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희생자 애도-재발방지 합의를
        2011년 02월 25일 09: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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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침몰이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동북아마저도 갈랐던 ‘지정학적 사건’이었다면, 남북관계 회복과 동북아 신냉전 예방을 위한 가장 큰 과제는 천안함 해법을 찾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임기 4년차에 접어든 이명박 정부가 남은 임기 내에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도, ‘2012년 강성대국론’을 선포한 김정일 정권이 “경제발전에 필요한 평화적 국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도, 천안함 해법 찾기는 그 입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앞서 두 차례의 글을 통해 천안함 침몰 전후의 동북아 국제정세를 자세히 다뤘는데, 핵심적인 요지는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우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남북관계가 미중관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졌고, 이에 따라 ‘남북한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졌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남북한이 천안함 해법을 조속히 찾아야 할 이유가 아닐 수 없다. 

       
      

    남북한의 퇴행적인 선택 

    최근 들어 동북아 국제정세는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해지고 있는 것은 어떤 나라나 동맹도 질서와 규범을 강제하는 패권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 4강’으로 일컬어지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모두 세계에서 종합국력 10위 안에 드는 나라들이다.

    더구나 4개국 가운데 미국, 중국, 러시아는 핵보유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또한 한국의 국력 역시 만만치 않은 수준에 도달했고, 북한 역시 동북아 국제관계에서 일정 정도의 발언권과 지렛대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어느 나라나 동맹도 대외관계에서 일방주의적 목표를 관철하기 힘들어지고, 협의와 타협에 기초한 다자주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구조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동북아 권력 구조의 변화는 각국 이해관계의 교집합을 키우면서 다자간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가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냉전의 최대 피해자인 남북한이 서로 싸우면서 동북아의 신냉전을 자초하고 있다. 한반도 주민의 삶을 구조적으로 억눌렀던 과거의 냉전은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 강대국이 강요한 측면이 많았다. 그런데 오늘날 회자되는 동북아의 신냉전 조짐은 남북한의 갈등과 대결이 미중 관계를 포함한 지역 전체로 확대·전이되는 성격이 강하다. 

    지난 3년간 북한의 가장 큰 실패는 북한의 의도와 목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점에 있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에게 일방주의적 접근을 버리고 역지사지의 태도를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 스스로 이러한 태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말았다.

    악순환의 시발점이었다고 할 수 있는 2009년 4월 5일 로켓 발사가 소형위성을 쏘기 위한 평화적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북한은 국제사회의 우려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2차 핵실험 강행도 “빈말을 모른다”는 단호한 의지를 과시했다고 믿겠지만, “결국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라는 국제사회의 인식을 더욱 강화시키면서 협상 동기를 크게 위축시키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연평도 포격은 북한의 호전성과 무모함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고 말았다. 올해 들어 북한은 대대적인 대화 제의를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더욱 강경해진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을 되돌리기란 역부족이라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북한 스스로 도발적인 언행을 통해 판을 흔들어보겠다는 유혹을 떨쳐버리고, 국제사회에서 공히 말하는 진정성의 핵심, 즉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대외정책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MB 정부는 지난 3년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의 ‘탈냉전을 향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폄하·부정하고 남북관계를 냉전시대로 되돌려놓고 말았다. 미국과 한미 전략동맹을 추진하면서 중국으로부터 “동맹은 낡은 시대의 유물”이라는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더구나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는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중국과 러시아에 강요하는 태도를 보였고, 한미 연합훈련을 중국에 대한 압박 카드로 이용하면서 중국의 불신과 불만을 키우고 말았다. 

    또한 MB 정부는 연평도 피격 이후 중국과 러시아 등 국제사회 일각에서 자제를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연평도 사격훈련을 강행함으로써, 한국도 북한 못지않게 무모하고 일방적인 나라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린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도 문제 해결적인 자세보다는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함으로써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힘’과 ‘태만’ 

    그러나 발상을 전환해보면, 변화하는 동북아의 국제정세는 한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주도하고 동북아의 신냉전 우려를 기우로 만들 수 있는 힘과 길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군사 훈련과 대북 제재에 몰두하고 있는 한미 양국에 비난을 퍼부으면서도 대화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6자회담을 빨리 하자는 입장이다. 강경일변도였던 미국과 일본도 2011년 들어 한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6자회담 재개에 동의하고 능동적인 역할을 모색한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추진은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미중 관계 악화에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진전은 두 나라 사이의 갈등 치유 및 신냉전 방지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두 나라 모두 한반도 비핵화를 핵심적인 국익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6자회담 재개와 성과 도출은 벌어지는 두 나라의 대북정책 목표를 다시 수렴하게 할 수 있다. 남북관계 개선과 6자회담 재개는 중단된 북일대화 재개로도 이어질 수 있는데, 일본의 민주당 정권이 북일국교정상화에 의욕을 갖고 있는 만큼 MB 정부는 북일관계 정상화의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오늘날 한국에게는 한반도 문제를 풀고 동북아의 다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길도 주어져 있고 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을 찾아볼 수 없다는 현실이 개탄스럽기만 하다. 바로 문제를 풀고자 하는 정치적 의지가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천안함 해법을 찾아라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은 계속되고 있다. 1월 미중 정상회담 및 남북대화 재개를 계기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는 남북군사실무회담 결렬,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을 둘러싼 갈등으로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오히려 중동의 민주화 시위 확산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은 또 다시 후순위로 밀리고 있고, 국내 보수 진영에서는 ‘재스민 혁명’이 북한으로 번지기를 희망하는 눈치이다.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기지 완공설과 3차 핵실험 준비설이 불거지면서 “북한의 추가도발”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고, 이는 한미연합군의 ‘키 리졸브’ 훈련 강행 및 천안함 침몰 1주기와 맞물려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 정세가 냉전과 열전 사이에 갇힌 결정적 계기가 천안함 침몰에 있다면, 이제는 그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 조사 결과에 결함이 많고 북한이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시인과 사과를 받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발상이다. 거꾸로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침몰을 없었던 일로 그냥 넘어가기도 힘들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남북 양측은 최소한의 접점을 찾아 상호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최소한의 접점은 양측이 천안함 침몰에 따른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합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이 수준의 합의가 남북 당국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가 아닐까 한다. 

    * 이 글은 ‘정욱식의 뚜벅뚜벅’(http://blog.ohmynews.com/wooksik)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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