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사람 자르는게 장난인가?
    2011년 03월 24일 11: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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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을 일으킨 <나는 가수다>. 결국 김영희 PD가 교체되고 말았다. 프로그램이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인데 지휘자가 잘린 것이다. 물론 김영희 PD는 이번 사태의 결정적인 책임자이며, 또 이소라의 명예에 치명적인 누를 끼친 편집의 책임자이기도 하고, 제작진이 결단할 문제를 가수의 의사를 묻는 형식을 취함으로서 당사자 가수에게 덫을 씌운 책임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네티즌의 원성이 자자하다.

너무 성급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렇다. 이렇게까지 사람을 ‘후다닥’ 잘라야 했을까? MBC의 조급증은 <일밤>의 잦은 개편에서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었다. <일밤>의 몰락이 꼭 조급증 때문만은 아니라고 보지만, 어쨌든 그동안 MBC가 체통을 잃을 정도로 조급해보였던 건 사실이다. 김혜수를 <W> 진행자로 초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후다닥’ 폐지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MBC는 서바이벌 오디션이 인기를 끈다 싶자 일반인 오디션, 기성가수 서바이벌, 아나운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후다닥’ 만드는 기민함을 과시했다. 그리고 그중 하나에 문제가 생기자 PD를 ‘후다닥’ 경질한 것이다.  이렇게 프로그램을 ‘후다닥’ 폐지하거나, 사람을 ‘후다닥’ 자르는 것이 우리 사회의 기본 풍토가 되면 곤란하다. 사람 자르는 건 언제나 최후의 선택이어야 한다. 그것이 원칙이다.

MBC는 "한 번의 예외는 두 번, 세 번의 예외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했다고 한다. 이 말은 달리 보면 ‘한 번의 자름은 두 번, 세 번의 조급한 자름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안전성’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뭐가 그리 급한가?

애초에 기성가수들을 내세워 이런 꼴찌 자르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든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아예 안 만들었으면 좋았겠지만, 이왕 만들었다면 그 속에서 최선의 의미가 구현될 수 있도록 일정 시간 동안은 지휘자를 지켜봐주는 게 기본적인 예의였다. 시청자들이 욕할 때마다 담당자가 잘린다면 남아날 사람이 누가 있겠나?

김영희 PD가 무리한 선택을 한 것에는 나름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나는 가수다>가 음악과 가수에 대해 ‘할 짓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그에겐 뼈아팠던 것 같다. 그래서 그는 <나는 가수다>의 핵심이 서바이벌 경쟁이 아닌 음악 그 자체가 될 것이라고 극구 주장했었다.

김영희 PD의 주장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마침 충격적인 첫 탈락자가 나오고 가수들이 반발하자 매몰차게 자르지 못한 것일 게다. 이것이 그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문제인 ‘성역 없는 원칙’에서 터지긴 했지만, 사실 인간적으로 보면 사람을 눈앞에서 냉정히 자르지 못한 김영희 PD이 고심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MBC가 할 일은 시청자의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되, <나는 가수다>가 보다 인간적이고 음악 중심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김영희 PD를 격려해주는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MBC의 행보는 ‘물렁했던 김 PD부터 화끈하게 잘라서, 자르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서바이벌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총체적으로 조급하고, 총체적으로 냉혹하다.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매체 중의 하나라던 MBC의 체통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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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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