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아들은 노조선봉대, 나는 조합원"
        2011년 05월 22일 03:22 오후

    Print Friendly

    “우리 회사에 용역깡패가…. 정말 이게 현실인지 믿기지 않아요.” 직장폐쇄 나흘째인 지난 21일. 유성기업 아산공장 안에서 만난 엄선주(26세) 유성기업지회 여성 대의원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대의원이긴 하지만 입사 5년차에 부서 막내다. 노조 활동도 아직 익숙지 않은데 용역깡패에 직장폐쇄라니. 경주 발레오만도, 구미 KEC에서 벌어진 일이 설마 우리에게도? 좀처럼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21일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공장 안에서 직장폐쇄 철회와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김상민)

    엄선주의 아버지도 같은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이다. 나흘째 모녀가 함께 공장을 지키고 있다. “노조가 없다면 이번에 정말 잘릴 수도 있다고 봐요. 노조가 있으니 함께 공장 지키고 싸울 수 있는 거고, 그래서 마음이 좀 놓여요. 억울해서라도 나가지 않고 끝까지 싸워야죠.” 엄 대의원에게 노조는 회사의 부당한 탄압으로부터 본인과 모두를 보호하는 든든한 울타리다.

    조진환 조합원(57세)은 이 회사에 다닌 지 25년이 됐다. 그의 아들도 역시 지회 조합원이다. 아들은 젊다는 이유로 용역 및 공권력 침탈을 막기 위해 선봉에 서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들 걱정은 없단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걱정은 무슨….”

    아들은 선봉대 "걱정은 무슨…"

    그는 “최근 금속노조 사업장 중 사용자 공격에 노동자들끼리 갈라져서 깨지는 곳들을 많이 본다”며 “우리도 그런 꼴 안 보려면 젊고 늙고를 떠나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열심히 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장 안 집회 대열 맨 앞에서 만난 김창철(58세) 조합원은 내년이 정년이다. 딱히 가족이 이 회사에 다니는 것도 아니다. 괜히 나서지 말고 적당히 뒤로 빠져 몸 사리고 있어도 뭐라 할 사람 없다. 근데 뒤에서 구경만 하면 답답할 것 같다.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인 이상 당연히 해야 할 몫을 해야지. 늙은이들 경험도 얘기해줘야 젊은 사람들도 힘 낼 수 있는 거고….”

       
      ▲21일 유성기업지회 조합원 가족들이 관리자들을 향해 용역의 살인미수 행위를 규탄하고 있다.(사진=김상민)

    덕분에 힘 받은 조합원들이 있다. 영동공장에서 온 최지순(31세) 조합원은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첫날엔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공장 안에서 며칠간 ‘형님’들에게 각종 투쟁 사례와 경험을 들으며 이 투쟁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단다.

    그리고 이제 단호하게 말한다. “이길 때까지 형님들과 자리 지킬 겁니다.” 조춘재(38세) 조합원은 반대로 젊은 조합원들 패기를 보며 각오를 새롭게 했다. “영동에서 온 젊은 조합원들이 이기지 않으면 죽어서 나가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는데, 이들 보면서 나도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다짐했다”고 힘주어 말한다.

       
      ▲ 21일 낮 아산 유성기업 공장 앞 도로에 경찰 병력이 배치된 가운데, 경찰 뒤에 사측 관리자들이 도열해 반노조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김상민)

    이번 싸움 속에서 젊은 조합원이든 나이든 조합원이든 확실히 깨닫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연대의 의미다. 그간 유성기업지회는 항상 다른 사업장 연대투쟁을 갈 때, 간부들만이 아닌 조합원들까지 함께 가도록 해 왔다. 그렇다 보니 슬금슬금 나오는 불만들.

    “다른 데들은 간부들만 가는 데 왜 우리는 조합원들까지 다 가야 하나?”
    “연대하러 가도 별다른 성과도 없던데 굳이 해야 하나?”

    연대은 당위가 아니라, 필승의 벗

    고참인 김창철 조합원은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우리도 언젠간 도움 받을 일 있을 것”이라며 설득해 왔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그의 얘기는 현실로 증명되고 있다. 나흘 째인 21일, 금속노조 충남지부와 대전충북지부에서 2백여 명이 이곳에 함께 모여 있다. 전국에서 모인 1백여 명까지 모두 3백여 명이 유성기업지회의 투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함께하고 있다.

    특히 대전충북 대한이연지회(지회장 양선배)는 유성기업이 직장폐쇄를 단행한 날 바로 조합원 간담회를 실시, 유성기업이 원청에 납품하는 품종을 절대 대신 생산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2007년 대한이연에서 구조조정에 맞선 파업투쟁을 벌일 때는 반대로 유성기업에서 같은 결의를 해, 대한이연지회 투쟁 승리에 큰 보탬이 되기도 했다는 게 양 지회장의 설명이다.

    조춘재 조합원은 “이제야 우리가 왜 연대를 열심히 해 왔는지를 생생하게 깨닫고 있다”며 “이번 일이 오히려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극복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한다. 조 조합원 말대로라면 회사는 노조 길들이려고 했다가 괜히 노조만 더 튼튼하게 만든 셈이다.

    “사장이 잘못 건드렸지. 빨리 직장폐쇄 풀고 교섭에 나오는 게 오히려 회사한테 좋을 텐데….” 내년까지 다니고 정년퇴직하게 될지도 모르는 김창철 조합원이 회사에게 보내는 충고다.

    * 이 기사는 금속노조 인터넷 기관지 ‘금속노동자'(www.ilabor.org)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