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정치인 족쇄, 진보통합 저지 의혹
총선 출마 불투명, 정치적 위기 맞아
    2011년 05월 13일 04: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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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가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놓였다. 지난 2005년 국회 법사위에서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떡값 검사’들의 명단을 공개한 뒤, 2007년 검찰이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면서 시작된 긴 법정싸움에서 13일 대법원이 일부유죄 취지로 고법의 무죄판결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당 분위기 무거워졌다"

   
  ▲기자회견 중인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 

노 전 대표는 지난 2009년 1심에서 ‘징역 6월-집행유예 2년-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대법은 “홈페이지에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훼손 한 부분과 통비법 위반 부분을 파기한다”고 선고했다. 대법은 “공익적 측면은 있어도 이는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상당부분 달성되었고 굳이 홈페이지에 게재할 필요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법이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면서 최종판결은 다시 항소심 재판부로 넘어가게 되었지만 대법이 사실상 유죄 판결을 내린 것과 마찬가지다. 고법에서 이를 뒤집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우려스러운 대목은 통비법의 경우 벌금형이 없기 때문에, 노 전 대표의 피선거권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으로, 당장 내년 총선 출마가 불투명해졌다.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그 동안 무죄 판결에 대한 기대와 파기 환송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고 있었다. 지난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안기부 X파일’ 내용을 보도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위반)로 기소된 <MBC> 이상호 기자와 김연광 전 월간조선 편집장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번 판결로 인해 노회찬 대표 개인의 정치적 생명은 물론 진보신당에서도 큰 위기가 찾아온 셈이다. 항소심 재판결이 어떻게 내려질 알 수 없지만 통비법 형량에 따라 노 전 대표의 총선 출마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당 분위기가 무겁고 불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철한 진보신당 정책실장은 “안 그래도 이런 저런 어려움이 많은데 노 전 대표 판결까지 덧붙여지는 만큼,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 찾아온 것 같다”며 “이번 대법 판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으며 삼성과 대법 간의 일종의 커넥션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라고 말했다.

"삼성과 대법원 커넥션 의구심"

이번 판결이 내년 총선에 주는 영향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박 정책실장은 “총선 전략과 관련해서는 검토해봐야 한다”며 “우선 대법 판결에 대해 당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고, 총선이나 이런 문제나 대해서는 여러 단위에서 고민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우선 형량이 어느 정도 나올지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노 전 대표의 내년 총선 출마가 상당히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며 "법원에서 만약에 자격정지 기간까지 판결이 나올 경우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표 개인은 물론 진보신당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크게 우려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대법원의 오늘 판결은 시대착오적이며 비상식적으로 극히 유감”이라며 “대법 판결은 ‘삼성을 건드린 정치인은 누구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삼성에 의도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노회찬 전 대표는 진보진영의 대표적 정치인이고, 수도권에서 통합진보정당 후보로, 야권단일후보로 지역구를 돌파할 수 있는 ‘대표 선수’라는 점에서 전체 진보진영에 큰 시련이 아닐 수 없다”며 “상식적인 항소심 판결이 나와야겠지만 진보신당뿐 아니라 진보진영에도 난처한 상황이 된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지배권력이 자행하는 일종의 진보정치 탄압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정치인에 족쇄를 채워 진보대통합당 건설을 방해하는 성격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진보정치의 역사에 수많은 시련이 있기 마련이고, 거기에 좌절할 필요는 없으며, 이럴수록 진보세력이 총단결해 강력한 진보대통합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회찬 "아날로그 시대 판결"

한편 노 전 대표는 1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엇보다 안기부 X파일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인식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판결문에서 대법은 X파일에 나오는 대화 시점이 8년 전 일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2008년에 이미 여야 의원 290여명이 특검설치 법안을 제출해놓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노 전 대표는 이어 “대법은 내가 국회 법사위에서 발언하기 전에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한 것은 면책특권으로 보고 그 보도자료를 인터넷에 게재한 행위는 통비법 위반으로 판단했는데, 보도자료 배포는 국회의원 직무수행에 부수되는 행위로, 대법의 판례는 인터넷이 나타나기 전인 아날로그 시대의 판례”라고 비판했다.

노 전 대표는 “2005년 8월 18일 법사위는 국회방송을 통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회의였고 지금도 일부 언론사들은 접수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터넷으로 뉴스로 게재하고 있는 실정인데, 인터넷도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의 판례로 다양한 미디어가 활용되고 있는 현실을 재단하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X파일 떡값검사 명단과 관련, 내가 추구하고자 했던 공익적 효과가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서 상당 부분 달성된 바로써, 이 대화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 공익의 중대한 저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 판단을 기각했는데, 이미 떡값검사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있었고 국회의원 290여명이 특검도입에 대한 법안을 발의했음에도 검찰은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도청자료에 나오는 전현직 검사들에게 ‘귀하가 그 명단에 들어가 있다’고 알려준 것이 검찰인데, 동시에 절대 다수 국회의원들의 수사촉구에 대해서는 불법 도청자료를 근거로 수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강변하고 있다”며 “이런 검찰에게, 그 떡값검사 명단을 알고 있는 법사위원이자 국회의원으로써 어떤 방식으로 수사를 촉구해야 한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노 전 대표는 “대한민국 법원이 생각하는 정의와 대한민국 국민들이 생각하는 정의가 이렇게 큰 차이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 땅에 정의는 실현되기 어렵다”며 “나는 대법의 판결에도 멈추지 않을 것이로, 많은 국민들이 오늘의 대법원 판결에 좌절하지 말고 함께 용기를 갖고 싸워 나가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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