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원전 20기, 최악의 재앙 대비하라”
        2011년 03월 14일 09: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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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단위 아침신문 머리기사로 일제히 일본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 ‘도호쿠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제1원전 1호기 원자로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3호기의 추가 폭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또 13일 오후까지 확인된 공식 사망자는 1400명 이상, 행방불명된 사람은 1600여 명으로 집계되지만, 연락이 끊긴 사람들까지 합하면 4만 명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한국이 사상 최대인 10억 배럴 이상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유전을 확보한 소식도 상당수 일간지 1면에 실렸다. 현 유가를 감안하면 1100억 달러(약110조원) 사업이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국제 거래에서 일방적 시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아랍에미리트에 국방, 건설, 경제, 통상, 보건․의료 등 다른 형태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며 “한국이 실제 얼마나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는 구체적인 조건이 앞으로 확정돼야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11면 기사 <UAE 유전개발 첫 참여…정부 “12억 배럴 안정확보 길 터”>

    다음은 14일자 전국단위 아침신문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일본, 이번엔 ‘방사능 공포’>
    국민일보 <원전 폭발…일, 이번엔 ‘방사능 공포’>
    동아일보 <원전 폭발…4만명 사망-실종…끝없는 비극>
    서울신문 <사망․실종 4만명-방사능 누출…공포의 열도>
    세계일보 <사망실종 수만명…원전 폭발…일 열도 ‘패닉’>
    조선일보 <1만명 이상 실종 4곳…도시들이 통째로 사라졌다>
    중앙일보 <“방사능 샜다”…21만 명 필사의 대탈출>
    한겨레 <1만명 실종마을 서너곳…“일 원전 추가폭발 우려”>
    한국일보 <도시 전체가 사라졌다…일 사망․실종 수만명>

    일간지 기자들이 일본 현지 취재에 나섰고, 일부 신문사는 이날 신문 1면에 관련 르포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생생한 르포에 담긴 일본 현장은 참담했다. 방사능 누출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일본 현지 사진과 르포 기사만으로 1면을 채운 중앙은 후쿠시마 원전 르포 기사 <“방사능 샜다”…21만 명 필사의 대탈출>에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태평양전쟁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초토화한 원폭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는 현지 주민의 발언을 전했다.

    기자는 “우려했던 방사능 누출 사태가 현실화되자 후쿠시마는 전쟁을 앞둔 도시처럼 팽팽한 긴장감에 휩사였다”며 “사지에서 탈출하려는 주민들은 필사적이었다”고 전했다.

    경향도 5면 기사 <“원전과 50km…여기도 위험” 주민들 잠 못이뤄>에서 후쿠시마 원전 폭발현장에서 50km 떨어진 현장의 표정을 “극도의 불안감”이라고 전했다. 한 주민은 “처음에 설마 했어요. 큰 지진이 나도 안전 장치가 이중삼중으로 제어를 하기 때문에 방사능 누출은 없을 것으로 봤죠”라며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사태가 갈수록 긴박해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왜 세계 제일의 원전 안전을 자부하던 일본이 이런 사태를 겪게 됐을까. 경향은 2면 기사 <‘안전신화’가 무너졌다…할말 잃은 ‘원전 대국’>에서 “일본에서 1990년대 이후 크고 작은 원전 사고가 되풀이됐지만 정부는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며 “하지만 이번 도호쿠 대지진으로 원전 폭발과 방사능 누출이라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일본의 원전 안전 신화는 붕괴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사능 누출 원인에 대해 경향은 “지진 등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원전의 작동중단뿐 아니라 발열 중인 핵연료의 노심을 냉각시키는 조치가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지진에 따른 정전으로 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핵연료가 고온에 녹아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과가 초래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경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진대국’ 일본에서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은 위험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일본 언론들은 “정부가 주장해온 일본 원전의 안전 신화가 깨졌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조선 6면 기사 <일 언론 “원전 안전 신화 무너졌다”>에서 마이니치 신문, 교도 통신,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이같은 지적을 전했다. 앞서 작년 12월 일본은 한국과 경쟁을 벌인 터지 원전 수주전에서 지진이 많은 터키의 특성을 감안, ‘일본 원전이 숱한 지진에도 안전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는 점을 부각해 터키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이번의 일본 대지진으로 각국 정부가 앞 다퉈 추진하던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도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다. 국민은 8면 기사 <세계 원전건설 ‘역풍’>에서 “이번 일본 사태로 각국에서 (원전 건설)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원전이 아무리 안전시설을 갖춰도 지진에 유독 취약하다는 점이 이번에 분명히 입증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12일(현지시간) 시위대 수만명이 슈튜트가르트에 모여 원전 가동시한을 연장하려는 정부 계획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프랑스 정부도 원전 관련 여론 악화에 대한 진화에 나섰고, 이탈리아 야당 ‘이탈리아의 가치’ 소속 한 의원은 “일본의 사고는 안전한 원전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안전할까. 현재 기상청은 “서풍의 영향 때문에 한반도쪽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향후 국내 원전의 안정성 여부다. 경향은 2면 기사 <“방사성 물질 한반도 확산 가능성 거의 없어”>에서 “일본 원전이 규모 7.5~8.0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이 기준을 넘는 규모 9.0의 대지진이 강타하자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원전의 안전성을 무조건 신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겨레도 4면 기사 <한국 원전, 내진설계 됐지만 규모 6.5 넘으면 ‘위험’>에서,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는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기록으로 추정한 역사지진에는 더 큰 규모의 지진이 여러 차례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앞으로 규모 6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양이원이 환경운동연합 조직활동국장은 “지름이 수cm, 길이 수십 m의 세관들이 수천개가 모여 있는 증기 발생기는 수직으로 움직이는 지진에는 더 취약할 수도 있다”며 “원자로형이 (일본과) 다르다는 점이 안전을 담보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한국의 경우 내진 설계 기준이 제대로 안 지켜지고 있어, 일본과 같은 지진을 발생할 경우 사태가 더 심각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향은 14면 기사 <우리나라는…“내가 지진 걱정 왜 하나”>에서 박영하 한나라당 의원이 소방방재청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설물 107만8072곳 중 87만 9771곳(81.6%)이 내진설계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도 “전국 1만8329개 학교 중 1만5912곳(86.8%)이 내진설계를 적용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같은 국내 원전의 위험 가능성에 대해 언론은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조선은 사설 <대한민국 원전 20기, 최악의 재앙에 대비돼 있나>에서 “911처럼 테러리스트가 항공기로 충돌시킬 수도 있고, 초특급 태풍이 원전 지대를 덮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수가 없다”며 “원전의 사고 가능성을 제로로 만들 순 없다”고 밝혔다. 조선은 “정부는 전국 20개 원전의 사고 조기 경보 시스템을 점검하고 근본적 문제점에 대해 심도 있는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사설 <우리도 ‘원전 의존형’ 정책 전면 재검토해야>에서 “더욱이 현 정부는 ‘원전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도하게 원전에 집착하고 있다”며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 수주 이후 원전 집착증은 더욱 심해졌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일본의 대참화는 이런 원전 의존형 전력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극명히 보여줬다”며 “당장은 어렵고 힘들더라도 원전 확대 정책을 중단하고 친환경적인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에 힘을 쏟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원전 확대 정책에 대한 이 대통령과 정부의 통렬한 자성과 인식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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