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파들의 상반된 태도 비판
        2011년 03월 13일 02: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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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중동과 아프리카 북부 이슬람 국가 민중들의 혁명 열기가 그 지역은 물론 세계적 수준의 정치 지형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이슬람주의를 바라보는 좌파들의 상반된 태도와 이를 비판하는 책이 나왔다. 지난 2009년 사망한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 크리스 하먼의 1994년작 『이슬람주의, 계급, 혁명』(이수현 옮김, 책갈피, 4900원)이 그 책이다.  

    이집트에서 친미 독재자 무바라크가 몰락하고 무슬림형제단이 유력한 대안 세력 중 하나로 부상하자 서방 제국주의 정부들은 1978~79년 이란 혁명의 악몽을 떠올리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란 혁명 당시 이슬람주의의 성장을 보며 충격을 받은 것은 단지 우파와 자유주의 지식인들만이 아니었다. 좌파도 혼란에 빠져 양극단의 잘못을 저지르곤 했다.

    한 극단은 이슬람주의를 반동의 화신, 파시즘과 비슷한 것으로 여겨 완전히 적대하는 태도였다. 그 결과 대중의 정당한 반제국주의 정서를 무시하거나 심지어 이슬람주의에 대항해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와 동맹해야 한다는 생각으로까지 나아가기도 했다.

    반대편 극단은 이슬람주의를 모종의 진보주의로 여겨 거의 무비판적으로 지지하는 태도였다. 이런 혼란 때문에 중동의 대부분 지역에서 이슬람주의자들은 그럭저럭 좌파를 제압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 두 가지 상반된 태도를 모두 비판하며 대안적 접근법을 제시한다. 특히 이슬람주의가 정확히 무엇이고 전통주의와는 어떻게 다르며, 그 핵심 계급 기반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또 이집트, 알제리 이란의 사례를 되짚으며 이슬람주의의 강점과 약점(모순)이 무엇인지 분석한다.

    그는 세속적 좌파가 적용할 만한 행동 규칙(“가끔 이슬람주의자들과 함께할 수는 있지만 국가와는 결코 함께할 수 없다”)을 결론적으로 제시한다.

    이슬람주의에 대한 태도 문제는 오늘날에도 중동과 전 세계의 좌파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프랑스 국가가 소녀들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자, 일부 프랑스 좌파들은 그 조치를 지지했는데, 이것은 반전운동의 분열과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약화로 이어졌다.

    반대로 지난해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일부 좌파들(대표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아마디네자드 정부가 ‘반제국주의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오히려 시위대를 비난했다. 크리스 하먼의 이 작은 책은 이러한 혼란을 겪지 않게 도와줄 방향타가 될 것이다.

    이 책과 함께 『이집트 혁명과 중동의 민중반란』(알렉스 캘리니코스 외 지음, 김하영/전지윤 엮음, 책갈피, 8000원)도 새로 나왔다.

    이 책은 21세기에도 혁명이 가능할 뿐 아니라 우리 눈앞의 현실이기도 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튀니지와 이집트 혁명, 중동의 민중 반란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혁명의 정치·경제·사회적 배경을 심층 분석할 뿐 아니라, 혁명의 미래를 전망할 때도 혁명의 주역인 노동자·민중의 염원이 진정으로 실현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제시한다.

                                                        * * *

    저자 – 크리스 하먼(Chris Harman, 1942~2009)

    영국의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이자 좌파 이론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의 편집자였고, 그 전 20여 년 동안 좌파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의 편집자로 일했다. 2009년 카이로에서 이집트 시민사회단체들이 개최한 포럼에 연사로 참가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국내에 번역된 저서로는 ≪민중의 세계사≫(책갈피)를 비롯해 ≪21세기의 혁명≫(책갈피), ≪21세기 대공황과 마르크스주의≫(책갈피, 공저), ≪오늘의 세계경제: 위기와 전망≫(갈무리), ≪패배한 혁명: 1918~1923년 독일≫(풀무질) 등 10여 권이 있다. 

    역자 – 이수현

    고려대학교 법대를 졸업했고, 현재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레닌 평전 2·3≫(책갈피),
    ≪마르크스주의에서 본 영국 노동당의 역사≫(책갈피), ≪세계를 뒤흔든 1968≫(책갈피) 등 10여 권의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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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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