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세-중졸 이하 여성만 흡연 좋아해?
    작업장 노동조건 개선, 금연효과 높아
        2011년 01월 10일 07: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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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는 몸에 해롭습니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요. 흡연은 폐암과 구강암과 위암과 백혈병 그리고 수많은 다른 질병들을 유발합니다. 흡연율을 낮추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새해에 흡연율을 감소시키기 위해 담배값이 인상될 예정이라는 신문기사를 보고서 저는 오히려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25세 미만 중졸 이하 여성 흡연률 5배 증가

    한때, 금연정책이 오직 의사들의 "흡연하지 말라"는 상담에만 의존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상담만으로는 지속적인 금연 효과가 없다는 것이 명백해진 이후에, 다양한 방법들이 사용되고 있지요. 보건소의 금연 클리닉을 통한 교육이나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을 통해서 흡연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면서 담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어내는 여러 방법들이 함께 사용되고 있지요.

    지난 10여 년간 한국사회의 흡연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흡연율이 줄어드는 동안 학력 수준에 따른, 소득 수준에 따른 흡연율의 차이는 오히려 더 커지고 강화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1999년부터 2003년까지 34만 명의 남녀를 조사한 한 연구는, 25살 미만의 중졸 이하 여성 노동자의 흡연율은 2.3%에서 11%로 무려 5배가 증가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ERIES/7/95896.html).

    저는 저학력, 저소득 계층에서 담배를 더 많이 피우고, 또 더 끊기 힘든 그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열악한 노동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노동자가 매일같이 감당하기 어려운 노동강도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작업과정에서 담배에 들어있는 발암물질인 벤젠과 카드늄에 매일같이 노출이 되고, 직장에서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면 그런 노동자가 자신의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겠다는 결심을 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요?

    신문과 텔레비전에서는 담배를 피워서 폐암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를 하지만, 흡연으로 인한 건강위험인자보다 훨씬 더 유해한 것들에 일상적으로 노출이 되고 있다면, 그/그녀가 담배를 끊어야 겠다는 결심을 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요?

    생산직 노동자 대상 금연정책 연구 결과

    예를 들어 지난 달 바로 옆의 동료가 추락사고로 사망한 건설현장에서 계속 일해야 하는 노동자에게, 하루 종일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감시를 당하며 손님들 앞에서 웃어야 하는 백화점의 여성 노동자들에게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으라는 사회적 경고가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요.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Glorian Sorensen 교수는 이 지점을 진지하게 파고들었습니다. 생산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한 그 동안의 금연정책이 계속 실패해왔던 것을 염두에 두고서, 과연 어떻게 해야 그들의 흡연율을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실험을 진행한 것입니다.

    미국 메사추세츠 주의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두 가지 형태의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비교한 것이지요. 무작위로 배정된 몇몇 사업장에서는 노동자들 개개인들을 상담하고 작업장 수준에서 금연을 권장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나머지 사업장에는 앞서 말한 금연 프로그램과 함께 작업장 내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합니다.

    Sorensen 교수는 흡연자 중에서 몇 퍼센트의 노동자들이 금연(지난 6개월 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경우)에 성공하는지를 비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집단에서 금연율은 현격한 차이가 났습니다. 금연 프로그램만 진행한 사업장에서는 흡연자 중 5.9%만이 금연에 성공한 반면, 작업환경 개선 프로그램을 금연 프로그램과 함께 시행한 사업장에서는 11.8%의 흡연자들이 금연에 성공했던 것입니다(1).

    OECD 국가 중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율와 저임금 노동자 비율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취약계층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현재 정책으로는 흡연으로 인한 건강 불평등이 점점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학력,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주홍글씨’

    담배값 인상은 정부 입장에서는 흡연자들의 반발만 제외한다면 가장 손쉬운 정책이기도 합니다. 담배값을 인상해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대중적인 이미지는 확보하면서, 실제로는 국가가 국민의 흡연으로 인해 거두어가는 세금의 총액은 늘리고 동시에 흡연자들에게는 몸에 안 좋은 그 ‘비싼’ 담배를 계속 피우는 구제할 길 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더 강화하는 것이지요.

    담배를 피우는 것 말고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마땅할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한 저학력, 저소득 노동자들로 하여금 사회적으로 ‘흡연자’라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기고 살게 하는 것입니다.

    특히나 한국에서 담배값 인상은 명백히 담배에 대한 간접세 인상입니다. 부유세와 달리 상품을 구입하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는, 가난한 이들이 실질적으로는 더 많이 부담하게 되는 세금이지요. 그리고 담배 가격의 60%가 세금인 현재 상황에서, 담배를 끊기 힘든 저학력, 저소득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담배를 피울 때 감당해야 하는 그 간접세의 비율이 더 올라가는 것이지요.

    서울의 초등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공급하기 위해 700억을 쓰자는 의회의 결정을 두고서, 서울시장이 국가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망국적 포플리즘’이라고 비판하는 나라에서, 2009년 한해에만 국가가 국민의 흡연으로 인해 거둔 세금은 3조 9000억원이 넘습니다(http://v.daum.net/link/10805682).

    담배값을 현재 2500원에서 8000원으로 올리겠다는 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주장이, 자신의 말처럼 국민 건강을 걱정하는데서 나온 것이라면, 부유세 폐지와 흡연율 감소로 인해 줄어든 세금를 충당하기 위해 가격을 올린다는 국민들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담배값 인상 이전에 책임감 있고 실효성 있는 금연 정책을 고민하고 제시해야 합니다.

    새해에는, 부디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금연할 수 없었을 노동자들, 작년 한해에만 14명의 동료가 사망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GS 건설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밥값으로 하루 300원씩 받으며 최저임금으로 일하다가 새해 첫날 일방적인 해고통지를 받고 싸워야 하는 홍익대학교의 청소노동자들에게도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금연정책이 나타났으면 합니다.

                                                         * * *

    1. Sorensen G, Stoddard AM, LaMontagne AD, Emmons K, Hunt MK, Youngstrom R, et al. A comprehensive worksite cancer prevention intervention: behavior change results from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United States). Cancer Causes Control. 2002 Aug;13(6):49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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