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두번씩 쓰게 만든 삼성전자
나는 복직해서 노조 만들 것이다"
By 나난
    2011년 01월 18일 07:09 오후

Print Friendly

그 동안 삼성전자 측은 박종태(43)씨를 해고한 것은 ‘출장지시 거부’ 등 개인적 사유였으며, 노조 설립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왔으나, 이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밝혀주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또 박씨가 지난 해 6월과 8월 회사 쪽의 각종 압박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두 번이나 작성했던 유서도 공개됐다.  

녹취록, 유서 공개

삼성전자 해고자 박씨는 18일 녹취록과 유서를 공개하는 한편, 지난해 4월 회사가 전 사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무노조 교육 ‘Vision 2020 달성을 위한 크리에이터 리더십 코스’ 내용도 밝혔다.

   
  ▲ 녹취록.(사진=이은영 기자)

박씨가 지난 2009년 9월 경 부서 관리자와 나눈 대화에 따르면 당시 관리자는 “다른 사람들은 말을 안 하는데… 복수노조 (시행)하잖아 … 기업에 반대하면, 기업에서 찬성하는데도 있다. 복수노조 해달라고…”라며 박 씨가 노조 설립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떠봤다.

박씨는 이에 대해 “모르죠. 복수노조가 될지 안 될지는…”이라고 답했으며, 상대방은 “그래도 하게 되면 박 대리는 할 거 아니냐”고 되물으며 “안 하고 싶어. 복수노조?”라며 노조 설립 의사를 직접적으로 따져 물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박씨는 “솔직히 이야기해서 100% 안 한다고는 말 못한다”며 “그렇지만 그건 (복수노조가 설립된다는 것은)설득력이 없다. 지금 회사가 어떤 회사인데”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관리자는 “주변에 아닌 게 아니라, 불만 있는 사람들이 (중략) 박 대리한테 하라고 할 건데”라며 재차 노조 설립을 주도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를 물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삼성 측은 복수노조 허용에 대비해 지난 2009년 11월부터 임원 간부 및 대리 사원에 대한 특별교육을 실시하며 무노조 경영 철학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4월 박씨 역시 ‘Vision 2020 달성을 위한 크리에이터 리더십 코스’에서 반노조 교육을 받은 바 있다. 해당 교육은 지난해 3월 <한겨레 21>에 보도되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아내도 처음 알아

당시 박 씨가 작성한 메모에 따르면, 회사 측은 △소비자 위에 있는 노조 △정치적 파업 △경영층과 기 싸움 △조직 문화 붕괴 △회사보다 노조 우선 △파업 중 노조가 대표 △노조가 하면 폭력도 정당화 등  주로 반노조적 내용을 강연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는 또 이날 지난해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쓴 유서도 공개했다. 그는 최근 업무스트레스로 삼성전자 LCD공장에서 목숨을 끊은 고 김주현(24) 씨의 죽음을 보고 “더 이상은 죽는 사람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 어렵게 유서를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처음 유서를 본 박 씨의 아내 이명화(43) 씨는 “진짜 유서가 있을 줄은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작성한 유서에서 “제가 삼성전자를 입사한 지 23년이란 세월이 흘러 청춘의 절반을 삼성이란 단어 아래 저희 망가진 몸과 가족건강 그리고 정신적 고통과 억울함을 마지막 글로 표현한다”며 “부서장은 지속적으로 건강이 안 좋아 진단서까지 제출했는데도 출장을 강요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사원 여러분, 그리고 우리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고, 향후 다른 곳에서 만날 때 고통없이 만나서 살 수 있도록 하는 바람”이라며 “최근 협의회 정직면직, 회사 출장 거부 요청에 따른 징계 과정 및 추가 출장 강요 등 극단의 선택을 하도록 한 VD(사) 인사그룹, 부서장, 파트장 등 관련 조사를 통하여 문제되는 부분에 대하여 문제점 발생시 처벌을 요한다”고 밝혔다.

   
  ▲ 박종태 씨가 삼성전자 수원공장 정문 앞에서 징계해고 관련 부당성을 알리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은영 기자)

정신병원 입원해서야 남편 사정 알아

또 그해 8월에 작성한 유서에서도 그는 “출장을 못가는 진단서나 소견서를 (제출했는데도… 중략) 7월 28일 업무정지시키고 인사에 넘겼다”며 “직무정지로 빈 책상에 혼자 앞 파티션(가림막)만 쳐다보고 있다. 오고가는 동료들이 다 쳐다보고, 창피하고, 왕따 느낌이 들고, 인권을 유린하는 처사”라고 고통을 토로했다.

