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운동권, 진보신당 꼰대 의식 문제"
        2010년 12월 21일 11: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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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창원은 90년대 초 서울, 부산, 광주 등과 더불어 고등학생 운동이 비교적 활발한 곳이었다. 당시 강력한 지역 노동운동의 분위기와 학생운동 속에서 마창고협(마창지역 고등학생협의회)이 만들어졌고, 전교조 지원 투쟁 등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마창고협 또는 고협 선배 활동가들의 일부는 현재 경남 노동운동 및 사회운동 등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얼마 전 경남 마산 및 창원 등에서는 수많은 유인물이 고등학교 주위에 깔렸다. 학생인권조례를 청소년들의 힘으로 만들기 위해 12월 11일 마산에서 경남 학생인권조례 공략 토론회를 연다는 내용이었다. 유인물을 뿌린 주체는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 활동가로 보였다. 문의 연락처에 나와 있는 번호로 전화를 하니 예전부터 알던 청소년 활동가였다.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는 12월 16일에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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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학교, 가끔 후회해"

       
      ▲권오선씨.

    -자기 소개를 해 달라

    이름은 권오선이고 18살이다. 탈학교 신분이며 창원에서 청소년 인권운동을 하고 있다.

    -탈학교를 한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고1 입학한 후 5월에, 두발과 복장 규제에 맞서 인성부 선생과 선도부에게 대항하다가 못 견디고 그만 두었다. 인성부는 애들 머리 단속하는 선생님들 부서다.

    -학교 그만둔 거를 후회하지는 않나?

    때때로 후회를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다녔어도 후회했을 거다. 내가 왜 그때 자퇴를 안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와서 얻은 것도 많고. 다니는 것보다는 인생에 나았던 거 같다. 얻은 것도 많다. 학교보다 자유롭게 고민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학교에서는 정말 말도 안되는 거 가지고 부딪히고 고민해야 하니까.

    (학교를 다녔으면 안해도 되는) 필요 없는 고민도 해야 하고. (필요한) 고민을 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말도 안되는 것들, 학생회 선배들에게 깍듯하게 해야 하거나, 두발 등 이런 것들로 인한 스트레스를 안받게 되었다. 조용히 살겠다면 (규제가) 스트레스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옛날 고등학생운동에는 탈학교를 생각하지 않았다. 탈학교를 하면 학교를 바꾸는 운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어려움은 없는가? 학생 대중과 만나기도 힘들텐데.

    학교를 그만두고 후회가 되는 지점이다. 그런 움직임이 학교를 바꾸는 거기 때문에 후회하는 측면이 있죠. 생각해보면 지금의 마음상태라면 견뎌내면서 학교 안에서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런데 당시(2009년 5월 자퇴 당시)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른이 주는 인권조례 한계"

    -12월 11일 “경남 학생인권 공략 토론회”의 취지와 내용은 무엇인가?

    경남이든 전국적으로든 학교 내 움직임이 없다. 몇 년 전(2007년)만 해도 학내 시위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없다. 학교 내 움직임과 학생 변화가 제일 중요하다. 아무리 학생인권조례를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운동권이 주민발의 등을 통해 만든다 하더라도.

    경기수원 권선고 같은 곳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교묘하게 피하는 방식으로 통제를 한다. 머리 길이는 규제하지 않지만 눈썹에 닿지 않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장난을 치는 거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학생들과 학교 시스템 내 긴장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움직임이 있기 전에는 백지수표나 마찬가지다. 학교 내 움직임, 학생들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담론 발전의 시작을 위해서 토론회를 연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왜 필요하다고 보는가?

    교과서적으로 말하자면 학생들의 인권을 조례로서 정당하게 보호해 주는 울타리에 가깝다. 그런데 저나 몇몇 경남 활동가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선후관계가 잘못되었다고 본다. 학생들의 필요와 주장에 의해서 조례가 생겼어야 하는데, 학생들은 필요성만을 표출하고 있을 뿐이지 그것을 얻고자 나서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덜 간절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이 100도까지 끓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운동이나 정치권에서 먼저 시작했다. 밑에서부터 변화가 올라와야만 실질적인 보장이 된다. 위에서 주어지는 방식으로 제도개선만 이루어진다면 경기 권선고처럼 될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학생인권조례 후 학생생활규정을 바꾼다. 교칙을 바꾸는 거다. 그런데 학생인권조례만 교묘히 피하는 방식으로 이전의 두발규제 등은 계속 유지되도록 바꾸는 것이다.

