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은 노심조와 싸운다?
        2011년 03월 30일 09: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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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씨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진보신당 당 대회 관전소감을 밝혔다. 거기 이런 대목이 있다. “결국 나홀로 등대정당 하겠다는 얘긴데, 그 친구들이 모르는 건 그 등대에 전구가 없다는 거에요. 남 길 찾아주러 들기 전에 자기 좌표나 제대로 알았으면…”

    등대와 전구는 물과 물고기 관계

    이른바 ‘독자파의 완승’으로 끝난 진보신당 당 대회를 등대와 전구의 비유를 통해 비판한 것이다. 진중권씨의 글은 물론 단순히 이렇게 끝나는 것은 아니고, 이른바 통합파에 대한 충고도 함께 담고 있다.("통합파는… 결국 대책없이 도로 민노당 하자는 얘긴데… 그건 나부터 반대하는 바에요. 안타까운 것은 논의가 고작 ‘도로 민노당’이냐, ‘따로 진보당’이냐 수준으로 전개된 것. 상상력의 한계랄까?")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등대와 전구라는 의미 깊은 비유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일단 이 글의 비유에 따르면, 진보신당이 등대라는 점이 확인된다. 진중권씨의 글에 대해 기분 나빠하는 진보신당 당원들이 있는데 꼭 안 좋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원래 등대정당이라는 것 자체는 그렇게 부정적인 비유는 아니다.

    문제는 전구다. 등대가 평당원 체제로 구성된 진보신당 자체라면 전구는 거기서 뛰는 직업적인 정치인 즉 선수를 말한다. “전구가 없다”는 진중권씨의 말은 곧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같은 직업적 정치인들이 이제 과연 진보신당에서 정치를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일 것이다. 나는 이런 우려에 대해 한편으로 이해는 되지만, 좀 설명을 하고 싶다.

    물론 이번 당 대회를 앞두고, 평당원들의 이해관계가 이른바 ‘노심조’ 같은 직업 정치인들과 대립하는 듯 한 구도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다.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우고, 이명박은 초중고와 싸웠는데 진보신당이 노심조랑 싸우는 것 같은 구도가 암묵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도는 잠재적 구도였을 뿐,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나는 진보신당과 노심조의 관계가 이명박과 초중고의 관계처럼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등대와 전구의 관계는 마치 물과 물고기의 관계처럼 서로의 존재 의미가 되고 서로의 존재 기반이 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전구는 등대에 꽂혀 있지 않으면 빛을 낼 수 없다. 등대 입장에서도 전구가 없으면 자신의 존재 의미를 다 할 수 없다. 양자는 서로 결합되어 있어야 본분을 다할 수 있다.

    전구는 소모품

    물론 3.27 당 대회는 등대 입장에서 볼 때, 전구란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재삼 확인해주었다. 몸통은 어디까지나 등대 자체이지 전구가 아님을 경고한 것이다. 그러나 전구를 깨버리는 일은 하지 않았다. 이것은 합리적인 등대의 판단이었다. 훌륭한 전구는 처한 조건을 인정하는 속에서 최대한 스스로 빛을 내야 한다.

    진보신당의 직장인 대의원들은 직업적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 사람들은 일주일에 하루 있는 휴일을 제대로 쉬지 못하면, 다음 1주일을 보내기가 무척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아는 노동자들이고 직장인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합리적인 등대의 판단을 위해 이 소중한 하루를 포기했다. 산넘고 물건너 모인 당 대회 출석률이 무려 80%가 넘었다는 사실은 매우 경이적이다. 이들은 힘들게 모였지만, 흥분해서 전구를 깨버리는 바보같은 일은 하지 않았다. 다만 누가 몸통인지 지배관계를 재확인했을 뿐이다.

    사람들은 진보신당 당 대회가 내린 형식적 결론만 집중하고 있지만, 사실은 중요한 대목 하나가 간과되고 있다. 그것이 바로 등대와 전구의 관계이다. 진보신당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등대와 전구의 관계에서 누가 주인이고 누가 소모품인지 지배구조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런 독보적인 지배관계를 가진 당이 우리나라에 있을까? 전구가 등대를 지배하는 기이한 당들이 오히려 더 많지 않을까!

    전구가 깨지면 새로운 전구를 갈아 끼워야 할 것이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언제건 갈아 끼울 수 있는 예비 전구가 충분하다는 자신감도 있다. 하지만, 멀쩡하게 살아있는 전구를 깨먹는 것은 비효율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구만 좋은 것을 끼울 수 있다면 등대는 언제 건 어두운 밤바다를 비추는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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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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