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수했으면 고치는 게 지성"
    By 나난
        2011년 01월 31일 02: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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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이은영 기자

    홍익대와 용역업체간 계약만료로 170여 명의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은 가운데 학교 측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1일, 전국교수노동조합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등 전국 76개 대학 224명의 교수가 홍익대 장영태 총장에게 “이번 해고 사태 해결에 나서달라”는 서신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은 장 총장에게 보낸 서신에서 “홍익대의 이번 조치를 보면서 재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느냐”며 “상대가 약자이면 더욱 안심하고 짓밟아 이익을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홍익대는 지금 몸으로 가르치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잘못을 지적받았을 때 솔직하게 그것을 인정하고 수정하는 것은 지성의 한 징표일 뿐이지 부끄러운 일은 아니”라며 “지금이라도 대중 대다수가 바라는 대로 학교를 위해 희생해 온 노동자들이 고용불안과 부당한 처우에 고통 받지 않도록 법정 최저임금을 지키면서 계속 고용할 것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들 교수3단체는 31일 오후 5시경 홍익대 총장실을 방문해 해당 서신을 전달할 예정이며, 이후에는 홍익대 청소․경비․시설노동자들과 함께 문화제에 참여할 계획이다. 아래는 교수3단체의 서신 전문이다.

                                                      * * *

    장영태 총장님.

    1년 365일 어느 하루도 중요하지 않은 날이 없겠으나, 연말연시는 더욱 특별한 시간입니다. 주어진 삶이 유한하고 실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인간들이 지나간 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과 희망을 꿈꾸기 위해 만든 매듭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신년 벽두에 홍익대에서 청소와 경비를 담당했던 170명의 노동자들은 새로운 희망은 고사하고 절망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가정의 생계를 어렵사리 책임지고 있던 가장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해고된 이유는 작년 12월 31일 계약 만료되는 홍익대와 청소・경비 용역업체 간의 재계약 협상이 불발됐기 때문입니다. 이미 알려진 대로 학교 측이 2010년과 동일한 용역단가에 계약 연장기간을 3개월만 할 것을 요구했으니, 제반비용 상승이라는 여건 하에서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이라도 지급하기 위해 용역단가 인상이 불가피했던 용역업체 입장에서는 계약을 연장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겁니다.

    그렇다고 작년까지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많은 임금이 지급된 것도 아닙니다. 2010년 최저임금인 시간당 4,110원에조차 못 미치는 수준에 한 달 식대라고 준 것이 물경 9,000원, 이렇게 하루 10~11시간 일하고도 한 달에 고작 75만원을 받아왔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해고된 노동자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적정인원에 훨씬 못 미치는 인력배치 등 부당한 처우에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입니다.

    사실 이런 처우는 노동착취라고 불러야 마땅합니다. 저간의 사정이 이러했는데도 홍익대 측은 다수가 여성・노인・비정규직인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박탈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널리(弘) 인간을 이롭게 한다(益)”는 건학이념과 교명이 무색한 조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해고자들의 농성이 유례없는 강추위 속에서 28일째 지속되고 있지만, 학교 측은 용역업체와의 계약파기를 핑계로 적극적인 대처를 미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홍익대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크나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용역업체와의 계약파기는 분명히 홍익대 측의 책임이 큽니다. 그동안 홍익대는 법정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선에서 용역계약을 해온 것도 모자라 더 낮은 수준으로 계약할 것을 강요하였습니다. 결국 학교가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세워 용역업체가 계약을 포기하도록 한 셈입니다. 교비적립금을 수천억 원씩 쌓아놓은 대학이 전형적인 사회적 약자들을 상대로 푼돈을 깎으려고 생존권 박탈까지 서슴지 않는 행태라고 대중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둘째, 해고된 노동자들은 수년째 홍익대를 위해 일해 온 사람들입니다. 용역업체는 바뀌더라도 실제로 학교에서 근무하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계속적으로 간접고용 승계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들이 있어 학교가 관리되고 학사가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힘든 일을 묵묵히 이어온 사람들을 대뜸 해고한 것은 법을 떠나 인간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심지어 홍익대가 이 170명의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대신해 1월 5일부터 투입한 대체인력에게 해고한 기존 노동자들에 비해 몇 배의 인건비를 주고 있다니 예산절감을 위해 계약을 파기했다는 학교 측 주장은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습니다.

    홍익대의 이번 조치를 보면서 재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습니까? 상대가 약자이면 더욱 안심하고 짓밟아 이익을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홍익대는 지금 몸으로 가르치고 있는 꼴입니다. 그것이 홍익의 정신이고 미래 인재가 갖추어야 할 덕목인지요? 이러한 정글의 논리를 가르치는 것이 대학의 존재이유인지 우리는 절대 동의할 수가 없는데 총장님은 어떠신지요.

    장영태 총장님.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잘못을 지적받았을 때 솔직하게 그것을 인정하고 수정하는 것은 지성의 한 징표일 뿐이지 부끄러운 일은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대중 대다수가 바라는 대로 학교를 위해 희생해 온 노동자들이 고용불안과 부당한 처우에 고통 받지 않도록 법정 최저임금을 지키면서 계속 고용할 것을 부탁드립니다. 이들이 참담한 심정으로 명절을 맞지 않도록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2010년 1월 31일

    홍익대 청소 · 경비 해고 노동자 복직을 바라는 전국 교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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