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태주의자의 세계여행
By 나난
    2011년 01월 14일 07: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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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태주의자가 여행에 나섰다. 아름다운 해변에서는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코끼리를 타고 가다가 내려 달라고 떼를 써 화장실로 달려가고, 욱 하는 성격에 현지인이랑 싸울 뻔하고, 부처의 나라에서는 이슬람 모스크를 찾아다닌다.

   
  ▲책 표지 

여행을 통해 세상을 보고, 여행하는 자로서 세상을 고민하고, 여행자의 시선으로 현실의 대안을 찾는 여행주의자에게 여행은 늘 새로운 도전이자 일상이다. 그 생태주의자는 묻는다. 『네가 가는 곳이 어디라고?』(한재각, 이매진, 14,000원)

이 책은 2002년부터 2009년까지 필리핀, 터키, 인도, 멕시코, 러시아, 몽골, 영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타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기록한 ‘여행 노트’를 묶은 책이다.

8년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에는 세계 곳곳에서 겪은 행복과 즐거움, 여유 있던 순간이 차곡차곡 담겨 있는 ‘여행 에세이’이긴 하지만 생태주의자의 고민도 담겨있다. 이 책의 저자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진보신당에 몸담고 있고, 사회학 공부를 하고 있다.

저자는 여행지의 ‘이면’과 현지인들의 ‘고단한 삶’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고민은 계속된다. “나는 여행을 왜 하는 것일까?” 때문에 이 책은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사건을 겪으면서 더욱 풍부해진다. 여행 노트가 쌓여갈수록 그중 강렬한 경험만이 여행을 되새기고 추억하게 만든다.

혁명적 낭만을 느끼게 해주는 아이콘 같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기 위해 도착한 하바롭스크에서 여대생 쏘샤를 우연히 만나지 못했다면 티켓을 끊는 일 자체가 ‘무한도전’이 될 뻔한 러시아 여행은, 횡단 열차 여행의 끝에 들른 바이칼 호수의 잊지 못할 풍경으로 기억된다.

배수 시설이 필요 없을 정도로 건조한 몽골 여행에서는 기후변화 때문에 엄청난 폭우의 흔적을 만나 당황하다가, 난생 처음 말을 타보고 게르에서 잠을 자고, 울란바토르 숙소에서 김밥을 싸서 다른 나라 여행객들하고 나눠 먹은 추억을 품고 돌아왔다.

필리핀 여행은, ‘여행을 글로 배우고’ 욱 하는 성격 때문에 현지인과 일촉즉발의 순간을 만들어낸 기억으로 남아 있고, 말레이시아는 현지에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겨질 정도로 위험한 순간까지 갔던,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사고로 기억되는 곳이다.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예배 시간을 알리는 아잔 소리의 아련함에 빠져 들었고, 베트남에서는 우연히 들른 미술관에서 만난 ‘붉은 그림’에 매혹되는 잊지 못할 순간을 겪기도 했다. 라오스는 소박한 기내식과 배낭여행자의 천국인 아름다운 루앙프라방과 숙소를 찾지 못해 카페에서 새해를 맞이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렇게 세계 곳곳을 떠돌던 여행에 관한 ‘수다’는 어느 순간, 주춤거린다. ‘여행의 이유’를 찾지 못한 저자는 ‘내가 즐거운 여행’이 ‘다른 사람의 삶에 끼치는 영향’에서 갈팡질팡한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여행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생태주의자를 따라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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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 한재각

결혼 7년차에 들어섰고, 이제 막 40대에 진입한 남자다. 지금껏 돈 버는 일하고는 무관하게 살았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했고, 그 다음에는 참여연대와 민주노동당에서 일했다. 지금은 뒤늦게 사회학 박사 공부를 하면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라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운동권’인데, 어울리지 않게 서른 넘어 여행과 출장으로 꽤나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다. 한국국제협력단 봉사단으로 2년간 라오스에 살러간 아내를 보내놓고, 일 중독과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날 요량으로 여행 블로그질을 시작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여행서를 내고 싶다는 오랜 꿈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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