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롱뇽과 나무들 투쟁에 숟가락 얹다"
    By mywank
        2011년 02월 08일 09:47 오전

    Print Friendly

    인천 시민들은 지방행정과 결탁한 롯데건설과의 한판 대결에서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011년 1월 21일 인천시청과 계양구청 홈페이지 ‘고시, 공고’란에는 <도시관리계획(도시계획시설 : 체육시설) 변경(폐지) 결정 입안(안) 열람공고>라는 발음도 어려운 복잡한 이름의 공고문이 떴다.

    5년 투쟁 승리의 감격

    지난 2006년부터 꽉 채운 5년 동안 계양산 롯데골프장을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댔던 ‘계양산 골프장저지및 시민자연공원추진 인천시민위원회'(인천시민위) 집행위원회에 참여하는 10여개 정당, 시민사회단체 실무책임자들은 그 한 장의 공고문을 출력해들고는 감격스러워했다.

    “이 한 장의 공고문을 위해(실제로는 이 절차를 끝으로 있게 될 ‘도시계획시설 : 체육시설 폐지 결정공고‘) 우리는 5년동안 그렇게 싸웠다.”

    롯데건설이 본격적으로 계양산 골프장을 추진한 것은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인 2006년 6월부터였다. 물론 그 이전 세차례 골프장을 시도했지만 계양구청장과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네 번째 시도는 그 이전과 달랐다. 무엇보다 이익진 당시 계양구청장과 재선에 성공한 안상수 전 시장이 적극적으로 계양산 롯데골프장을 추진했다.

       
      ▲나무 위 시위 모습(사진=인천시민위) 

    인천 지역 진보정당들을 포함한 55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인천시민위’를 구성하고, 신정은 활동가에 이어 윤인중 목사가 추운 겨울을 포함해 210일 동안 12미터 소나무 위에서 시위를 벌였고,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돌아가면서 지킴이를 했다. 매주 계양산을 바라보며 아스팔트에 절을 하며 걷는 삼보일배를 했고, 자전거행진, 걷기대회, 릴레이 1인시위, 시청 앞 천막농성 등을 벌였다.

    재벌의 하수인 된 공직자들

    그러나 두 번 연속 계양산 골프장에 ‘부동의’했던 한강유역환경청은 부동의 의견을 냈던 검토위원을 전격 교체하고 ‘조건부동의’ 의견을 냈다. 이어 인천광역시 도시계획위원회는 단 두차례 회의로 계양산 골프장을 위한 첫 번째 관문인 <2011 수도권개발제한구역관리계획(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로 통과시켰다. 시장도, 구청장도, 시의원들도, 시 도시계획위원들도 롯데의 하수인이 돼 있는 현실을 목격하는 순간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두 명의 도시계획위원은 "이런 반(反) 역사적인 결정에 동참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회의장을 퇴장하기도 했다. 

    내가 인천시민위 사무처장을 맡은 것은 2007년 9월, 계양산 골프장을 위한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가 통과된 직후였다.

    ‘나무 위 시위를 210일 동안 한 것이 아깝고, 차마 인천시민으로서 계양산에 골프장 지으라고 그냥 내주기에는 자존심도 상하고…’, ‘하지만 이미 한강유역환경청이 조건부동의를 했고, 시 도시계획위원회도 통과했는데…’, ‘남은 절차가 있어도 그것도 상대가 롯데인데 이길 수 있겠는가?’

    그 당시 상황은 이처럼 절망적이었다. 게다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피로도도 컸다. 그걸 이겨낸 힘은 전적으로 계양산만은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뭉친 인천 시민사회단체들의 단결이었고, 시민들의 지지와 성원이였다.

    절망적 상황과 시민의 자존심

    ‘계양산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개발하자’ 뭐 이런 논의를 한 시간 동안 하기도 했다. 그런데 쓸데없는 논의였다. 계양산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시는 길목인 하느재 쉼터에서 2007년 10월초 1차 100일 릴레이 농성을 시작했을때, 시민들은 한마디로 정리했다.

