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
    2011년 02월 19일 05: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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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절판되었던 러셀의 책이 복간됐다는 기쁜 소식이다. 무신론자였던 러셀이 1923년『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를 출간한 이후, 무신론을 기반으로 삼고 본격적으로 집필한 『종교와 과학-러셀이 풀어쓴 종교와 과학의 400년 논쟁사』(버트런드 러셀 지음, 김이선 옮김, 동녘, 13,500원)이다.

왜 종교와 과학은 싸울 수밖에 없는가?

   
  ▲책 표지. 

진화론과 창조론(혹은 지적설계론)의 대립은 지치지 않는 싸움이다. 리처드 도킨스, 샘 해리스, 히친스, 대니얼 데닛 등 과학과 철학으로 무장한 지식인들이 끝없이 신의 존재를 공격하고 있고, 창조론자들 역시 이에 맞서고 있다. 그렇다면 왜 종교와 과학은 끝없이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러한 갈등은 과연 진리를 추구하는 지적 논쟁일까?

러셀은 이 책에서 무신론자인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면서 400년 동안 이어진 신학자와 과학자 사이에 벌어졌던 주목할 만한 갈등을 담고 있다. 단순히 유신론과 무신론의 대립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사회에 미친 영향과 파장에 주목한다.

종교와 과학이 자리싸움을 하는 동안 인간은 소외되고, 예상치 못한 사회악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러셀은 이에 더해 러셀은 종교와 과학의 갈등 속에 내재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욕망을 읽어내라고 당부한다.

러셀의 당부는 지금도 유효하다. 아프간 피랍, 각종 세계 종교전쟁 등 인류의 많은 불행이 종교에서 비롯되고 있다. 과학의 승리 역시 늘 인류에게 이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과학은 교회의 영향력을 약화시켰지만, 전쟁 무기의 파괴력을 갖고 왔으며 군수품 제조업에 종사하는 인구를 늘렸다. 종교와 과학의 갈등 속에서 인간은 어김없이 소외됐고, 평화는 파괴되고 있다.

인간 소와와 평화의 파괴

게다가 종교의 권위를 이어받은 새로운 형태의 세력, ‘정부’의 등장으로 지적 자유를 둘러싼 투쟁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와 대기업이 과학과 결탁하면서 과학은 잠정적이고 가설적인 본연의 특징을 버리고 과학기술을 이용해 권력의 자리에 오르려고 한다. 러셀은 이 책의 결론에서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지적 자유에 대해 가해지고 있는 위협은 1660년 이후 그 어떤 때보다도 심각해졌다. 오늘날의 위협은 정부로부터의 위협이다. 혼돈과 무질서라는 현대적 위험 요소 때문에 오늘날의 정부는 이전에는 교회의 권위에 부여됐던 신성불가침의 특성을 이어받았다. 그러므로 낡은 형태의 박해가 사라졌다는 것에 만족하며 자축하기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박해에 저항하는 것이야말로 과학자를 비롯하여 과학적 지식을 가치 있게 여긴 모든 이들의 명백한 의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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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버트런드 러셀

사회주의자, 인도주의자, 반전주의자, 평화주의자였던 철학자다. 제1차세계대전 당시 평화주의자로 활동했고, 제2차세계대전 후에는 ‘러셀-아인슈타인 성명’을 내며 핵무기 반대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해 러셀은 징병 반대 문건을 쓴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납부를 거부하여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강의권을 박탈당했다. 2년 후에는 전쟁에 반대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6개월의 구금형에 처해졌고, 투옥되어 있는 동안 《수리철학의 기초》과 《정신의 분석》을 집필했다. 1950년에는 영국 왕이 하사하는 메리트 훈장을 받았으며, 《결혼과 도덕》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1970년 2월, 웨일스에서 사망했다.
대표 저서로는 《서양철학사》,《철학이란 무엇인가》,《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행복의 정복》, 《게으름에 대한 찬양》, 《나는 이렇게 철학을 하였다》 외 다수가 있다.

역자 – 김이선

프랑스 투르 대학 언어학과를 졸업했고, 서강대학교 영문학과 대학원을 수료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카미유 클로델》,《암살주식회사》 《도둑들의 도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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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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