    체벌도 받고, 벌점도 받고

    -경남교육연대 등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경남교육연대에서 들으면 엄청 기분나쁠거 같은데.(웃음) 한마디로 엉망이다. 경남교육연대에서 2008~2009년에 시작한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은 서울이나 경기보다 더 일찍 시작된 편이다. 그런데 학생들의 참여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박종훈 전 경남교육의원에게 의존한 측면이 강했다. 박종훈 후보가 당선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언론에도 얘기하고. 결국 2010년 박종훈 경남교육감 후보가 낙선한 후 거의 움직임이 중지된 상태이다.

    전교조 경남지부 참교육실천대회가 12월 4일에 열렸다. 학생인권분과에서 토론회를 했다. 청소년들을 많이 참가시켰다. 청소년위원회라든가 YMCA라든가. 청소년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전교조에서 "학생들의 힘이 많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뒷북이다.

    경남에는 그린마일리지 제도가 있다. 체벌의 대안으로 내놓은 벌점제도이다. 2009년 6월부터 전면 실시 예정이었고 2009년 초부터 시범실시가 있었다. 그때 청소년단체 아수나로에서 학생들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체벌도 일어나고 벌점도 받는 이중처벌의 문제가 일어나고 있었다.

    6월 여름부터 1000명 넘는 서명을 받았다. 당시 권정호 교육감에게도 전달했다. 지금도 실시되고 있고 문제가 많다. 전면실시에서 확대실시 방침으로 한발짝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문제는 확산되고 있다. 또한 벌점 역시 교사 주관에 따라 이뤄지기도 한다.

       
      ▲학생인권조례 관련 홍보물. 

    -학생인권조례에서는 체벌 금지를 내세우는 조항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경남 교육연대가 발의한 학생인권조례에서는 “9조 신체의 자유 1항 학생은 신체의 자유를 가지며, 적법하고 정당한 근거 없는 체벌은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다. 애매한 표현이다. 그렇다면 정당한 체벌은 허용된다는 말인가?

    이 조항은 인권을 위한 조례에는 들어갈 수 없는 문구다. 교육법 시행령에 나오는 체벌할 수 있는 장소라든가, 매의 길이, 체벌대수 라든가 그런 조항들에 적합하면 체벌할 수도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조항은 학생들이 원하는 문구도 아니다.

    "학생들 더 위축돼"

    -올해 교육감 선거가 있었다. 사실상 경남의 진보세력은 박종훈 교육감 후보를 밀었다. 여기에 대해 평가해 달라.

    박종훈 후보에 대해 청소년들은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린마일리지(벌점제) 폐지 서명을 받으면서 휴대전화 규제 조례 반대 서명도 같이 받았다. 청소년 휴대전화 규제 조례는 박종훈 후보가 주도해서 공동발의했었다. 그게 누구를 향한 법률이겠나? 진보교육감 후보라는 박종훈 후보를 위한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을 진보 교육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수나로 친구들도 그렇고. 서울이나 전국의 청소년 활동가들도 이 사실을 함께 공유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학생인권 공략 토론회 어떤 방식으로 홍보를 했나?

    홍보는 9월부터 했다. 학생인권조례가 뭘까 하는 기초적인 홍보물을 가지고, 문제의식에 대한 1차 선전전. 10,11월부터는 학교 앞에서 야자 끝나는 시간에 책상 놓고 학생인권조례 제정 서명과 토론회 유인물을 나눠주는 2차 선전전을 했다. 전단지도 붙였다. 마산, 창원의 스무 개 정도의 학교를 찾아 갔다. 진해는 못갔다.(창원 중앙고, 사파고, 경일고, 문성고, 봉림고, 남산고, 중앙여고, 성지여고, 제일여고, 마산고, 마산여고, 마산 중앙고 등등)

    -학생들 호응은 어땠는가?

