 3차 합의문 내용을 두고 민주노동당이 내홍을 겪었으며, 결국 이 대표가 사실상 유감을 표명하며 ‘책임’을 인정했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전망이 빠른 속도로 퍼졌다.

    3차 합의문에 명시된 북한 관련 내용은 "5월 말까지 핵 개발과 권력 승계 등 대북문제, 2012년 총선․대선 기본 방침, 패권주의 등 당 운영 방안 등 나머지 쟁점사항을 해소하여 최종 합의문을 마련"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어 지난 15일에 열렸던 연석회의 참여 단체 정책담당자 워크숍에서도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동당 측에서는 “당 내 일반적 기류는 북한문제에 대해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사회당은 “이 부분에 대한 민주노동당 결단 없이 통합은 어렵다”고 응수했다.  

    연석회의 참여단체 관계자들은 26일 대표자회의에서도 북한, 3대 세습, 2012년 대선방침, 패권주의 등에 대해 사회단체 쪽에서 중재안을 만들었고, 이를 기준으로 어느 정도(공식 발표에서는 ‘상당 부분’이라고 표현됨) 의견이 근접했으나 막판에 틀어졌다고 전하고 있다. 

    이정희 "연석회의 계속할지 포함 당내 논의 필요"

    대표자들은 대북 문제와 관련 이강실 전국여성연대 공동대표가 절충안으로 제시한 “비핵평화 체제와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고, 남한 자본주의와 북한 사회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노동 존중의 새로운 사회를 건설”한다는 내용과 2012년 대선 방침과 관련 “신자유주의 극복과 관련된 주요 정책들에 대한 가치연대를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는데 의견이 접근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3대 세습과 북한 인권문제, 패권주의에 관한 문구가 걸림돌이 됐다. 절충안은 “남북 모두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신장시키기 위해 상호교류와 협력관계의 확대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북한의 권력승계 문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이 있으나, 그 문제가 북한 스스로가 결정해야 할 문제임도 인정한다.”고 돼있으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진보 양당이 거부했다.

    패권주의 문제도 ‘패권주의를 극복하고’, ‘분파주의와 패권주의를 극복하고’ 등 복수안이 있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 상태에서 정회가 있었고 회의 속개 이후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당 내 논의 끝에 지금까지 애기됐던 ‘기존 합의’까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회의는 사실상 끝이 났다고 연석회의 관계자들은 전했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모든 쟁점에 대한 초벌 토론은 된 상태에서 정회 이후 이정희 대표가 (그 동안의 논의 내용을)번복하며 ‘더 이상의 논의는 의미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며 “이 대표는 ‘이후 연석회의 논의를 이어갈지를 포함해 당 내 논의가 필요하다’며 ‘더 이상은 내 권한 밖’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조승수 대표가 ‘(오늘 회의를)중단하더라도 다음 회의 일정이라도 잡아야 한다’며 ‘31일이라도 (협상 재개를)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상구 대변인도 “어제 회의에서 조 대표가 최종 합의를 위해 추가적 일정을 제안했으나 결정되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며 “합의 진전을 위한 민주노동당 논의 결과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대북문제는 한 목소리, 협상 필요성은 이견

    연석회의가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향후 진보대통합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진보신당은 공식브리핑에서 “최종 합의 지연”이라고 밝혔고, 민주노동당은 공식브리핑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혀 온도차를 드러냈으나, 양 당 모두 연석회의를 ‘결렬’로 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연석회의 재개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협상 테이블이 다시 마련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표자들은 미합의 쟁점에 대해 ‘노력한다’는 공동의 입장을 발표했기 때문에 당초 합의한 5월 말이라는 시한이 지났어도 협상 재개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다만 협상이 재개돼도 기존 쟁점들에 대해서 이견이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대북문제에 대해서는 범자주파 계열 모두 비슷한 시각”이라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장 차를 줄이기 위해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비해 당 내 주류는 사실상 결렬로 마음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표자 회의가 난항을 겪고 있을 때 당 최고위원들이 사실상 전원 대기 상태였는데 최고위원회가 소집되지 않고 일부 핵심 당직자들만 모여 결정을 내렸다.”며 “이것만 봐도 당 주류가 통합에 마음이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진보신당 측에서도 “어느 순간부터 민주노동당 협상 담당자들이 ‘모 아니면 도’ 식이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노동당 측은 협상 결렬이 몇 차례 중재안에도 ‘3대 세습’과 ‘북핵문제’ 등을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진보신당과 사회당 측에 돌리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의 관심권에 없는 대북문제에 대해 단 한 글자도 양보 못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니 절충안을 만들 수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압박 영향 줄까?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노총 등이 진보 3당에 ‘항의 반, 촉구 반’ 성격의 방문을 하기로 한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비관적 견해가 다소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석회의 안팎에서는 3차 합의 도출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던 이정희 대표가 자신의 ‘권한 밖’이라고 밝힌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쯤 왔으면 결국 대표들이 정치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인데, 이 대표가 “자신의 권한 밖이라는 말한 건 합의할 수 없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출구전략도 쉽지 않다. 어렵게 구성한 연석회의에 대해 결렬을 선언하면 사실상 진보대통합 논의를 이어갈 기구가 없다. 당대 당 협상 등이 남아 있지만 진보신당 측에서는 새 진보정당 건설이 진보양당 통합으로 비춰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연석회의 틀 내에서라면 몰라도 연석회의를 벗어나 당대 당 협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양 측 주류나 독자파들이 서로에 대해 책임을 돌리려 할 것"이라며 “앞으로 더욱 생산적인 논쟁이 되지 못하고 책임 공방만 오고갈 가능성이 높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