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전과가 2개나 추가되었다"
        2011년 01월 17일 01: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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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전과가 2개나 추가되었다. 흔한 집시법 위반 ‘정도’는 과거 미국산 쇠고기 반입 저지 투쟁과 관련돼 지금도 재판이 진행 중이고, 심지어는 2009년 10월 집회 건으로 소환장이 나와 있으니 그렇다 치자. 그런데 최근 추가된 전과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잘 안 된다.

    낯선 법과 만나다

    일반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란다. 이 법은 “도시에 있어서의 공원녹지의 확충·관리·이용 및 도시녹화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쾌적한 도시환경을 형성하여 건전하고 문화적인 도시생활의 확보와 공공의 복리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집회를 방해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내가 처음 이 법과 만난 것은 화물연대 투쟁 때문이었다. 박종태 열사가 사망하고, 우리는 2009년 5월 30일 여의도 공원에서 집회를 했다. 집회 신고를 한 조직국장은 여의도 공원관리사업소에서 내민 서류를 무시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집회 신고까지 모두 마친 마당에 다른 서류에까지 신경 쓸 필요도 여유도 없는 일이었다. 당시에는 ‘평화집회 약속 각서’처럼 여긴 탓도 있었다. 아무튼 그걸로 인해 소환장이 나왔고, 나는 대외협력실장으로서 가서 조사를 받고 재판 결과 벌금 100만원 처분을 받았다. 2010년 6월 7일의 일이다.

       
      ▲공공운수노조 건설 준비위 집회. 

    그런데 다시 2010년 4월 17일 열린 ‘공공운수노동자 2010년 투쟁 선포식’을 문제 삼았다. 벌금 200만원이 나왔다. 이번에는 조직실장으로서 고소대상이 되었다. 이 법은 이상하게 나만 따라다니는 셈이다. 점점 이 법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변호사와 의논했다. 결과는 “승산 없음”이었다.

    계속된 법의 보완이 이루어져 나름의 체계를 완비해 가고 있다는 법적 판단이 있었다. 결국 혼자서 해보는 데까지 해보기로 했다. 1심 결과 150만원으로 감액되었다. 항소하면서 여의도 공원관리소 담당자를 증인으로 불렀다.

    나는 변호사 없이 하는 재판에서 스스로 변호사 일도 했다. 증인에게 직접 질문을 할 수가 있었다.

    “전국적으로 조직하는 집회가 불과 4알 앞두고 연기될 수 있다고 정말 생각하나요?”

    공원관리사업소는 4월 13일 공문을 보내 불가통보를 했었다. 집회는 4월 17일이었다. 증인의 대답은 예상대로 불성실했다.

    “내가 알 바 아닙니다.”

    “사업소 측은 벚꽃 축제를 이유로 하면서 공문에는 30만명이 참가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몇 명이나 왔다고 보나요.”
    “2만명 정도라고 봅니다.”

    “그 중에서 벚꽃 축제가 열리는 윤중로, 국회 주변 등을 가기 위해 당일 여의도 공원을 지나간 사람이 몇 명이나 되나요.”
    “그게 핵심이 아닙니다.”

    “우리가 여의도 공원을 사용하면 청소비로 얼마나 내야 하지요?”
    “……”

    여의도 공원을 사용하면 청소노동자가 다수 포함된 우리 공공연맹이지만 그와 무관하게 청소비로 별도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새로운 장치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여의도 공원은 집회하는 데 좋은 장소가 아니다. 쾌적하기는 하지만 동떨어져 있어서 사람들에게 우리가 집회를 하는 이유를 알리는 데는 결정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우리 역시 집회를 도심에서 하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도심 집회는 모두 불허된 상태였다. 결국 할 수 없이 여의도 공원을 사용하도록 집회신고를 받았지만 그건 이 법과 하등 상관이 없었다.

    증인심문과 별도로 나는 제출한 항소장을 통해 이 법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심각하게 충돌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재판관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했다. 그러나 지난 주 금요일(1월 14일)에 열린 항소심은 “기각”으로 결정되었다. 재판정을 나오면서 쓴 웃음만 났다.

    한번 같은 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는 재범이고, 법이 정한 바에 따라 “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허가받은 내용을 위반하여 도시공원 또는 녹지 안에서 시설·건축물 또는 공작물을 설치한 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런 규정에 따르면 설령 적법하게 집회신고를 모두 마쳤더라도 도시공원과 녹지를 담당하고 있는 사업소에서 불허하면 결국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어차피 법이야 있는 사람을 지키는 도구일 뿐이지만 이건 아니다. 도시 공원과 녹지를 보호하는 것도 소중한 일이지만 자유로운 집회와 시위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후 이 법에 대한 일정한 제한, 예를 들어 “합법적으로 신고를 마친 집회에 대해서는 그 주최자가 그에 필요한 시설 및 공작물을 설치할 수 있다.”라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 그래야 이 법이 집회 및 시위를 막는 악법이 될 수 있는 소지를 없앨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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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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