    작년 그린마일리지 폐지 서명운동 때보다는 위축된 상황인 거 같다. 올해 2학년은 11시 반까지 하고, 3학년은 12시까지 야자를 한다. 한두 학교 변하더니 대부분의 학교 통제 심해졌다. 학생 서명은 150명밖에 못 받았다. 서명을 받은 학교는 몇 학교 안 되었다. 4명 이상이 선전전에 결합하면 서명을 받고 그 이하가 선전전 참석하면 유인물만 나눠줬다. 2011년 2월말 올 겨울까지는 경남 학생인권조례 요구안 서명을 지속적으로 받아 나갈 생각이다.

    머리카락, 치마 길이 단속

    -같이 선전전을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가?

    학교 다니는 사람도 있고, 탈학교도 있고, 청소년 운동하다가 졸업하고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토론회 평가를 해 달라.

    이번 토론회에서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고민들이 있는 친구들이 제법 왔다. 현재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기사에서는 볼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특권 독서실을 만들어놓고(시설 좋다) 11시 반까지 공부를 시킨다.

    여기에 잡혀서 공부하는 걸 아이들은 명예롭게 여기고, 통제를 즐긴다. 학생들 문제 의식은 다 있다. 그런데 잘못 표출(?)되고 있다. 머리나 치장 화장 등만 할 수 있으면 된다는 식. 학생들 스스로 교칙제정위원회에서 치마 길이를 자율적으로 합의하기도 한다. 너무 짧다 하면서 무릎 위 10cm 로 합의. 그런 것들이 오히려 애들을 옥죄고 있다.

    교사들은 이것을 근거로 해서 “너희가 규정을 만들었으니 스스로 지켜야 된다는 논리”로 공격한다. 화장과 치마길이 단속. 소지품 검사해서 화장품 나오면 다 빼앗아서 버린다. 점점 더 노골화되고 있다. 작년과 재작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문제의 원인을 토론했다. 선생님 태도가 문제가 있다. 일제고사 성적순으로 학교별 교사의 성과급을 결정한다고 하더라. 그러다보니 선생들은 어떻게 애들을 좋게 교육시킬까가 아니라, 어떻게 좋은 아이들(?)을 입학시킬까를 회의에서 토론한다고 하더라.

    학생들이 문제제기를 하니까 선생 왈, 공립고등학교임에도 “우리 학교가 명문고등학교가 돼야 한다” 는 식의 논리를 강요한다. 성적이 떨어지는 애들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논리다. 성적이 낮거나 문제 있는 애들에게는 자퇴를 강요하기도 한다.

    학원이 더 재미있는 이유

    애들이 불평불만은 쌓여 있는데 나서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청소년만을 탓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선생 통제에 꽉 조여 있다. 문제 의식있는 고2 학생도 문제제기 하는게 겁나고 무섭다고 하더라. 마음만 먹으면 선생들은 폭력을 휘두를 수 있고, 부모님께 전화하면 혼나기도 하고 사면초가이다.

    교육체제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물리적으로 학생과 선생의 비율 문제제기. 학원은 10~15명 당 1명이기 때문에 말로 통제가 가능하고 소통도 일어난다. 따라서 아이들은 학원이 더 재밌다고 한다. 그 차이는 학생수에서 비롯된다. 학생수가 많으니까 통제가 심화된다.

    학생생활규정의 문제도 지적되었다. 학생의 필요에 의해서 학생생활규정이 바뀔 수 있어야 하는데, 교사에 의해서 자의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어떤 학교는 몇 년째 학생생활규정 개정위원회가 안열리기도 하고. 대부분의 학교는 학생은 배제한 채로 교사, 학부모, 지역인사가 결정한다. 정말 몇 안되는 학교에서는 학생회를 학생생활개정 위원회에 참여를 시킨다.