    “아니 계양산에 무슨 골프장을!” 논리가 필요 없었다. 인천시민으로서의 자존심도 작용했다. 계양산은 인천에서 가장 큰 산이고, 인천의 상징인 산이다. 골프장을 막지 못하면 계양산 정상에 올라가서 돈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치고 있는 것을 바라 봐야한다.

    계양산을 지키기 위해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사람들끼리도 만났고, 평소 만날 일이 없어 보이는 건설노동자들과 환경운동가가 함께 시위를 벌여 나란히 경찰의 출두를 받기도 했다. 골프장을 짓지 말라는 어린이들의 가면과 시커먼 노동자들의 상투적(?)인 구호가 나란히 행진을 하기도 했다. 그런 모든 것들이 쌓여서 절망이 활력으로 바뀌었고, 서서히 가능성도 만들어갔다.

       
      ▲릴레이 단식농성 모습.(사진=인천시민위) 

    그러나 계양산은 계양산 자신이 스스로를 지켰다. 계양산 싸움이 별로 새로워 보이지도 않고, 일개 지역뉴스로 여겨져 언론이 외면할 때 한강유역환경청 현장 실사 날 발생한 ‘의문의 도롱뇽 살해사건’은 계양산 골프장 반대운동을 다시 세상에 알렸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도롱뇽 떼죽음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계양산에 롯데골프장을 추진하기 직전인 2006년 5월 발생한 산림 고의 훼손 사건도 잊혀질 만하면 되살아나 두고두고 롯데측을 괴롭혔다. 나는 당시에 뿌리 째 뽑혔던 2천 그루 나무의 신(神)들이 움직이는 것이라 믿고 있다.

    무관심의 대가

    밤하늘을 밝히는 반딧불이의 환상적인 불빛들은 사람들에게 계양산의 가치를 새롭게 확인하게 했다. 그야말로 사람들의 노력은, 죽음으로 자신들을 지켜낸 도롱뇽과 나무들의 투쟁에 숟가락하나 올려놓은 것인지 모르겠다. 입목 축적 허위조작을 규명하기 위해 나무를 조사하면서 묶어 놓은 천을 보고 시민들은 “나무들이 머리띠를 두루고 ‘골프장 반대’를 외치고 있다"고 얘기했다.

    사실 계양산 하나 지켜내는 것 별로 큰일도 아니고, 그걸로 광풍처럼 몰아치는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 수십, 수백 배 면적의 4대강의 생명들이 떼죽음 당하고, 인천/강화만 조력으로 엄청난 넓이의 바다 생명이 수장 당할 위기에 처했다. 두 달 새 3백만 마리 동물들이 생매장 당하는 데 아무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시대이다.

    사실 5년 동안 힘들게 싸웠다. 나이 50이 다 된 목사가 한겨울 나무 위에서 155일을 사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눈도 아니고 비도 아닌 것이 쏟아지는 날 찬 바닥에 6km를 절을 하며 걷는 일은 솔직히 미치친 짓이라 해도 할 말 없다.

    비바람 부는데 바람골 계양산 하느재 고개나 정상에 밥 굶고 앉아있는 일. 모든 정치인이 침묵하고 중앙 언론은 다루질 않아 시민들은 알지 못하는데 롯데가 계양산에 골프장을 지으려한다고 시민들에게 전하기 위해 안간힘 썼던 일. 전문성도 없고, 돈도 없는데 롯데측의 입목 축적 허위조작을 규명하기 위해 한겨울 눈 쌓인 계양산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면서 나무를 일일이 조사하는 일. 어느 것 하나 쉬운 것 없고 외롭지 않은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대가였다. 계양산이 늘 그 자리에, 늘 가까이 있기에 소중함을 몰랐다. 그래서 무관심했다. 그 무관심의 대가를 지난 만 5년 동안 톡톡히 치러낸 것이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