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만 있는 나라, 악몽이다"
        2011년 01월 07일 09: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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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연말 각 방송사의 시상식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탄식을 남기고 끝났다. 그보다 더 어처구니가 없었던 건, 그런 볼 품 없는 시상식조차 하지 못하는 대중가요계 풍경이었다. 시상식을 해봐야 비난만 들을 뿐이어서 요즘엔 가요대잔치식으로 한 해를 결산하는 ‘다함께 모이자쇼’가 연말에 진행된다.

       
      ▲한 방송사의 2010년 가요대제전. 

    그 가요대잔치도 목불인견의 상황이다. 아이돌밖에 안 나온다. 물론 간간이 일반 가수들도 양념처럼 등장하긴 하지만, 아이돌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구성이다. 한국 각 방송사의 가요대잔치를 보면서 일본인들이 남긴 댓글을 보니 이런 구절들이 있었다.

    ‘한국에는 모두 아이돌뿐이야? 아이돌만 출연하는 가요제인지?’
    ‘한국에선 나이 먹으면 가수를 못하나?’

    일국의 한 해를 결산하는 자리에 어린 아이돌만 나오니 이런 의문을 가질 만도 하다. 옛날에 젊은 가수들만 출연하는 <젊음의 행진>이라든가 <영일레븐>같은 쇼프로그램이 있었다. 어린 시청자들만을 위해 특화된 프로그램이었다. 요즘 한국의 연말 가요대잔치 출연자들의 평균 연령이 과거 <젊음의 행진>보다도 훨씬 낮다. 이게 나라꼴인가?

    어린 아이돌의 음악이 한 국가를 뒤덮고 있다. 대한민국은 ‘아이돌 공화국’이 되어버렸다. 요즘 그 아이돌들이 수출역군(?)이 되어 찬사를 받고 있다. 한국 문화의 국제적 위상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안으로는 썩고 있다. 아이돌 대잔치로 퇴락한 가요대잔치가 그것을 보여줬다.

    아이돌에 맞서는 잔다르크, 아이유?

    일반 대중들도 계속되는 아이돌 그룹의 독주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터졌다. 삼촌-오빠 팬들의 로망이 된 ‘소녀종결자’ 아이유의 열풍. 아이유는 거대 아이돌 군단에 홀로 맞서는 잔다르크로 아이돌 대세의 ‘대안 대세’가 되었다.

    아이유는 처음에 별로 반향을 얻지 못했다. 걸그룹에 파묻혀 곧 사라질 가수 같았다. 하지만 순위프로그램이 아닌 일반 음악프로그램과 예능에서 통기타 치며 노래하는 모습이 공개되며 ‘특별한 아이’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아이유는 예능에서 꾸밈없이 순수하고 귀여운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며 더욱 솟아올랐다.

    그러던 차에 마침내 2010년 6월에 첫 번째 히트곡이 터지고, 바로 다음 달에 <영웅호걸>에 출연하며 아이유는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쟁쟁한 멤버들이 있는 이 프로그램에서 아이유는 1인자가 되어 위상의 수직상승을 경험한다.

    여기서 아이유는 걸그룹보다 더 걸그룹 같은 매력을 보여줬다. 바로 귀엽고, 화사하고, 사랑스럽고, 순수한 소녀의 매력이다. 그 매력의 폭발력이 쌓이고 쌓였을 때 드디어 폭탄이 터진다. 2010년 12월 둘째 주, 저 유명한 삼단고음 사건이다.

    삼단고음은 아이유의 ‘실력’을 상징하는 이벤트였다. 이것으로 아이유는 아이돌과는 차원이 다른 실력파 여가수로서 위상을 확고히 했다. 그러자 균형추가 순식간에 기울면서 그녀는 새로운 대세가 되었다.

    삼단고음 이틀 후에 삼단폭행 사건이 터졌다. 아이유가 <영웅호걸>에서 자기 머리를 세 번 때린 사건(?)이었다. 이건 아이유의 순수함, 소녀다움을 다시 확인시켰다. 실력과 순수를 동시에 인증한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솔로 여가수로서 홀로 우뚝 섰다.

    아이돌의 대안이 아이유?

    가요대잔치가 아이돌판이라고 했는데, 2010년 가요대잔치엔 ‘실력파 여가수’ 아이유도 중심인물이었다. 그렇다면 서두의 지적이 ‘오버’였다는 말인가? 그렇지가 않다는 게 문제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예능에서 보여준 ‘사랑스럽고 귀엽고 순수한 소녀의 매력’이 아이유의 중요한 인기요인이다. 이건 아이돌 걸그룹의 인기몰이 양상과 다를 바가 없다. ‘어중간한 섹시’ 대신에 순수함의 농도를 더 강하게 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귀여운 소녀가 화사한 옷을 입고 나와 발랄한 무대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아이유와 걸그룹 사이엔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소녀시대의 ‘오빠를 사랑해’나 아이유의 ‘오빠가 좋은 걸’이나 오십보백보인 것이다. 걸그룹에 대한 팬심과 아이유에 대한 팬심은 비슷한 성격이다.

    아이돌의 대안으로 각광받는 아이유도 일종의 아이돌인 셈이다. 그래서 <영웅호걸>에서의 아이유에게서 전혀 이질감을 느낄 수 없었다. 아이유와 아이돌의 차이는 아이유가 통기타를 연주한다는 그것 하나밖에 없다.

    아이돌에 몰두하다가 그것에 대한 대안마저도 ‘사랑스럽고 귀여운 소녀’에게서 찾는 시대. 나라꼴이 정말 말이 아니다. 한국 아이돌의 역사는 대중의 비판과 업계의 응전으로 이루어져왔다. 아이유 사태에 대한 응전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통기타도 치고 삼단고음도 가능한 걸그룹을 말이다. 그렇게 아이돌의 경쟁력이 향상될수록 한국 대중문화는 수렁 속에 빠져들 것이다. 아이돌과 아이유만 있는 신한류열풍 시대는 악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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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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