    그러나 학생들이 회의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회의한 내용이 교장에게 보고되지 않거나 회의록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다. 교장에게 직접 말하더라도 "회의에서 말하지 왜 이렇게 말하느냐" 하고. 선생은 교장에게 직접 말한 것을 가지고 직접 탄압한다. 동아리 제한도 엄청 많고, 지원도 별로 없다. 동아리 설립도 지도교사가 있어야 가능하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충돌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에게 좋은 것이 교사에게도 좋은 것이다. 학생을 통제하지 않아야 교사들의 삶도 나아질 수 있다. 솔직히 선생들 얼마나 불쌍하냐. 11시, 12시까지 야자 감독하고, 아침 7시까지 출근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는 학생과 교사의 인권은 충돌하지 않는다. 가령 학생의 휴식권과 교사의 휴식권이 같이 가는 거다.

    진보신당, 학생 중요성 간과

    -진보신당 당원으로 알고 있다. 진보신당은 청소년운동에 대해 장점과 단점은?

    2008년 소고기 재협상 촛불집회때 중3이었다. 정부의 경직된 태도를 보면서 분노를 느꼈다. 조선시대에나 일어날 일들 같다고나 할까? “우리 조선은 제국(대한제국)으로 바뀌었으니 백성들은 그런 줄로 아시오.” 그 내용과 너무 일치한다.

    “우리 미국산 소고기 수입할테니까 그런 줄 아시오.” 정부의 태도에 회의를 많이 느꼈고, 학교에서 내가 당하는 모습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느꼈다. 국민들에게 해답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진보신당 사람들이었다. 교육에 대한 문제제기도 하고. 당시 진중권에게 반한 것도 있고. 뭔가를 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지지한다는 마음으로 입당을 했다.

    -부모님은 아시는가?

    얼떨결에 아시게 되었다. (당에서) 우편물이 날라오니까 부모님이 알게 되었다. 부모님과 당시에는 많이 싸웠다. 지금은 뭐…(웃음)

    -진보신당 (또는 진보세력이) 청소년운동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생대중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학생을 ‘위해서’ ‘어른들이’ 학교인권조례를 만든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필요에 의해서 만든다는 관점이 아니라. 교육운동권이나 진보신당이 가지고 있는 꼰대의식들. 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제대로 하겠냐 하는 인식들. 당게에서도 봤다. 그런데 밑에서 물 온도가 올라가는 거 없이는 아무리 해봐야 안되는거다.

    솔직히 청소년운동 하는 친구들 중에 상당히 많은 친구들이 노동운동을 싫어한다. 운동권 덕후 같아서. 문화가 한마디로 구리기 때문이다. 재미없다. 그래서 싫어한다. 물론 소수의 애들은 ‘철의 노동자’ 부르는거 좋아하기도 한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하는 중

    -학생인권조례 내용 중에 정치활동 자유 이런 것들이 있나? 옛날 80~90년대초 문교부가 내려준 학생회칙에는 정치활동 금지의 내용이 있었다.

    지금도 학교 교칙에 거의 다 정치활동 금지 내용이 들어가 있다. 학교마다. 정당가입 금지. 정치활동 금지. 그런 것들에 대한 문제의식은 좋은데, 지금 학생인권조례 통과만 맹목적으로 쫓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집회의 자유인가, 정치적 자유인가 하는 조항이 통과를 위해서 그 부분 빠졌다.

    경남교육의회 경남교육연대에서 낸 발의안은 통과를 위한 안이었는데 이 발의안은 올라갔다가 부결된 안이다. 그런데 이 안도 문제가 있다. 조례 통과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권리나 인권 중 논쟁이 붙을 수 있는 부분을 뺄 수 있다고 보고 삭제한 조례안이다.(경남교육연대 조례안) 통과만을 위해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문제조항을) 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 뺐음에도 부결된 것이다.

    -진보신당 내 청소년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나?

    없다. 청소년 당원은 꽤 많다. 다른 정당보다는 많은데. 지역적 한계 때문에 만날 기회가 없기도 하다. 심상정 전 대표를 예전에 만났을 때 청소년위원회에 대해 얘기를 하니 지원해 준다고 했는데. 정작 중앙당에 요청을 했을 때는 반응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당에 회의적으로 변했다. 물론 청소년 당원들이 목적의식이 별로 없는 것도 문제다.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나?

    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등 배달하고 있다. 슈퍼사이즈미를 체험하는 거 같다. 뱃살이 엄청 찌고 있다.(웃음)

    -며칠 전 부산에서 청소년 노동권리 교육이 있었고, 울산에서는 몇 번 있었던 거 같다. 마산창원에서는 한 번도 없었던 거 같다.

