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종강 강사' 해고됐다?
    By mywank
        2011년 02월 11일 08: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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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대학교(총장 안경수)가 새 학기 개강을 앞두고, 박사학위 소지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한국사회와 노동문제’라는 제목의 교양 강의를 해온 강사를 교체해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하지만 이 강의는 이미 지난 2006년 1학기부터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이 강사를 맡아왔으며 학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과목이었다. 

    인천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의 이 같은 방임에 대해  “교육의 질이 (박사)학위 하나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라며 강사 교체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인기 대학강의’ 강사 돌연 교체

    ‘한국사회와 노동문제’ 강의는 지난 2005년 총학이 ‘자주강좌’라는 이름으로 학교 측에 요구해, 그 다음해에 개설된 교양강의이다. 당시 ‘기존 강의에서 가르치지 않지만,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강의’를 개설한다는 취지로 ‘자주강좌’를 추진한 총학은 당시 초대강사로 하종강 소장을 위촉했으며, 이 강의는 그동안 학생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대표적인 교양강의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강의는 기존의 대학 강의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노동문제를 다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으며, 그동안 KTX, MBC 등 파업현장의 노동자들을 초청해 학생들과 만남을 갖고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새로운 강의 방식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인천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7일 홈페이지에, 지난 2006년부터 ‘한국사회와 노동문제’ 강의를 맡아온 하종강 소장에 대한 강사 교체사태를 규탄하는 게시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인천대 측은 지난해 교양과목 운영 및 강사 위촉을 총괄하는 부서인 ‘기초교육원’을 신설한 뒤, 올해부터 그동안 유명무실하게 운영해왔다고 지적된 ‘학교규정’을 교양과목 강사들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면서 이번 논란은 시작됐다. 지난 2005년 개정된 이 학교규정은 ‘박사학위 소지자 또는 변호사, 회계사, 기술사 등의 자격소지자’만 (시간)강사로 위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천대 기초교육원 관계자는 <레디앙>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교양과목을 관장하는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학교규정 등이 방만하게 운영된 문제가 있었다. (시간)강사도 각 학과 측에서 모셔오곤 했다”며 “이런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기초교육원이 만들어졌고, 올해 새 학기부터 (시간)강사 위촉을 위해 학교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박사학위는 일종의 검증이자 ‘면허증’이라고 할 수 있다. 강사가 어떤 수준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니까,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로 요구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새 학기 하종강 소장을 대신해, ‘한국사회와 노동문제’ 강의를 맡을 새로운 강사의 이력은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인천대 "박사학위는 일종의 면허증"

    <레디앙>의 인천대 기초교육원 측에 확인한 결과, 이 강의를 맡을 김 아무개 씨는 인천지역의 다른 모 대학원에서 ‘인력구조 변화에 따른 고령인력 활용방안’이라는 논문으로 경영학(인사관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주)OO전기의 이사를 맡고 있다. 기존 강의명이 그대로 유지된 채 다음 달 초순부터 시작될 이 강의가 자칫 경영자의 시각에서 노동문제를 다룰지 모른다는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한국사회와 노동문제’ 수강 경험이 있는 이재준 인천대 총학 집행위원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대다수 학생들 사이에서, 이 강의가 유익하고 필요하다는 게 이미 입증된 상태”라며 “그동안 ‘노동자’라는 단어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 이 강의를 통해 ‘나도 졸업을 하면 노동자가 되고, 파업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라는 사실 등을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알게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학교 측이 박사학위 문제를 강사 교체의 이유로 든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단지 박사학위 때문에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올해 새 학기부터 강의를 맡을 강사의 이력을 보면, 그동안 진행된 강의의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경영자의 입장에서 노동문제를 학생들에게 이야기할 것 같아 심히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인천대 총학은 지난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한국사회와 노동문제 강좌를 살립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학생들에게 강사 교체문제를 알리고 있으며, 뜻을 같이하는 학생들과 관련 소식을 공유하고 항의행동에 나서기 위해 ‘비상연락망’을 구축하고 있다.

    학생들 "강의 들으려고 벼렸는데"

    총학 홈페이지에 댓글을 남긴 인천대 학생 이보람 씨는 “(이 강의를) 안 들은 게 아니라, 못 들은 겁니다”라며 “계속 강의를 들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이렇게 없어지면 안 되죠. 올해에도 내년에도 많은 학생들이 들을 기회가 사라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하종강 소장도 인천대 측의 태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 소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당사자로써 지금 입장이 난처하다. 실제로 박사학위가 없는 분들이 대학에서 좋은 강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박사학위를 받은 분들만 신뢰할 수 있다는 생각 같다”며 “경영자의 노무(인사)관리적인 입장에서 노동문제가 다뤄지는 문제가 다시 대학에서 발생되는 게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인천대 측은 지난 2005년 총학이 제안한 ‘자주 강좌들’ 가운데 하종강 소장이 맡으며 인기를 끈 ‘한국사회와 노동문제’ 강의만 제외하고 모두 폐강시킨 바 있다. 또 지난해 1학기에는 교양과목들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유일하게 남은 ‘한국사회와 노동문제’ 강의도 폐강 위기를 겪다가, 총학의 거센 반발로 기사회생하는 등 그동안 ‘자주강좌’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올해 새 학기부터 ‘한국사회와 노동문제’ 강의를 기업이사 출신의 인사관리 전문가가 맡게 되면서 ‘기존 강의에서 가르치지 않지만, 학생들에게 필요한 강의’를 개설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자주강좌’는 하종강 소장의 ‘종강’으로 사실상 그 명맥을 유지하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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