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우리 자신에 관한 얘기
        2011년 01월 15일 01:07 오후

    Print Friendly
       
      ▲책 표지. 

    2003년 1월 9일, 두산중공업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가 목숨을 끊었다. 같은 해 3월에야 진행된 그의 노제에서 지금도 타워 크레인에 올라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은 그를 아느냐고 계속 물었다.

    “이 세상에서 입어 보는 가장 비싼 옷이 수의가 된 지지리도 못난 사내”이고 “그 마지막 호사마저 분에 넘쳐, 새까맣게 오그라 붙어, 타다 만 비닐처럼 오그라 붙어, 그마저도 64일을 꽁꽁 얼어, 변변히 갖춰 입지도 못한 채 먼 길 떠나는” 그를 아느냐고 말이다. 『인간의 꿈』(김순천, 후마니타스, 10,000원)은 배달호 열사의 평전이다.

    열사도 투사도 아닌, 평범한 우리 자신의 평전

    그가 떠난 지 8년이 지났다. 한 평범한 인간이 무엇 때문에 노조를 하게 되고, 무엇 때문에 그 일을 계속하거나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이 땅에서 노조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은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들의 삶이 신자유주의의 격랑에 휩쓸려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지를 보여 주기 위해 쓰였다”고 한다.

    르포 작가인 김순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모든 대기업의 노조에 대한 탄압과 그로 인한 한 평범한 노동자의 비극적 서사를 써내려 가면서도, 차갑고 냉정한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고픈 꿈’과 동료들에 대한 따뜻한 온기를 잃지 않았던 한 개인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잃지 않는다.

    공식적인 기록뿐 아니라 일기조차 남아 있지 않은 지극히 평범했던 한 인간의 삶을 되살려 내기 위해 작가는 주변인들의 기억들을 끼워 맞추며 당시 대공장 노동자들의 일상사와 그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삶을 되살려 내고 있다.

    책은 가족과 동료들이 추억하는 배달호와 그의 죽음에 대한 소회로 시작되어 한국중공업에서 처음으로 노조가 결성된 이후 변화한 노동자들의 삶, IMF 이후 공기업 민영화의 물결 속에서 한중이 두산으로 넘어가면서 시작된 구조조정, 극악해져 가는 두산의 노조 탄압과 파괴되어 가는 동료들 간의 관계, 배달호의 비극적 죽음, 죽음만큼이나 힘들었단 장례 투쟁 과정, 배달호의 죽음 이후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저자 김순천은 배달호가 “따뜻하고 섬세했다”고 전해준다. 그리고 “절실하고 간절하게 더 이상 삶의 질을 떨어뜨려서는 안 되는 인간적인 ‘사회 협약’이 필요하다. 배달호 같은 평범한 사람도 행복해질 수 있는 경제 시스템, 자본가들도 남을 밟지 않고도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라는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그가 이 글을 쓰던 당시 두산그룹 박용도 전 회장이 자살을 했다고 한다. 전혀 다른 두 죽음이지만 비극이라는 점은 하나다. 저자가 ‘절실’하게 말하는 ‘인간적인 사회 협약’을 얻어내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 같지만, 오히려 힘들기에 이 따뜻하고 섬세했던 평범한 한 사람의 죽음을 우리가 더 기억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 *

    저자 – 김순천

    르포작가 및 르포문학 강사. 사람들 마음속 깊숙이 숨어 있는 말들의 소통을 꿈꾸고 있는 김순천은 그동안 젊은 르포작가들과 함께 청계천 사람들의 삶의 기록을 담은 《마지막 공간》, 세계화 시대 비정규직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부서진 미래》, 이랜드 노동자들의 이야기인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철거당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주거 공간 이야기인 《여기 사람이 있다》 등의 책을 펴냈다.

    시민, 대학생, 자활기관에서 일하는 분들, 쉼터의 아이들에게 인문학 글쓰기 워크숍을 하고 있으며 EBS 다큐 프라임 ‘성장통’ 3부작 자문 및 작가로 참여했다. 《한겨레 21》에 특집 연재 글과 《경향신문》에 칼럼을 쓰기도 했다. 인간성 회복을 위한 다양한 글쓰기 교육과 ‘사회적 고통’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음을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