    내가 아는 한 청소년 노동권리에 대해 경남에서 교육이나 토론회가 열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청소년 노동은 거의 성인과 같은 지위로 볼 수 있다. 제약만 있을 뿐이지. 주당 노동시간, 40시간인가 초과할 수 없다는 조항 빼놓고는. 나머지는 성인과 같다.

    노동강도 억수로 쎄다. 하루종일 스트레스 쌓이고. 청소년이 할 일도 한정되어 있다. 배달, 불판 관리, 음식점 서빙… 산재 처리도 어렵고, 보상받기도 어렵다. 청소년이 하는 일들이 대개 위험하고 힘든 일들 위주이다. 그 사실이 청소년 노동인권의 핵심인거 같다.

    -수도권과 경남의 청소년 운동이 차이가 있는가?

    양적으로 일단 차이가 많다. 지역에서 하려면 연대할 단위도 없고, 그러다보니 규모가 작다. 서울에서는 기자회견 등 할 때 아는 사람 대충 모아도 30명 정도는 쉽게 모인다. 경남은 탈학교도 자유롭지 않다. 서울 쪽에서는 청소년운동도 정치운동의 모습을 많이 띄고 있다. 대중운동이라기보다는 몇몇 활동가들의 뭐랄까… 이곳에서는 그런 운동이 일어날 수 없다.

    몇몇 활동가 모여도 서울은 10명씩 되는데. 논평도 쓰고 역할 분담도 되고. 여기서는 그런 방식이 적합하지 않다. 할 수 있는 운동의 방향이 완전히 틀리다고 본다. 운동적으로는 경남이 초보적이다. 서울에서는 정치적 이슈 제기를 십년 넘게 해왔고 쌓였다. 경남은 대중운동 형식의 운동을 시작했다.(필자 주 – 질적 차이도 있지만, 활동가들이 방향성을 다르게 선택하는 것을 강조하는 듯보였다. 예를 들어 정치지향, 대중운동지향. 마치 전노협이냐 민중당이냐 하는 식의 논쟁처럼)

       
      

    "왜 우리가 저항하지 않느냐고요?"

    -청소년인권운동의 현재 장애물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악순환이다. 학생인권조례 공략 토론회 때도 그런 얘기가 나왔는데. 어른들은 왜 학생들이 저항하지 않느냐, 4.19도 3.15도 고등학생 위주로 일어난 운동이었는데 왜 너희는 저항하지 않느냐, 어떤 당원이 이런 식으로 자기 블로그에 공격하더라.

    그런데 옛날보다 청소년들이 더 살기 힘들어졌고, 입시에 더 많이 매이고, 잠시라도 시기나 노력을 놓치면 낙오된다. 죄수의 딜레마도 작용하는거 같고.

    고름은 가득 찼는데 터트릴 수 없는 상태인거 같다. 운동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이런 점은 중요하다. "우리가 짜줄게"가 아니라. 의식을 심어주는 거고. 운동적으로도 청소년이 중요하다는 의식은 없고. 토론회나 간담회를 하더라도 청소년은 배제되거나 활동가 청소년만 참여한다. 따라서 몇몇 활동가들의 의식은 대단히 발전했는데,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데, 지금과 옛날이 그렇게 조건이 다른가? 오히려 예전에 더 많은 폭력성이 있었을 수도 있다.

    옛날과 지금이 다르다고 하는 이유가 뭐냐 하면… 폭력성은 옛날이 더 심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학생들의 성적 등으로 통제하는 것은 더 많이 심해졌다고 본다. 80~90년대 청소년들은 뭐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사회적 분위기)을 가질 수 있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획일화된 경쟁에 더 내재화되어 있다.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왜 청소년들의 상태가 이럴까 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은 진행중이다. 어둡다. 학생들이 성적은 자기 인생의 전부로 받아들인다든가.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 옛날보다 소비를 더 많이 해야 되는 사회.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금권주의가 만연해 있다.

