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북아 에너지협력기구 창설하자"
        2011년 03월 30일 08: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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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던져주고 있는 교훈과 과제는 다양하면서도 중대하다. 우선 원자력은 저렴하고 안전하며 깨끗한 에너지원이라는 신화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원자력 선진국이라는 일본에서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그것이 자연재해에 의해서든, 인간의 실수에 의해서든, 또 다른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로도 해석할 수 있다. 후쿠시마에서 확인되고 있는 것처럼, 원전뿐만 아니라 사용후 연료봉의 관리와 처리 문제도 발등의 불이다.

    동북아는 ‘원전 르네상스’의 중심 

    동시에 고농도의 방사능 오염 물질이 토양과 대기, 그리고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원전 사고에 따른 피해는 인간과 자연의 경계, 그리고 시간의 한계마저도 넘나든다. 최근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에서도 방사능 물질이 발견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피해는 국경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이는 곧 원자력을 비롯한 에너지 분야에 있어서 국경을 넘어선 다자간 연대와 협력이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동북아는 이른바 ‘원전 르네상스’의 중심 지역이라는 점에서 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절박하다. 동북아 주요 국가의 원전 현황과 향후 계획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진단이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21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한국은 계획대로 한다면 2024년에는 34기로 늘어난다. 2011년 현재 일본은 54기, 러시아 32기, 중국 13기를 보유하고 있다. 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중국은 앞으로 27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북한 역시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실험용 경수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 자체 기술로  건설한 저장성 친사 원자력발전소 공사현장.(사진=중국핵공업집단공사)

    이러한 상황은 동북아에서 ‘핵무기’의 확산 못지않게 ‘핵 발전소’의 확산 역시 경각심을 갖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이웃 국가들이 원전 의존형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면, 개별적인 ‘출구 모색’은 가능성도 떨어질 뿐더러 설사 원전에서 탈피하더라도 주변국에서 사고가 나면 피해를 당할 수 있어 실효성도 떨어진다. 다자간 협력이 필수불가결한 까닭이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제안하고 싶은 것이 바로 동북아에너지협력기구(Northeast Asia Energy Cooperation Organization: NAECO)의 창설이다. 기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동북아에서 다자간 에너지 협력기구 창설의 필요성과 가능성은 존재했었다.

    에너지 협력기구가 할 수 있는 일들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에너지 제공이 필수적인데,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만들어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문을 닫았고, 6자회담의 실무그룹 가운데 하나인 에너지·경제 실무그룹은 제도화가 미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6자로 구성되는 동북아에너지협력기구의 창설은 KEDO를 대체하면서 에너지·경제 실무그룹을 제도화하고, 협력의 범위를 양적·질적으로 확대함으로써 동북아가 안고 있는 에너지 문제를 다자간 협력으로 풀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이 기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북한의 에너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도 종합적인 방안 마련해 실행할 수 있다. 최선의 방안으로는 북한에게 비핵-재생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이고, 차선으로는 북한의 원전 가동시 이를 국제적 통제 및 감시 하에 둘 수 있어야 한다. 경수로 운전 경험도 없고 안전 조치도 미흡한 북한이 수년 내에 독자적으로 경수로 가동에 들어가면, 원전 사고가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북한 원전 문제는 시급한 대처를 요한다. 

    또한 이 기구를 통해 원전 문제에 대한 다자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 궁극적으로는 원전 의존형 에너지 정책의 탈피를 추구하면서도, 과도기적으로는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한 안전 확보와 사고 예방, 사고 발생시 대처 등에 있어서 상호간의 노하우와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사용후 연료봉의 심지층 처분 문제도 중요한 협력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남북한-러시아-중국-일본 사이의 네트워크 구성을 통한 러시아 천연가스 활용 방안 강구와 재생 가능 에너지의 공동 연구개발 및 이용 등을 통해 점진적이면서도 근본적인 ‘탈핵(脫核) 에너지’ 정책을 다자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주도해야 할 까닭

    필자는 한국이 이러한 다자적 구상에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고 본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원전 대국에 이어 북한까지 원전 가동에 들어가면 한국은 원전 가동국들에게 둘러싸이게 된다. 여기에 한국 자체적인 원전까지 감안하면, 사고 위험 부담이 가장 큰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한국은 6자회담 참가국이자 2012년 제2차 핵 안보 정상회의 주최국이기 때문에, 비핵-재생 에너지 문제를 지역적, 지구적 차원에서 제기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고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한국 스스로 원전 의존형 에너지 정책에서 벗어나고, 6자회담 재개를 통해 동북아에너지협력기구 창설 논의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하며, 1년 앞으로 다가온 2차 핵 안보 정상회의에서 대체 에너지 문제를 핵심 의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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