유서에는 또 “(관리자는) ‘어디 갈 때 보고하라’, ‘타인을 만나지 말라’고 했다”며 “너무 힘들고, 괴롭다”고 적혀 있다. 또 그는 “그 동안 저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힘들어 한 우리 집사람에게 진심으로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전해주시고, 우리 예쁜 두 딸 꼭 행복한 생활과 엄마 말씀 잘 듣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길 바란다”고 적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이어진 한가족협의회의 면직조치, 건강악화, 그로 인한 해외출장 거부,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병동 입원,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한 징계해고까지 결코 순탄치 못한 생활을 보낸 박씨는 그간 언론을 통해 “유서를 작성해뒀다”는 말은 밝혔지만, 실제 이를 공개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인 이씨는 “설마 정말로 죽으려고 할까 싶었는데…”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부인은 “회사 일은 집에서 말을 잘 하지 않아서 몰랐는데, 지난해 정신병동에 입원하면서 조금씩 알게 됐다”며 “그 전까지는 (구체적으로) 저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남편은 한가족협의회 활동 당시 자비까지 털어 직원들을 만나며 그들의 고충을 들었다. 그리고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팔방으로 뛰었다. 이 씨는 “생활비를 많이 써 싸우기도 했다”며 “당시에는 협의회 활동을 적당히 좀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공개했다.

이씨는 이어 “주위에서나 시댁에서는 ‘네가 (남편) 좀 말려라’, ‘작은 회사도 아니고 큰 회사인데 안 된다’, ‘살 궁리부터 하라’며 걱정을 하는데 (나는)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 남편이 혹시 나중에 한이라도 맺힐까봐 할 수 있는데까지 하라고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뜨개 수세미 팔아 생활

현재 박종태씨 가족은 이 씨가 손뜨개로 만든 수세미를 팔아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이 씨는 “쌀은 시댁에서 보내줘 먹고 있고, 손뜨개 수세미로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충당하고 있다”며 “먹고 사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대 삼성을 상대로 한 박 씨의 싸움에 응원의 메시지도 전달되고 있다. 박씨의 1인시위에도 동참했던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박 대리님의 승리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아시기 바란다”며 “꼭 승리하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며 연대 의지를 전해왔다. 

1인 시위를 하는 동안 삼성 직원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한 여 사원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대리님, 해고소식을 전하고 너무나 답답하다”며 “이게 한국 노동자들의 현실일까요. 과연 이런 상황은 개선될까요”라며 답답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삼성직원은 “힘내십시오. 대리님은 혼자가 아니”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왔으며, 또 다른 직원은 “저 또한 이 회사가 싫어지네요… 힘 있는 자만이 모든 걸 쥐고 흔들 수 있다는 걸 가까이서 지켜보면…”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박 씨는 “나에게도 꿈이 있다”며 “복직해서 노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떳떳하니 해고의 사유가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며 “1인 시위를 하다보면 두유를 사다주는 사람, ‘힘내라’고 직접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사람들 나만 보는 것 같지만… 시위 또"
박종태 씨 두 딸 1인 시위 나서…"아빠, 힘내세요"

   
  ▲ 사진=이은영 기자

18일, 박종태(43) 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수원 삼성전자 정문 앞에 섰다. 그간 노동․시민사회 인사가 그의 1인 시위에 동참한 적은 있었으나, 가족이 함께 한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날 그의 곁에는 16살, 12살 두 딸이 함께 했다. “아빠가 걱정 돼” 함께 나선 딸들은 1시간가량 수많은 삼성맨들 앞에 섰다.

김수현(16, 가명), 김수영(12, 가명) 양은 이날 오전 11시 40분경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아빠~ 더 이상 아프지 마세요! 아빠의 소중한 딸”이라는 내용이 담김 피켓을 들고 수많은 삼성인이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오가는 삼성전자 수원공장 정문 앞에 섰다. 난생처음 해보는 1인 시위. 1인 시위에 쓸 피켓에 서로 더 많은 내용을 쓰겠다며 욕심 부렸던 이들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 앞에, 그것도 시위를 한다는 것이 이들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큰딸인 수현 양은 1인 시위 후 박 씨에게 “사람들이 모두 나만 보는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박 씨와 두 딸이 1인 시위를 펼치자 점심 해결을 위해 정문을 나선 삼성직원들은 이들에게 선뜻 다가와 “용기내라”는 말은 전하지 않았지만, 작은 목소리로 “저 사람, 불쌍한 사람이다”, “아이들이 들고 있는 건 뭐야”라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박 씨의 두 딸은 이런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 1인 시위가 끝난 뒤 둘째 딸인 수영 양은 “언니가 내일 또 나가자고 했다”며 “(사람들 눈에) 우리가 불쌍하게 보이면 좀 도와주지”라며 다가서지 않는 삼성직원들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박 씨는 딸들에게 “사람들이 쳐다보는 건 힘내라며 우리를 응원하는 것”이라며 혹시라도 다쳤을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