    그런 상황에서 뭘 할 수가 있을까? 회의적이다. 돌파구가 있다면 몇몇 활동가나 정치단체가 중심이 된 교육운동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다가가서 문제의식을 토론하고 담론을 발전시키고 저항에 이를 수 있는 길이 돌파구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른들은 잘 몰라요"

    -이제 무얼 할 것인가? (학교 다니는 걸로 치면 고3 올라가는 나이다.)

    수능 쳤으니까 대학 갈 생각. 1년 더 공부하는 거는 집에 눈치가 보인다. 참기 힘든 부분도 있다. 빨리 공부를 하고 싶다는. 최악의 상황에는 1년 더 공부할 수도 있다.

    -지금 부모 세대들은 80~90년대 학생운동 또는 노동운동을 한 세대들이다. 그 세대들이 자기 자식들에게 입시경쟁에 똑같이 내몰고 있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80년대 학생운동, 노동운동이 일어났을 때, 입시경쟁 줄 세우기, 교육체제를 바꾸자는 것이 주된 담론이 되었다면, 지금 청소년들의 부모들이 애들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본다. 그런데 그 당시 그런 담론이 없었던 거 같다.

    독재타도라든가 하는 것이 주된 담론이었지, 학교 교육체제는 무시했던 것은 아닌가. 통제, 획일화, 입시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그런 것들을 해 나가는 정권에 대한 대항만 한 거 같다. 부모 세대들도 별로 이런 담론이 없었던 거 같다.

    -꼭 그렇지만은 아닌거 같다. 당시 교육체제에 대한 문제제기, 바꾸려는 열망을 가지고 전교조도 만들고 싸워나갔다.

    글쎄. 386들이나 당시 노동운동을 한 부모세대들이 90년대를 거치고 2000년대를 거치면서 “세상 살기 참 힘들다. 돈 없이 살기 힘들고, 학벌 없이 살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소비를 해야 하는 범위도 늘어나고. 세상이 팍팍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그래서 자식세대들에게 그럴 수도 있다.

    글쎄. 부모세대들이 학생운동 끝내고 사회에 들어선 후 그런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내가 어른들을 잘 모른다.(웃음) 어른들 잘 모르겠다. 이런 점은 느낀다. 돈이 전부가 되는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자기자식에게도 그런 경쟁력을 주고 싶어하는 것이 이해가 간다. 공감이 된다. 학벌이라든가, 자기자식이 다른 애들을 밟고 올라서서 더 좋은 직장에 취직시키고 싶어 하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겠나.

    "모든 게 돈이다"

    -조승수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다. (곰곰히 생각하다가) 조승수? 있긴 있는데 진보신당 활동하면서 통해서 깨달은 게 아니라 망상 같이 떠오른 생각이라서 질문하기가 좀 그렇다. 저만의 고민일 수도 있다. 요즘 내 화두가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다. 그런데 진보신당의 분위기가 의원, 이런 거에 목매는 분위기는 아닌가.

    물론 정당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진보정당이라면 지역이라든가 공장이라든가 단위별로 조직된 힘을 바탕으로 의원을 얻어내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노동자 서민을 대변하기 위해서, 정치활동이 필요하다고 처음에 논리를 세웠었다. 그런데 노동자 서민은 별로 없고 배보다 배꼽이 커졌다? 어떤 얘긴지 알겠나?

    -잘 보는 언론은 무엇인가?

    경향신문 본다.

    -인터넷 신문은 뭐 보는가?

    오마이뉴스, 프레시안(안드로이드폰 어플). 이거 좋더라 프레시안이 책 추천하는 거. “아슬아슬한 연애인문학”(청소년 연애 안내서) 재밌더라. 레디앙은 어플 없나? 어플 있으면 볼텐데.

    -연애는 한 번만 했나?

    한번 했다. 얼마 전 끝났다.

    -청소년 성이 억압되었다고 느끼나?

    그런 면이 많다. 중학교때 성교육을 받았는데. 성교육 비디오가 10년도 됐음직한 내용이었고. 공부가 먼저다, 라는 분위기도 점점 더 심해지고. 연애한다고 하면 부모님은 한숨부터 쉬고. 돈이 없으면, 특히 겨울에는 데이트할 곳이 없다. 모든 게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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