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전쟁, 증세 vs 감세철회 vs 감세
        2010년 11월 17일 12: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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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서 세금 논쟁이 한창이다. 부자, 대기업 감세를 통한 소비와 투자 촉진 그리고 이에 따른 경제활성화라는 ‘비현실적’인 주장을 고집해오던 여당 내에서 감세철회론이 나오는가 하면, 감세조치를 없애고 원래대로 하자던 민주당 안에서 증세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은 현 정권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세수 확보의 어려움, 복지 예산 삭감 등의 사태를 막기 위한 사회복지세 신설 등 복지를 위한 ‘증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관련 입법 운동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한나라당은 일부 의원들의 감세철회 주장에 이어 박근혜 의원과 안상수 대표 등 중진급 의원들이 ‘제한적이지만’ 감세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고 나왔다. 이는 부자 감세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 시각에 신경쓸 수밖에 없는 여당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정치적’ 대응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주당, 한나라당 최고위원회 모습.(사진=각당 홈페이지) 

    한나라당이 감세 논쟁?

    야권에서는 ‘증세론’이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감세 프레임에 휘둘려 함께 감세를 말해왔던 민주당 내부에서는 부자감세 철회론은 물론 정동영 최고위원이 올해 초부터 ‘부유세’를 언급해 왔다. 민주노동당은 이정희 대표가 소득세와 법인세 증세법안을 제출했고, 진보신당은 조승수 대표가 ‘사회복지세’ 관련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는 부자감세로 재정수입이 크게 줄어들고, 저출산 고령화로 복지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재정건전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석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실 정책수석은 “수입이 줄어들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국채발행이 남발되면서 정부조차 국가재정의 감당이 안되는 상태”라며 “이 때문에 여당에서 조차 부자감세 논란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2010년 예산기준으로 19.3%에 불과해 OECD 평균 26.7%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다 대규모 감세조치와 재정지출 확대로 국가채무가 407조2000억원에 이르는 등 재정건전성이 심각하게 악화된 상황이다. 또한 정부가 감세 정책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간접세 인상을 통해 보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따른 서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은 17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부자감세로 인해 줄어든 세수를 서민증세로 메우냐는 지적은 일맥 타당하다”며 “간접세가 물품가격에 곧장 연결이 되고 물품가격이 물가하고 연동이 되는데 물가영향을 많이 받는 건 결국 서민계층”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접세 인상을 통해서 세수를 메우겠다는 건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한나라당의 변화가 주목된다. 그 시발점은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 정 최고위원은 지난달 최고위원회에서 감세 철회를 주장했다. 이어 민본21 등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여기에 가세했고 당내 45명의 의원들이 김무성 원내대표에게 감세와 관련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함으로서 당내 감세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모양새다. 

    박근혜, 안상수도 가세

    여기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8800만원 이상의 소득자들에 대한 소득세율은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악화된 재정 건정성에 일정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부자감세 일부 철회를 주장했고, 안상수 대표는 소득세 최고 세율구간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해, 현재의 부자감세 기조가 어떤 방식으로든 일부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당내 논란과는 별도로 부자감세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는 청와대 내에서도 “당에서 감세안에 대한 보완책을 만들어오면 검토할 수 있다”며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17일 이명박 대통령과 안상수 대표의 회동이후 부자감세 조정안의 가닥을 잡고, 한나라당의 22일 의원총회를 통해 부자감세 기조의 수정이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부자감세 기조를 수정하더라도 일종의 ‘눈속임’이 될 것이라는게 야당 및 진보진영의 관측이다. 박근혜 전 대표나 안상수 대표는 ‘대기업 봐주기’로 불리는 법인세 감면에 대해서는 “투자확대” 등을 이유로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일종의 수정안 제시 이후 “정부의 감세정책과 맞서는 것은 아니”라고 한 것도 이같은 기조의 반영이다.

    안상수 대표 역시 “법인세는 예정대로 감세하되, 소득세는 최고 세율구간을 하나 더 신설해서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 정부 부자감세의 핵심이 법인세 감면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손대지 않고 부자감세를 철회했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소득세 최고 세율구간을 신설해봐야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이종석 수석은 “(한나라당 내 논쟁이)감세철회 논쟁이라기보다 비난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1억2천만원의 과표 구간을 하나 더 신설하자고 했지만 이것으로 부자감세 효과를 상쇄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8800만원 이상의 부자감세기조는 그대로이며 이정도 과표 구간을 세워도 국고수입은 1년에 수백억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감세정책 실패, 면피용 구색 맞추기

    그는 이어 “특히 한나라당 내에서 법인세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데, 부자감세의 기조는 또한 재벌감세라는 점에서,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벌어져있다는 점에서, 법인세 감세를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라며 “그야말로 소나기만 피해보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도 16일 대표단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여당 내에서 감세 논란은 이명박 정부 들어 추진한 법인세와 소득세 등 부자감세의 진행 결과”라며 “그러나 부분적인 감세로는 최근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는 복지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사회복지세 등의 증세를 통해 복지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는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이처럼 부자감세의 정책적 실패를 면피용으로라도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야권의 부자감세 철회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국세청장을 지낸 경력이 있는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부자감세 철회를 위한 ‘소득세-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2012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은 22%에서 20%로, 소득세 최고세율은 35%에서 33%로 각 2%포인트 하향조정하기로 한 것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내용으로, 그는 “부자감세 철회는 조세 공평성 제고와 재정 건전성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담세능력이 있는 계층으로부터 세금을 걷어 서민을 지원해 사회양극화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오히려 ‘부유세’를 통한 증세를 언급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역동적 복지국가’의 설립의 재원을 부유세 신설을 통해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각종 언론을 통해 “부유세를 반대하는 당론으로는 집권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증세보다 ‘부자감세 철회’의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진보정당, 증세방안 발표

    한편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지난 9월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구간을 만들어 증세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행 과세표준구간에 1억2000만원을 초과하는 구간을 신설, 40%의 세율을 적용하고 8800만원을 초과하는 구간의 감세를 철회하는 것이다. 또한 법인세는 3단계로 나누어 높은 구간에 속한 대기업의 경우 세율을 올리는 방안이다.

    이정희 의원은 “정부여당이 계속 감세와 작은 정부를 주장 하면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복지를 확대할 대안이 있는지 궁금하다”며 “대안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해 세금을 늘리고, 4대강사업과 같은 불필요한 예산은 삭감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도 ‘사회복지세’ 신설을 발의했다. 사회복지세는 고소득자에게 가산세를 부과해 얻어진 세수를 복지 분야에 사용하는 것이다. 법안은 소득세와 법인세, 종부세, 상속증여세 납부자에게 세목과 세액 규모에 따라 15∼30%의 가산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조승수 대표는 15일 기획재정위에 상정된 사회복지세 제안 설명을 통해 “재정적 뒷받침이 없는 복지확대 주장은 허상이고 말장난”이라며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준비가 필요하며 사회복지세 도입은 우리가 복지사회로 나아가는데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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