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내 정보조직, 모든 수단 동원 노조 막아"
    By 나난
        2011년 02월 17일 06: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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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은 재벌 이상의 재벌이다. 노무현 정권 시대의 국가적 아젠다를 제공해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 경영에도 깊숙히 힘을 작용하고 있다. 한국 재벌의 황제적 경영의 폐해 역시 삼성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창업주 이병철 전 회장 때부터 고수한 ‘무노조 정책’은 아직도 난공불락이다.  

    오는 7월 복수노조 시대를 맞아, 삼성 특유의 ‘유령노조’ 전법이 먹힐 수가 없게 된 환경과 내부의 조직화 움직임 등 자주적인 노조 건설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사회포럼 2011>에서는 "삼성의 지배구조와 무노조 경영"이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 한국사회포럼이 17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삼성의 지배구조와 무노조 경영’에 대한 기획토론을 개최했다. (사진=이은영 기자)

    자본축적 위기 노동자에 전가

    김승호 전태일 노동대학 대표는 토론을 통해 “삼성은 1990년대 초반부터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며 신경영을 시도했다. 이는 김영삼 정권의 ‘신노동’ 정책과 맞물려 노동에 대한 유연화 공세를 본격화했다. 정규직 노동자에도 1997년 IMF 사태를 전후해 대량 정리해고함으로써 재벌의 과잉․중복투자로 인한 자본축적의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시켰다.”고 발표했다.

    그는 “재벌은 소유․지배 체제를 재생산하기 위하여 정치, 사회 영역에도 직․간접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사회전체를 천민적, 야만적이며 부조리한 사회로 재생산한다”고 비판하고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삼성의 막대한 자본축적과 그에 따른 거대한 생산력인, 자동화된 최첨단 설비의 부속품으로 예속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한편, 무노조 경영이 상징하는 억압적 위계제 하에서 몸과 마음이 병들고 파괴되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삼성이 한국경제, 사회 등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삼성을 포함한,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5대 재벌의 자산을 GDP 대비로 표시한 자산집중도를 보면, 지난 2003년 45.95%, 2005년 46.0%, 2009년 48.76%에 이르고 있다. 5대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현상이 심각한 것이다.

    특히 삼성이 5대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자산 54.40%, 부채 57.76%, 자본 47.74%, 매출액 41.86%, 당기순이익 63.31% 등으로 나머지 4개 그룹을 합한 것보다 더 큰 경제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재벌의 경제지배력 확대는 재벌이 진출한 시장 규모가 큰 주요 공산품 시장, 즉 정유, 자동차, IT 등에서 독과점 구조를 심화 및 고착화시키고 있으며, 지배, 종속관계를 통해 중소기업의 정체 및 몰락이 이어지고 있다.

    2년 동안 5만명 이상 감축

    또한 노동의 유연화를 이유로 지난 1997년부터 1999년 말까지 2년간 5만 명이 넘는 대규모 인력감축이 강행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삼성의 대규모 인력감축이 노동자들의 저항 없이 가능했던 것은 무노조 경영이라는 일상적인 노동자 탄압에 의해 개별 기업별로 분산․고립된 노동자들이 기업단위 생산력을 훨씬 넘어서는 선단식 경영으로 집중된 재벌의 지배력에 맞설 수 없었음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의 제왕적 지배구조는 결국 사회양극화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민간연구소 및 관료계나 법조계, 정계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경제, 경영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당과 의회권력에 대해서는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것을 지렛대로 하여 입법에서 재벌과 자본의 이해를 관철시킨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참여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삼성의 지배구조가 가지는 사회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삼성노동자의 조직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은 막강한 자금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외부의 개혁 요구와 노동자들의 민주노조 건설을 철저히 봉쇄했다”며 “또한 비판적 언론에 광고 게재를 거부하고, 비판적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과 관련해 “삼성그룹의 창업자 고 이병철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는 무노조 경영 방침을 천명한 후 그 자식들은 삼성, CJ, 한솔 등 대기업집단을 운영하며 노동자의 단결권을 짓밟고 삼성노동자들의 자주적인 조직건설을 탄압해 왔다”며 “삼성재벌의 무노조 경영 그 자체가 범법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삼성의 노조 탄압 사례를 들며 “삼성은 사내에 정보조직 지역대책위를 둬, 노조건설을 하려는 노동자와 해고자들에 대한 위치추적, 감청, 통화내역 조회 등을 하고 일이 해결될 때까지 납치, 감금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하고 있다”며 “삼성은 이 같은 무노조 경영을 위해 삼성노동자들과 일 년 365일 전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지배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그는 “삼성계열사에 자주적인 노동자들의 조직이 없다보니,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백혈병 발병으로 사망해도, 투명한 역학조사를 통한 진실규명보다는 ‘작업환경과는 무관한, 마치 개인질병임에도 유족과 피해노동자들이 돈을 목적으로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으로 매도해왔다”며 “이것이 삼성의 무노조 경영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노조 경영이 죽은 아비의 유지라면서 유령까지 팔아먹는,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는 삼성족벌 이 씨 일가가 삼성을 지배하는 한 이 사회는 희망이 없다”며 삼성그룹 내 노동자들의 자주적 노조 건설을 주장했다.

    정애정 기흥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유족 역시 토론회 참여해 “남편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죽였다”며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비판했다. 그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의 문제점은 이제 현장 노동자의 목숨으로 다가왔다”며 “노동조합이 왜 필요한지, 노동조합이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 삼성의 노동자를, 먼저 노동운동을 한 사람들이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은 이 나라 대통령도 어떻게 하지 못한다”며 “이제는 노동자들이, 지식인들이 이 같은 삼성의 문제점을 사회적으로 확산시켜, 삼성이 주는 월급에 소리 한 번 내지 못하는 삼성의 노동자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한성 연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승호 전태잉노동연구소 대표와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아울러 최근 천안 삼성전자 LCD 사업장 내 기숙사에서 목숨을 던진 고 김주현 씨의 유족인 김명복 씨와 박종태 수원 삼성전자 해고자, 정애정 기흥 삼성반도체 백혈병 유족이 토론자로 함께했다.

    이번 사회포럼은 ‘한국사회포럼 2011 조직위원회’와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하고, 양 노총과 학술단체, 진보정당 등이 참가했으며 17일부터 19일까지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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