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워싱턴호보다 6자 회담이 좋다"
        2010년 11월 29일 09: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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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연평도 공격과 한미의 강력한 대응으로 한반도 정세가 벼랑끝으로 치닫고 있다. ‘공동의 적’을 재확인한 한·미 양국은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서해에서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까지 동원해 사상 최대 규모의 대규모 무력시위에 나섰다.

    이에 맞서 북한은 사실상의 전시상황을 선포하면서 강력한 보복과 응징을 위협하고 있다. 당국간 관계는 물론이고 민간 차원의 남북관계도 꽁꽁 얼어붙고 있고, 남북관계 악화 속에 6자회담 재개 가능성도 더욱 희박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강 대 강’의 대결 국면에서 우발적인 충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북한은 연평도 공격 이후에도 잇따라 포사격 훈련을 벌이고 있는데, 이에 따라 연평도에 대피령이 내려지고 남한의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의 추가 공격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군사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28일 오후에는 남한군이 북한을 향해 포탄을 오발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이 오발 사고는 문산에서 훈련 중이던 포병이 실제 상황으로 착각해 155mm 포탄 1발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14km 가량 날아간 포탄은 군사분계선 수백여m 이남에 떨어져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북쪽 군사분계선을 넘어갔거나 한국군 GP에 떨어졌다면 남북간 무력 충돌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최악의 군사적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남북 양측 군대가 초긴장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상대방의 의도나 움직임을 오판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그 만큼 우발적 무력 충돌의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과열된 군사적 대결 상태를 냉각시킬 수 있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6자회담, 조지워싱턴호보다 훨씬 효과적 

    이렇듯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12월 상순 6자회담 수석대표 간 긴급 협의를 하자고 제안해 주목을 끌고 있다.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는 28일 오후 베이징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석대표 긴급 협의를 통해 “각 측의 관심과 중대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한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도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외교통상부의 김영선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최근 북한이 경수로 건설현장 및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데 이어 연평도 포격도발로 6자회담 재개 여건 조성을 위한 관련국들의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 현 상황을 감안할 때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 개최는 매우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6자회담이나 그 전 단계로서의 수석대표 회의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중국측 입장과 지금은 대북 압박과 제재, 그리고 군사적 봉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 차이가 거듭 확인되는 대목이다. 

    정부가 이처럼 대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가시적인 진전이 있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하는 등 비핵화에 역행하고 있고,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대화 분위기는 더욱 저하되었으며, 지금 시점에서 대화에 나서는 것은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6자회담의 본회담은 지금 당장 어렵더라도 수석대표들이 참석하는 ‘예비회담’의 유용성은 대단히 크다. 우선 이 회담의 재개 여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이 회담 개최에 동의하는 것은 중국을 설득·압박할 수 있는 유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고강도의 도발’인 만큼, 북한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에게 연평도 공격의 심각성을 깨닫게 하고 또 다시 무모한 도발을 할 경우 북중관계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한-미-일 3국 등 여러 나라들도 중국에게 이러한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한미 양국은 중국에게 외교적 협조를 요청하면서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온 서해 합동군사훈련을 강행하는 ‘패착’을 두고 말았다. 한미 양국은 조지워싱턴호까지 동원한 군사훈련이 중국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거꾸로 중국이 미국의 압력에 후퇴하고 서해 군사훈련을 인정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한미 양국의 외교적 요청을 수용하기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오히려 중국을 설득·압박할 수 있는 힘은 조지워싱턴호보다는 6자회담 재개 동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주고받기’를 기본적인 특징으로 하는 외교관계에서 중국이 강력히 선호하는 6자회담 재개는 한미 양국이 중국에게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전달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필요하다면 한미 양국이 6자회담 재개 조건으로 이와 같은 요구를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마침 북한의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11월 30일부터 12월 4일까지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는 6자회담 재개와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빅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울러 6자회담 재개시 북한이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대북 제재 해제와 평화협정 논의 등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것도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다. 

    6자회담 프로세스의 재가동이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억제하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6자회담이 재개 국면에 접어들면 의장국인 중국은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북한에게 위협적인 언행의 자제를 요구할 것이다.

    북한도 6자회담 재개 국면에서 추가적인 도발을 할 경우 유일한 혈맹국인 중국마저 등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6자회담 자체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외교적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투 트랙 접근’ 필요

    이처럼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 억제와 중국의 보다 책임있는 역할 촉구가 중대해졌다면, 6자회담 프로세스의 재개는 그 어떤 방식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한미 양국이 진정한 의미의 대북 ‘투 트랙 접근’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한다. 

    작년 북한의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그리고 올해 3월 천안함 사태 발생 이후 양국 정부는 ‘대화와 제재’를 병행한다는 투 트랙 접근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실상은 대화는 기피하면서 제재에만 몰두하는 ‘원 트랙 접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장관급 회담조차 한 번도 열리지 않았고,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6자회담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강력하면서도 자제력 있는 대북 국방 태세를 갖추면서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진정한 의미의 ‘투 트랙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 대북 국방 태세에 자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거나 도발 행위의 빌미를 주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중국을 통한 냉각기를 거치면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화없는 강경책은 북한 강경론의 입지를 강화시켜주고 이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또 다시 한국의 안보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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