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비 문제, 대학생 단체 선거 쟁점으로
By mywank
    2011년 02월 24일 02:35 오후

Print Friendly

높은 등록금과 주거 비용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대학생들이 올해 새 학기를 앞두고 하숙집을 상대로 ‘방값 투쟁’에 나섰다. 일부 서울지역 대학의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대책위원회가 구성돼, 대학가 하숙집의 가격 담합 및 횡포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 집단제소 운동’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각 대학 총학생회의 연합단체 대표 선거운동 과정에서 공약으로 나온 이 운동의 대상과 방식을 둘러싸고 후보 사이에 쟁점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집단제소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쪽에서는 "지역사회와의 선 긋기"라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학가 하숙집 상대 ‘집단제소’ 논란

지난해 숙명여대 총학생회가 학교 주변 하숙집 가격담합 문제 등을 제기하고 TF(태스크포스)팀을 꾸렸으며, 이 운동을 서울지역 대학가로 확산시키기 위해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의 서울지역 조직인 ‘서울지역대학생연합’ 의장 후보로 출마한 김준한 서강대 총학생회장 측이 최근 선거운동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집단제소 운동’을 정책공약으로 내놓았으며, 뜻을 같이하는 일부 대학 총학생회가 여기에 동참했다.

현재 이 운동에는 현재 한대련에 소속된 서강대·고려대·숙명여대 총학생회와 여기에 가입되지 않은 이화여대·서울시립대 총학생회 등 총 5곳이 참여한 상황이다. 이들은 24일 오후 2시30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거래위원회 집단소송 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공정거래위원회 집단제소 운동’을 선포했다.

   
  ▲대학가 주변에 붙은 하숙집 광고들 (사진=손기영 기자) 

하숙집 가격담합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숙명여대 학생인 하 아무개 씨는 최근 추진위 측에 제출한 피해사례를 통해 “처음 계약할 때 1년 치를 한꺼번에 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돈을 강요했습니다. 또  주변 하숙집들과 가격담합을 했는지 모두 가격이 똑같았습니다. 그런 목돈이 있으면 왜 하숙을 하겠냐"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1년치 방값 일시불로 요구하기도

이 학생은 또 “하숙방에 구비돼 있는 것들이 품질도 낮고 낙후돼 있다. 침대는 스프링이 튀어나와 허리가 아파 한의원에 계속 들락날락 했고 결국엔 바닥에서 자고 있다”며 “우리 하숙집은 음식점에서 주로 쓰는 ‘반찬 냉장고’ 같은 곳에 음식을 담아놓고 학생들이 원하는 만큼 집어가도록 돼 있는데 거짓말 안하고 사람들이 먹지 않는 반찬들은 1달 이상 그 곳에서 담아져있다”고 주장했다.

하 씨는 24일 <레디앙>과의 전화통화에서 “1학년부터 4학년이 되는 올해까지 월30~40만원 수준인 하숙집 방값의 1년 치를 일시불로 지급해왔다. 보통 하숙집은 매월 방값을 받지만, 숙명여대 주변에 있는 하숙집들은 대부분 6개월 혹은 1년 치의 방값을 한꺼번에 선불로 내야 방을 구할 수 있는 실정”이라며 “방을 구할 때마다 적지 않은 경제적인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운동을 제안한 김준한 서울지역대학생연합 의장 후보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하숙집 가격담합 등의 문제는 특정 대학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서울지역 대학가의 문제”라며 “요즘 고액 등록금, 청년실업 문제 등으로 대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기본적인 주거권까지 해치는 하숙집 가격담합 행위를 막는 것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서울지역대학생연합 의장 선거를 위해, 지역조직 자체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가 꾸려졌다.

추진위는 공정거래위원회 집단제소를 위해 앞으로 숙명여대를 비롯해, 서울지역 대학의 학생들을 상대로 하숙집 가격담합 및 횡포 피해사례를 모으기로 했으며, 조직에 참여하는 서울지역 대학 총학생회의 규모도 더욱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주거권 해쳐" vs "지역사회와 선긋기"

하지만 김준한 후보 측이 추진한 ‘공정거래위원회 집단제소 운동’에 대해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24일 한대련 홈페이지 ‘지역대련 공지’ 게시판에는 ‘하숙집 공정위 집단제소 운동에 대한 비판’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글은 “집단제소와 같은 방식은 민중과 함께 하겠다는 한대련의 연대정신과 맞지 않는다. 하숙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대학가 주변에서 하숙을 운영하며 오랜 기간 살아온 서민들이다. 높아진 물가에 힘들어하면서 당장의 이익 때문에 왜곡된 상행위를 일시적으로 저지르고 있는 것이지, 몇십 년간 같은 방식으로 부당 이익을 취해왔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또 “총학생회 차원에서 ‘추천하고 싶은 하숙집 선정’, ‘새내기들을 위한 자취·하숙집 선정 길라잡이’, ‘자취생들이 꼭 알아야 할 임대차보호법’ 등 지역사회에 함께 할 수 있는 캠페인을 벌이는 게 오히려 선의의 임대업자 및 하숙집들을 늘리고 민중들과의 연대정신을 발휘하는 것”고 강조했다.

김준한 후보에 맞서 서울지역대학생연합 의장 선거에 출마한 박길용 숭실대 총학생회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대학가 하숙집 주인들은 대부분 그 지역에 사는 서민들이다. 이 분들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 집단제소까지 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선을 긋고 싸우겠다는 의미”라며 “지역사회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보다는 ‘지역연계 활동’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거대담론서 생활담론 논쟁으로 변화"

이 같은  ‘하숙집 방값 논쟁’과 관련해,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예전  대학생단체 집행부 선거에서는 ‘거대담론’을 위한 노선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있었지만, 요즘 하숙집 방값 문제 등 ‘생활담론’을 위한 방법 문제로 논쟁이 이어지는 것은 달라지고 있는 대학사회의 문화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대련은 등록금, 청년실업 문제 등 ‘시대에 맞는 대학생 운동’을 지향하며 지난 2005년 4월 출범했으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과는 별개의 대학생 단체이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