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판 노조파괴 맞선 금속 총파업
    2011년 02월 05일 12: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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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8일 이탈리아 노동총동맹(CGIL) 산하 금속노조(FIOM)의 총파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었다. 금속총파업은 피아트 사측의 산별협약 탈퇴, 기업별 협약 강요에서 비롯되었다. 피아트의 새로운 사장 마르키오네는 금융계 출신으로 미국식 구조조정과 노조파괴 공작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기존의 이탈리아 노사관계를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다.

기존 노사관계 송두리째 파괴

작년 6월 11일 피아트그룹은 시실리 섬에 있던 테르미니 이메레세 공장문을 닫고, 2011년 폴란드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실제로 2,200명의 정리해고를 의미하며, 고실업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피아트 사측은 나폴리 근처에 있는 포미글리아노 공장에 7억 유로를 투자하여 판다 차량 생산을 2012년부터 개시하는 대신, 산별협약 파기, 연간 잔업시간을 40시간에서 120시간으로 연장, 조립라인의 휴게시간 40분에서 30분으로 단축, 질병수당 삭감 등등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선제 조건으로 제시하였다.

당연히 이탈리아 노총인 노동총동맹(CGIL) 소속 금속노조(FIOM)는 이 제안을 헌법과 노동법, 노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하였다. 그러나 다른 2개 노총 소속 금속노조는 이 제안을 조합원 투표에 붙여 과반수로 통과시키고 만다.

이런 방식으로 기존 노사관계를 파괴하는 데 재미를 붙인 피아트는 지난 해 연말에 토리노의 미라피오리 공장에 똑같은 조건을 찬반투표에 붙여 종업원 51% 찬성을 얻으면 1억 유로를 투자하되, 못 얻으면 공장을 폐쇄하겠다는 통첩을 보낸다.

한 가지 더, 찬성하지 않는 노조에게는 총회활동, 조합비 징수, 노조유급 활동 등을 금지시키겠다는 부당노동행위 조항까지 서슴치 않았다. 다른 2개 노조는 앞에서처럼 협약 찬성을 하여 일사천리로 조합원 찬반투표가 1월 13~14일 진행되었다.

   
  ▲파업에 나선 볼로냐 지역 금속노조 조합원들(사진=김태현) 

현장 반대 거세

그러나 찬반투표 결과는 의외로 54% 찬성에 불과하였다. 실제 조립라인은 반대가 우세, 조반장과 사무직이 가세하고 회사의 압력이 가해졌으며, 금속조합원이 700명 정도밖에 안되었는데도 반대가 2,000명이나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현장의 반대가 거셌다는 의미였다. 노동권을 지키고자 하는 노동자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금속노조는 여기서 밀리면 전체 산별협약이 무너지고, 노동권이 무너진다는 판단 하에 여세를 몰아 금속차원의 총파업을 1월 28일 단행하기로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하였으며, 노동총동맹도 연대지역집회를 공동으로 전개하기로 하였다.

문제가 된 토리노는 자동차, 금속산업 밀집 지역이자 노동자 투쟁의 전통이 강한 곳, 파시즘에 의해 옥중사망한 그람시가 노동자평의회 운동을 전개한 곳도 여기였으며, 69년 이탈리아 전국을 뒤흔들었던 노동자투쟁 ‘뜨거운 가을’ 투쟁에서도 중심이었던 곳이다.

이탈리아에서도 경제위기가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의 우파 정부는 공공부문의 비정규 고용 확대, 단체교섭 해태, 교육 및 연구 부문 투자 삭감 등의 공격을 퍼붓고 있다. 대표적 대기업인 피아트는 새로운 차종을 더 생산하지도, 연구 개발하지도 않고 노동자들을 희생하고,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 지금 이탈리아의 실업률은 매우 높고, 청년과 남부의 실업률은 더욱 높다. 소위 1,000유로짜리 저임금 불안정 노동이 판을 치고 있다고 한다.

한편 다른 노조는 고용이라도 지키자며 노동권 악화를 수용하고, 자본과 정부는 노동의 분열을 악용하며 금속노조와 노동총동맹에 대한 악선전을 해대고 있다. 이탈리아는 현재 정치적으로는 베를루스코니의 우익이 의회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민주당이 20%대의 지지율을 차지하고 좌파는 몰락했다. 이런 상황이 노동총동맹과 금속노조를 더욱 정부와 단독으로 정면 대결하게 만들고 있다.

좌파의 몰락

필자는 노동총동맹과 금속노조의 도움을 받아 27일의 볼로냐 파업 집회, 28일의 토리노 집회에 참가했다. 볼로냐는 금속노동자 80%가 파업에 참가했으며, 토리노도 파업 집회에 수천 명 이상이 참가하고, 투쟁의 열기가 대단했다.

집회에는 학생운동의 지지연대사가 반드시 이어졌다. 경제위기를 빌미로 대학과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고, 학생들의 등록금을 올리는 우파 정부에 대항하여 학생 시위에 이어 노학연대가 강화되고 있다.

집회에는 금속총파업을 뛰어넘어 총동맹 차원의 총파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토리노 공장의 한 대의원이 말한다. “파업은 정치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지만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사측이나 정부가 파업에 무릎을 꿇지는 않을 것이고, 우리도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또 베를루스쿠니의 섹스 스캔들이 어떻게 결말을 날지도 불분명하다. 이탈리아의 상황은 정치적 사회적 상황변화에 따라 차후 총동맹 차원의 총파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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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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